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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오전 흐림 오후 맑음
텃밭에 가보았더니 보리싹이 너무도 어여쁘게 잘 올라와 있었다.
(예쁜여우님, 덕분 보리밭도 경작하게 되었다우. 고마워요.)
11월 5일(토)날 뿌렸던 보리가 싹터서 이만큼 자랐다.
초등학교 다닐 때 담임 선생님이 겨울에 눈이 오면 시골사람들은 보리가 잘 자라라고 보리밭을 밟아준다고 했다.
'보리는 어째서 추운 겨울에 얼어죽지도 않고 자라지? 어째서 밟아주면 더 잘자란다는 말인가?'
그런 의문을 가졌던 그때의 꼬마 소녀는 나이 들어 세상 물정을 알았고, 보리는 가을에 씨앗 뿌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눈 덮힌 보리밭을 밟아주어야만 겨우내 솟구친 뿌리가 제자리를 잡아, 봄이 되면 잘자란다는 것을 터득한 지식으로 알았다.
이론으로만 배웠던 그 지식을 몇 십년 지난 이제서야 실천에 옮겨 보았다.
비록 보리씨 뿌린 곳은 남의 땅(집 지을 곳)이지만...
한 고랑에 파릇파릇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어여쁘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눈 내리고 땅이 얼면 나도 보리밭을 꼭꼭 밟아주어야지. 보리가 잘 자라겠지?
내년 초여름이면 바람에 파도치는 청보리밭을 미리 상상해보았다.
보리씨 뿌리면서 한 묶음 2,000원 주고 산 양파 모종도 한 고랑 심어 놓았다.
잘 자라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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