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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탐사 culinary exploration/건강 약차

왕의 녹차? - 우전 녹차와 사랑에 빠지다.

by Asparagus 2010.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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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전 녹차에 빠지다. 

2010년 11월 29일 월 맑음

2008년 3월 이후로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는 작년 11월 말, 東이 신종플루에 걸렸을 때도 겁 없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잠을 잤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갔던 내가 아니었던가?

 

지난 11월 1일 월요일 아침부터 연극 연습시키는 첫날, 그만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이유는? 학급 어린이 전원에게 알맞는 배역을 정하느라 한 명 한 명과 오디션(?)을 보았다. 그럴 동안 제 차례가 아닌 아이들은 '얼씨구나' 난리가 났다.  오디션이 마칠 때까지 교실은 난장판이 되어 먼지 구덩이로 돌변했다. 그 많은 먼지들은 앞에 있는 나에게로 나에게로... 거짓말처럼 먼지가 뭉치로 쌓여 내 앞 자리에 돌아다녔다. 아이들이 있는 자리는 아이들이 나부대느라 먼지쌓일 틈이 없으니 교실 앞쪽으로 먼지가 내려 앉았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내가 제일 많이 마셨다.^^;;

아이들이 하교하고나서부터 기침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콧물이 주루룩 흐르기 시작했다.

 

천만다행으로 아이들은 한 명도 안 걸렸다. 왜 그럴까? 원인 분석해보니, 역시 젊음은 좋은 것. 전도유망한 아이들은 자라는 중이니, 당연히 적군 세균이 들어오면 아군의 방위태세가 뛰어나서이다.

 

반면 나는? 누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는가? 그 말만 믿고 있다가는 이제 큰코 다칠 뻔했다. 이제부턴 나이를 잊지 말고 수시로 헤아리고 살 일이다.

이유? 나이가 들어가니 세포도 늙어가고 죽어간다. 재생 능력이 민첩하지 못하다. 그러니 병이란 사전에 잘 예방을 하여야만, 우리 몸이 그나마 지탱해 낼 것이다.

 

어쨌건 그간 나쁜 감기 바이러스가 내 몸 속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아서 괴로움을 참고 그냥 저냥 지냈다. 그런데 이럴 수가? 11월 22일 연극이 무사히 끝나고나서 수업 마치고 아이들 하교시킬 때 뻑뻑했던 내 목소리가 풀려 있었다. 생각해보니 콧물도 도망가버린 것이다. 목 속을 뻑뻑하게 했던 그 나쁜 적군도 사라진 것이다.

 

어쩌면?

연극 연습과 함께 왔다가 연극 공연이 끝나자 떠나준 감기 바이러스여. 고마워라.

감기 걸린 이후로 따끈한 우전 녹차를 수시로 마셔 주었더니 황송해서 떠나갔는지?

   

몇 달 전 후배가 나에게 선물한 녹차. 친척분이 전라도 보성에서 차나무를 키우며 지인들과 나누어 마신다고 해마다 직접 만들었다는... 녹차를 넣은 통에 「왕의 녹차-우전 녹차」라는 레벨이 붙어 있었다. 

 

'왕의 녹차?' 속으로 웃었던 글귀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왕의 녹차, 맞아. 이 맛과 녹차 효능 때문에 왕의 녹차라는 말을 자신감 있게 썼을 거야.'

  

감기 때문에 맛도 모르고 마시다가 어느 틈에 우전차 맛에 길들여버렸다. 은은한 맛과 함께 향기로운 우전차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몇 년전엔 보이차에 정신을 빼놓았는데, 잘 나가던 보이차 가게가 쫄딱 망해버리는 바람에 보이차를 구입할 수 없게 되었다. 그 바람에 나의 애차. 보이차를 잊어야만 했는데...

 

감기 덕분에 우전 녹차 맛을 알아버렸다. 앞으로 당분간은 우전차에 빠져보아야겠다.

 

우전차 - 첫물 따는 차 (전체 수확량의 5%) 덖는 과정을 세 번 걸친다.  우전차는 4월 20일 곡우 이전에 따는 차이다 .

 녹차 새순은 가로, 세로 길이가 1-2cm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고 잎 촉감은 마치 갓난 아기의 속살마냥 부드럽고 생김새가 참새 혓바닥을 닮았다고 해서 작설차(雀舌茶)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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