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2일 일 맑음
영산홍과 철쭉을 전지했다.
정원 가꾸기에서 가장 힘들고 귀찮은 것이 바로 전지해주는 일이다.
정원을 가꿀 줄 몰랐을 땐
'일부러 저렇게 나무들을 왜 잘라주나? 그냥 생긴 대로 가만 두지.'
속으로 흉 아닌 흉을 보곤 했다.
그런 나도 이젠 별 수 없다.
나무들이 제 멋대로 자라면 사람이 주가 아닌 나무가 위세를 떨어서 집을 누르는 형상이 되니 어찌 그냥 둘 것인가? 사람이 기거하는 곳엔 집보다 더 큰 나무가 있어서는 안될 뿐만 아니라 나무가 주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전지 가위 대신 미니 이발 기구 톱을 손에 쥐고 전지하기에 돌입했다.
스위치를 넣으면 칼날이 겁나게 돌아가며 나뭇가지를 잘라주는 성능 좋은 도구.
철쭉 담장을 둥글게 밀어 주었다.
2호집과 마주한 담장너머는 지난 삼 년간 텃밭 실험했던 현장이다. 신축중인 2호집이 벌써 상량식까지 마쳤다. 연산홍 담장에 공사로 인해 인터넷 전선을 걸쳐 놓아서 키높이를 맞추어주지 못했다.
소나무 전지는 東이 하였다. 지난 삼년동안 수형을 잡아주어서 나름대로 안정감이 있어 보이는 四枝松.
앞마당 오른쪽 흰철쭉 담장
앞마당 왼쪽 흰철쭉 담장
4호집과 경계인 철쭉 담장, 이중 담장이 마당을 좁게 만드는 것 같아 철제 담장을 제거할까말까 고민중.
영산홍과 회양목 주정원
톱날이 지나간 곳은 그런대로 동글동글한 수형으로 변했다.
조그마한 전지톱으로 작업을 하니 하루해가 짧기만 했다.
쉿! 비밀 장소에 심어놓은 '심봤다' 미니 코너
지난 봄 모처에서 발견했던 어린 산삼들을 대문 바로 옆 담장 가장자리에도 열 몇 그루 살짝 심어놓았는데,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앞집 아주머니가 수시로 들락날락거리며 뒷뜰과 북쪽 담장가에 심어놓은 심들을 구경하지만, 여기에 심들이 심겨져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나 보다.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잘 자라고 있는 귀여운 심들임.^^
하루 투자로 내년에도 멋지고 화려한 영산홍꽃들을 만난다는 것을 미리 상상해보니 피곤이 일시에 달아나버린 것 같다.
'일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마라.'라는 말이 있듯이 '전지해주는 수고로움이 없으면 화려한 영산홍꽃 피는 정원 꿈도 꾸지 마라.' 뭐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하다.
ps : 옆옆집은 이틀동안 정원사에게 영산홍 및 수목들 관리를 하게 했다. 일당 25만원, 이틀 오십만원 지불.
우리 집은 부부가 일을 나누어 했으니 무려 오십만원이나 벌었다.(진짜 그런강?) 오십만원의 십분의 일 투자로 화초 묘목 사다 심으면 꽃밭 천국 되지나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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