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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이웃 정원

작촌 들꽃정원

by Asparagus 2010.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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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24 금 맑음

우리집에서 보이는 청룡 닮은 구비구비 산등성이가 동맥이산줄기이다. 지난 겨울에는 양지에서 출발해서 한나절을 걸었지만 되돌아 내려와버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천에서 시작하는 지점으로 가보기로 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 東과 함께 느긋한 마음으로 이천 동맥이산 등산을 가기로 했다. 마장면에서 동쪽으로 차를 돌려서 도창면으로 들어갔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며칠전 내린 폭우로 인해 아직도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평평한 길은 재미가 없어서 산비탈을 탔다. 두 시간 정도 산 속을 헤집다가 되돌아 내려왔다. 동맥이산을 올라가기 전 눈여겨 보았던, 마을 끝자락에 자리잡은 <들꽃 정원>이라고 붙여진 팻말 앞에서 차를 세웠다.

활짝 열려진 대문 오른쪽 팻말에는 <KBS1TV 선정 아름다운 정원 2010년 4월 29일 방영>이라고 씌여져 있다.

 오른쪽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씌여진 팻말이 독특하다.

"들어가도 될까요?" 대문 앞에서 망설이니 東이 장난끼 가득한 얼굴로 "들어오라고 대문 열렸잖아?" 말하며 먼저 성큼성큼 들어간다. 자기 집인냥...

 자그마한 돌탑이 인상적이다.

 입구부터 곳곳에 미니 돌탑이 쌓여있다.

 돌 하나 하나 정성들여서 어여쁘게도 쌓아놓았다.

 정원이 범상치 않다. 말 그대로 들꽃 정원이다. '무단 침입자가 되지 않으려면 주인을 찾아야할텐데...'

 나의 기우는 곧바로 끝나버렸다. 이렇게 우아한 분이 직접 시멘트를 개어서 돌탑을 쌓고 계셨다.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팻말에 발걸음이 절로 여기 들어오게 했어요. 실례를 범했습니다."

정중히 인사하니 일 하시던 손을 멈추시고 들꽃보다 더 환하게 반겨 주셨다.

그리고 집안 구석 구석을 안내하시며 함께 즐거워해 주셨다.

 

"등산갔다 내려오며 느닷없이 들어와서 빈손입니다. 그리고 하시는 일에 방해가 되지나 않는지 매우 미안합니다."

다시 정중히 인사 드렸다.

"아니오, 잘 오셨습니다. 이렇게 손님이 오시면 제가 쉴 수가 있어서 좋아요. 마음껏 구경하시고 맘에 드는 꽃이 있으면 가져 가세요."

이러시는 거다.

 

'아니, 지금껏 여러 집의 정원을 구경했지만 초면에 이렇게 선뜻 자기가 키우는 꽃을 가져가라고 하시는 분을 처음 만났다. 토란꽃을 보아서인가? 이런 행운을 다 만나다니...'

맘 속으로 너무 감동했다.

 

현대 미술을 하신다고 했다. 성함은 김문자 화백. 국전에도 입선하시고, 작품활동을 하시며 들꽃을 가꾸신다고... 연세는 1941년생이시라고 소개하셨다. 바깥분은 서울 00부대 사단장을 지내셨다고...

"이렇게 넓은 정원을 처음 보았습니다. 정원사가 가꾸어 주시나요?"

"아, 예, 제가 워낙 꽃을 좋아하다보니 평수가 작은 것은 마음에 차지 않아서 좀 넓은 장소를 찾다보니... 약 1280평 정도 됩니다. 제가 바로 정원사 노릇하지요. 여기 보이는 꽃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다 제가 사서 심은 것들이어요. 회양목은 서울 가서 몇 포기씩 계속 사다가 심어서 울타리를 만들었어요. 이 돌계단은 제가 다 만들었답니다. 이렇게 가꾼지 8년째가 되네요. 처음에는 볼품 없는 산이었어요."

 

"어쩌면! 아까 시멘트 개어서 쌓으시던 돌탑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 넓은 정원 구석구석 모든 것을 혼자서요?"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화단 한 귀퉁이에 사계국(개미취랑 비슷하지만 색상이 조금 틀린다)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었다.

 서울 살 때 아파트에 버려지는 장독을 주워 모았다고 한다. 장독대도 김화백님이 돌들을 손수 쌓으셨다고...

연못을 건너가는 나무 다리랑 물레방아 등 토목은 바깥 분이 하시고 정원 가꾸기랑 돌로 만드는 것 등은 김화백님이 역할 분담을 해서 직접 조성하고 만드신다고 하셨다. 두 분의 취미 생활이 어쩌면 이렇게 조화로운지..

 멋진 오솔길. 처음에는 자갈돌을 깔았는데 자갈 사이로 침범해 오는 잡초에 견디다 못해서 이렇게 포장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셨다.

 이름모를 야생화랑, 다육이, 오색 포체리카도 몇 줄기 얻고, 사계국도 얻고, 보라색 열매가 아닌 흰 열매가 달리는 작살나무도 한 포기 얻었다.^^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황홀한데 이런 뜻밖의 행운이?)

 

 바베큐 정원과

 바베큐 정원 옆의 옥돌 찜질방에 대해 자상하게 설명해 주셨다. 재료를 직접 사와서 바깥분이 만드셨다고...

 집 가장 안쪽에 위치한 차고와 뒷편으로 보이는 토종닭 방목장 (우리 집도 토종닭을 키울 공간이 있었으면...)

 차고 옆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연장실

집 뒤편에 자리잡은 토종닭 방목장

토종닭과 함께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이 너무 순하게 생긴 멋진 개 세 마리

 바베큐 정원과 찜질방 주변

 벽에 걸린 작품이 심상찮다했더니 역시나, 88 올림픽때 전시된 작품이라고 하셨다.

 팬스 뒤로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름이 뭐지? 다섯 포기를 선뜻 캐어 주셨다.

 햇살바라기를 하고 있는 다육이들, 너무 멋지다.

 집안으로 들어가는 오솔길, 널어놓은 고추 소쿠리가 정겹다. 꽃 포기마다 이름표를 박아 놓은 것이 이채롭다.

 정원을 구경하고 대문으로 내려가는 오솔길

아직도 지칠 줄 모르고 피어있는 봉선화와 뒤쪽 하우스엔 고추와 배추, 무등 각종 채소류가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대문을 들어서면 오른쪽에 자리잡은 정원 모습

 

지금껏 만난 정원들 중에서 이렇게 넓은 개인 정원을 처음 구경하게 되어 너무 기쁜 나머지 어디부터 찍어야할지 몰라서 대충 대충 찍었다. 대형 비단 잉어가 한가롭게 헤엄치는 연못, 두 사람이 누우면 딱 맞는 미니 황토 찜질방이랑 옥돌 찜질방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넓은 정원을 가꾸시면 힘들지 않으시냐 하니, 김화백님은 꽃을 가꾸면 엔돌핀이 절로 생겨서 좋고, 단 한번도 힘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하셨다. 그리고 내년 봄에 오면 구경할 꽃도 많고 가져 가고 싶은 꽃도 많을테니 꼭 다시 오라고 하셨다.

 

넓은 정원을 하나하나 설명해 주시며 기쁘게 대해 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웠는데, 여러가지 꽃들을 봉투에 담아주시고, 내년에도 또 오라하시는 넉넉한 마음씨에 감동했다.

 

맘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집에서 좀 먼 이웃이겠지만, 우리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을 나누어 주기 위해서라도 내년 봄에 꼭 다시 방문하기로...

 

김문자 화백님, 고맙습니다. 내년 봄에 꼭 다시 방문할게요.

 

들꽃 정원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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