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6일 일 맑음
설 명절, 연휴,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이었던 그 좋던 시절, 잔치는 끝났다.
아들들을 역까지 전송해 주기 위해 집을 나섰다. 신천대로는 연휴 뒤끝이어서인지 그 복잡하던 도로가 휑하니 뚫려 있어서 예상보다 30분이나 빨리 도착했다.
역 동쪽에 차를 주차해놓고 개찰구까지 따라가려고 하니 저희들끼리 간다고 해서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계단 올라갈 때 끌 가방을 형이 들어주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며 걷고 있을까?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아이들 뒤를 따르고 있다.
아들이 멀어진다.
계단을 오를 때 또 제 형이 가방을 들어주는구나.
개찰구가 보이네? 안되겠다.
뛰어가서 아들들의 손을 잡았다.
"엄마, 그냥 너희들 뒤따라 왔어. 엄마랑 사진 하나 남기자."
한 녀석씩 번갈아 모델이 되어주고 사진을 찍어 주었다.
"엄마, 아빠 기다리세요. 얼른 가세요.'
"응, 알았어, 갈게."
두 번째 헤어지고 계단을 내려오다가 다시 아들에게 뛰어갔다.
구내에 덩컨도너스코너가 보였다.
단 것을 싫어하는 녀석들이어서 빵을 네 개만 샀다.
아들을 찾아 복잡한 구내역을 두리번거렸다. 서울로 가는 출구에 줄이 길게 서있다. 찾았다.
"이거 주려고..."
빵을 내밀며
"엄마, 이번엔 진짜 간다. 조심해서 잘 올라가."
"네, 엄마도 아빠랑 조심해서 잘 가세요."
東과 함께 팔공산 순환도로를 드라이브하고 집으로 왔다.
차 속에서 東에게 말했다.
"직장 생활하며 쌍둥이 낳아서 키웠던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가슴 아프다. 이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서 우리가 또 부부가 된다면 그땐 임신한 나에게 정말 잘해 주어."
"......"
'쌍둥이를 가졌을 땐 준비되지 않은 철 없었던 부모였으니, 東도 나못잖게 가슴 아프겠지.'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실험실에 갔다가 기숙사로 가는 중이라며 전화가 왔다.
한밤중에 아들이 전공하는 학과에 대해 다시 한번 차근차근 읽어본다.
큰 아들이 연구하는 곳-식품분자미생물학실
둘째아들이 연구하는 곳-분자미생물독성학실
2011년 새해에는 너희들이 연구하는 일들이 잘 풀려나가길 엄마는 늘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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