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요?
아침에 출근하니 교실 앞 문고리에 이런 봉지가 걸려 있었습니다.
교사보다 먼저 온 몇 몇 아이들이 문에 걸린 봉지를 바라보고 있다가 저를 보자마자
아침 인사도 잊고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 이게 뭐에요?"
"응? 이게 뭐지?"
벗겨서 교실로 가져왔습니다.
문에 걸어놓은 어느 분의 모습을 떠올리고 빙그레 웃으며 접시에 담아 교사 책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는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접시를 바라보며 저마다 한 마디씩 질문합니다.
"선생님, 땅콩이에요?"
"선생님, 완두콩이에요?"
"선생님, 강낭콩이에요?"
"선생님, 녹두에요?"
저마다 알고 있는 콩이름을 다 말합니다.
"하하하, 너희들 콩 이름 많이도 알고 있구나. 글쎄, 뭐지? 선생님이 한번 먹어볼까나?"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거 생으로 먹어요?"
"응? 이거 삶은 것인데? 너희들이랑 나누어 먹을까?"
천정이 떠나갈 듯이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네, 선생님."
"아참, 이것 이름은 대두콩 꼬투리입니다. 여러분들이 먹는 된장, 간장을 만드는 메주콩 꼬투리가 이렇게 생겼어요."
많이 먹어서 좋은 것인가요?
콩 한 쪽도 열 명이 나누어 먹는다잖아요?
속담 공부도 하고 나누어서도 먹을 수 있으니 오늘 아침 자습은 일석이조입니다.
콩 꼬투리 세 개씩 받아들고 행복해 하는 제자들 모습이 참 어여쁩니다.
고사리 손바닥에 올려진 콩 꼬투리
콩 한 알이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콩 꼬투리 속엔 콩 한 알 들은 것도 있고, 두 알 들은 것도 있고, 세 알 들은 것도 있습니다. 이왕 콩 꼬투리를 만들었으면 그 속엔 콩이 가장 많이 담겨야 콩이 이 세상에 태어난 보람이 가장 크겠지요?
머리는 하나이지만, 그 속에 들어있는 뉴런1에 담을 수 있는 생각, 사고는 천차만별입니다. 콩 꼬투리 속의 꽉찬 콩알처럼 우리 머리속 뉴런에는 이 세상에 유익하고 보람있게 살아가는 지식, 삶의 지혜를 꽉꽉 채워서 이 세상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앞장 서는 제자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콩알 까먹은 속 빈 콩 꼬투리를 봉지에 되담으며 아이들과 발음 훈련 공부했습니다.
"선쟁님이 주신 콩깍지는 깐 콩깍지인가 안깐 콩깍지인가?"
아이들 발음이 제대로 꼬여갑니다.
"이 콩깍지는 깐 콩깍지인가 안깐 콩깍지인가?"
열 번만 말해 보세요. 천천히 하다가 점점 빨리...
참, 쉬는 시간에 콩꼬투리를 문에 걸어놓고 간 어느 분을 찾아갔습니다.
어느 분은 바로 제가 좋아하는 후배입니다. 사람이 사람에 대해 글 쓴다는 것은 아주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아주 살짝만 이야기 해 드릴 게요.
저보다 세 살 적은 대학 후배인데요. 삶의 사고 방식, 그리고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모습이 타인의 귀감이 되는 분입니다. 그리고 이 후배만큼 아이들을 사랑하고 열심히 가르치는 분 주변에서 보기 드뭅니다.
대구교육대학을 졸업했지만 특기인 영어 공부를 총각 시절부터 독학으로 하여 영어 문법 및 회화가 자유자재인 인재 교사입니다.
초등학교에 영어 과목이 들어오고부터 영어전담 교사를 자청하여서 영어 정규 교과 이외에도 특기적성, 방과 후 학습으로 영어를 가르칩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 어디서 저런 열정이 솟아날까? 궁금했습니다.
그 열정은 바로 집안에서 묵묵히 뒷바라지 해주는 사모님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전업주부인 사모님은 전적으로 남편을 믿고 따라주며 남편을 공경하는 현대의 보기 드문 현모양처였습니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이 꼭 어울리는 후배님에게 무한한 영광이 있기를 맘 속으로 빕니다.
사모님에게 가만히 인사 드려요.
"오늘 아침에 콩꼬투리 삶아서 식구들과 나누어 드시다가 저를 생각하고, 남편에게 콩 꼬투리 봉지 들려서 출근시킨 사모님, 고맙습니다. 사모님 덕분에 어린 우리 아이들이 대두콩 꼬투리도 알게 되었고, 살아 있는 아침 자습을 하였습니다. 거듭 감사 드립니다."
- 뉴런 [neuron] nerve cell이라고도 함. 자포동물(刺胞動物)보다 고등한 대부분의 무척추동물과 척추동물에서 신경계를 이루는 기본세포.신경충격을 전달하는 전형적인 뉴런은 1개의 핵과 둘 또는 그 이상의 수상돌기(樹狀突起)가 있는 세포체를 가지고 있다. 신경충격은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수상돌기를 따라 세포체로 전달되며 고등신경계에서는 축색이 세포체로부터 신경충격을 전한다.뉴런에서 나온 섬유다발은 결합조직에 의해 결합되어 신경을 형성한다. 대형 척추동물에 있는 어떤 뉴런은 길이가 1~2m 가량 된다. 감각 뉴런은 귀나 눈 같은 곳에 있는 수용기(受容器)에서 신경계의 중심부로 신경충격을 전하는 신경세포이며 운동 뉴런은 신경계의 중심부에서 근육 같은 실행기(實行器)로 신경충격을 전달하는 신경세포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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