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30일 토요일 맑음
퇴근하자마자 곧장 양지로 내달렸다. 점심은 차 속에서 빵으로 간단히 떼우고 집에 얼른 가서 맛있는 밥을 해먹어야겠다는 설레임으로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들을 머리 속에 그려보았다. 휴게소에서 사 먹는 것도 이젠 질렸다. 텃밭의 무공해 채소로 따뜻한 밥을 해서 먹는 일이야말로 축복 받은 밥상인 것이다.
문경 세재를 통과하고 ?터널에 들어서자마자 앞서 가던 차가 멈추어 서는 것이다. 터널 어디쯤에서 무슨 사고가 나서 차들이 멈추어 섰을까? 앞에서 정차해 있던 운전자들이 차 밖으로 빠져 나와서 왔다갔다 살피고 있다.
東이 은근히 겁을 준다.
"이 굴은 상행선에서 가장 긴 터널이다. 화재가 났다면 차를 버리고 뒤로 정신없이 뛰어가면 되겠다. 우린 약 50m 뒤에 터널 입구가 있으니..."
'만일 터널 속에서 차량화재가 났다면 굴 속은 온통 연기일텐데...'
걱정하며 앞을 살피니 다행히 연기 같은 것은 나지 않았다.
앞의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으니 오만 상상이 다 되었다.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까? 굴 속에서 서성이던 운전자들이 하나 둘 다시 차로 올라탔다. 그리고 서서히 한 대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터널 속에서는 불은 색 가위 표지기가 가지마라고 계속 깜박이고, 차들은 앞으로 가고... 상황이 묘하다.
문제 장소를 통과했다. 터널 한 가운데에서 난 사고였나보다. 귤을 잔뜩 실은 화물차가 터널 속 갓길에 정차되어 있고 귤들의 잔해가 즐비했다. 졸음 운전인가? 다행히 인사사고는 없을 것 같다. 트럭 한 대만 보이니...
세월 없이 기다렸던 앞차는 쏜살같이 달려가고, 우리도 안도의 한숨을 쉬고 굴을 빠져나왔다.
평소때보다 사십분 늦게 집에 도착했다.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미처 집안으로 들여놓지 못했던 화초들을 둘러보았다. 혹시나가 역시나이다.
그 어여뻤던 보라구슬은 서리에 힘을 잃고 늘어져 있었다.
그래도 완전히 다 죽지는 않은 것 같다. 기사회생 할 기미가 보인다.
무도 이만하면 무사한 거다. 늦게 심어서 자라지도 못한 것이지만...
한 달 넘게 가을 가뭄에 시달렸어도 이 정도 자라준 것만도 고맙기 그지없다.
초토화된 호박 덩굴, 무보다 배추가 추위에 더 강하다.
배추 속이 조금씩 채워져가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내일은 배추를 묶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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