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식물과 동물이 드디어 등장했습니다.
몇 년만에 빨간 고추 잠자리를 만나는지요?
제대로 익은 고추인가요? 빨간 고추 잠자리 한 마리가 보라 열매를 탐하고 있습니다.
보라색 속에 빨간 줄 그어놓은 듯한 고추 잠자리, 무리는? 짝은? 어디에 두고 저 혼자서 저렇게 보라 구슬에 빠져 있는지...
잠자리가 이렇게 말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구슬이 서말입니다. 아무리 많아도 실에 꿰어야 보배가 되지 않겠어요?"
보라색 구슬을 만나기 위해 지난 여름, 그 어지러운 가지를 잘라내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해마다 열매가 떨어지고 나면 가지를 조금만 남기고 싹둑해도, 이듬해 봄에는 어김없이 저만큼 자라요.
가지가 치렁치렁
열매가 바글바글
제 눈엔 보라색 보석 열매가 눈부시게 보입니다만 우리 집 정원을 한번씩 구경하러 오는 이웃들은 저 나무를 뽑아내어 버리라고 하네요?
유리창에 비친 건너편 산의 스카이라인과 보라 열매 달린 작살나무가 제 눈엔 아름답기만 한대요.
감상하는 사람에 따라서 어지럽게 보이기도 하나 봅니다.
잘라버리라(뿌리를 뽑아내어 완전히 제거하라)고 할 적마다 제 대답은 사년째 꼭 같은 말을 합니다.
"아, 네, 가지가 어지럽게 보이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가을에 보라색 열매를 감상하고 그때 그렇게 해 볼게요."
제 맘 속엔 작살나무를 작살내고 싶지 않습니다. 좀 허트러진 모습으로 보여도 이렇게 그냥 키우며 봄엔 보라색꽃 감상, 가을엔 보라 열매 감상하려고 합니다.
영산홍도 삐죽히 자란 줄기를 전지하지 않는다고 자르라고 이웃들이 성화이지만, 올해는 그냥 한번 두어보았습니다. 내년 봄에 삐쭉 솟아오른 줄기에서 얼마나 탐스러운 꽃들이 피어날 지 상상해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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