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 나는 분향기일까?'
코끝을 간지럽히는 향기에 끌려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갔습니다.
하얀 색 백화등 향기, 은은합니다.
그러나 내가 맡은 분향기는 아니었습니다.
범인은 바로 라일락이었습니다.
토, 일요일 사이 꽃이 활짝 피어나 있었던 것입니다.
미스킴 라일락,
순수 우리말 이름은 수수꽃다리라 부릅니다.
연보랏빛 꽃송이들이 뭉쳐서 피어나고 있어요.
정원에 심는 라일락과 달리 미스킴 라일락은 키가 작아서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울 수 있어요.
터질락말락 하는 봉오리도 매력있지요?
꽃이 완전히 졌을 때 바로 전지를 해주면 이듬해 새가지마다 탐스런 꽃을 만날 수 있어요. 전지한 가지는 버리지 말고 꺾꽂이 해보세요. 너무나도 쉽게 뿌리 내린답니다.
키를 나지막하게 낮추어 전지를 하면 아파트에서도 부담없이 키울 수 있는 매력 때문에
미국, 유럽에서도 미스킴 라일락은 인기만점인 수종입니다.
하여튼 이 밤, 향기에 이끌려 미스킴 라일락을 침실에 데리고 왔습니다.
침실에서 향기로운 라일락과 하룻밤을 보내려 합니다.^^
라일락 꽃말 - 젊은 날의 추억
수수꽃다리, 이 어여쁜 이름이 미스킴 라일락으로 되어버린 이야기, 아시지요?
미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 미더의 비서가 미스 김이었다고 해요. 한국에서 가져갔다는 기념으로 미스킴 라일락이라 명명하였다합니다. 그나마 양심은 아주 눈꼽만큼이라도 있었나 봅니다. 메리 라일락, 스티븐 라일락으로 이름 붙여졌다면 우리나라 수수꽃다리의 뿌리조차 잃어버릴 뻔했으니까요.
연유를 짧게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미스킴 라일락(Syringa patula 'Miss Kim')은 1947년 미 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인 미더(E.M.Meader)가 북한산 백운대의 바위틈에서 털개회나무(수수꽃다리속)의 종자 12개를 채집하여 이중 한 개체를 개량하여 얻은 품종으로, 이름을 미스킴 라일락이라고 붙였다고 합니다. 자그마한 키로 키울 수 있는 미스킴 라일락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일락이라고 합니다.
‘종자 전쟁’ 시대에 토종 종자의 중요성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어버린 ‘미스킴 라일락’.
로열티를 내고 역수입을 하여야만 하는 꽃이라니, 짙디 짙은 향기 속엔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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