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를 뿌린 지 한달 만인 어제
부처님 오신 날, 모내기를 하였습니다. 옛날 꽃꽂이로 쓰던 수반을 총동원하고도 모가 남아서 화분에도 심었어요.
제가 논은 없지만 벼를 제 가까이 두고 자라는 모습을 보고 관찰하려고 하는 것이니, 벼 농사 짓는 농부님들이 혹 제 글 보면 벼로 장난친다고 말씀 말아주세요. 저, 이렇게 해마다 벼를 키운 지 어언 20년이 넘었습니다.
제가 해마다 벼를 심는 이유는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식물이 바로 벼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벼를 심으면 우리 사람들에게 식량만 공급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논에 가득한 논물은 바로 자연과 사람이 만들어낸 거대한 습도 조절용 천연 가습기가 아닙니까?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내뿜는 열기를 식혀주는 역할, 홍수때 물을 가득 담아주는 거대한 그릇.... 그 밖에도 많고 많은 예찬은 생략하구요.
제가 심은 벼 소개합니다.
볍씨 뿌려 자란 모
모 키가 제 새끼 손가락 만합니다.^^;;
모판을 엎었어요.
모 뿌리가 참 실하지요? 다른 식물과 달리 모 뿌리는 질긴 실 같이 튼튼합니다.
핀셋 대기...핀셋으로 모 서 너개씩 집어서 수반에 심었습니다.
수반에 심은 벼입니다.
나중 모가 자라고 물이 맑아지면 하늘도 담겨요.^^
이것도 모내기라고 줄 맞추어 심어주었어요.^^
모내기 한 미니논이 무려 여섯 개나 생겼습니다.
못물 떨어지지 않게 물관리 필수입니다.
앞으로 여름해가 쨍나면 어디 장거리 여행 꿈도 못꿀 것 같습니다. 못물 떨어지면 일년 농사 피농이잖아요?
<학교에서도 여건만 갖추어지면 벼를 심었습니다 - 2005년도 근무했던 교실 창가에서 키운 벼>
초미니 논농사
그저께, 어제 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리더니 오늘은 간간히 보이는 햇살이 정겹게 느껴집니다.
제가 해마다 학교에서 볍씨를 뿌리고 가꾸는 데는 저만의 비밀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때였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선생님이 식물은 씨앗을 뿌리면 자라서 열매를 맺는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먹는 사과도, 쌀도... 그 소리를 들은 저는 집에 오자마자 장독대 뒤에 흙을 조금 파서 쌀 한줌을 넣은 다음 흙을 뿌렸습니다. 그 날부터 매일마다 물을 주며 싹이 났는지 확인하였지만 싹틀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못기다려 땅을 파 보았지요. 햐얀 쌀들은 시커멓게 썩어있었습니다. 어머니가 그 사실을 알고선 흰쌀은 싹이 나자 않는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교사 노릇을 하면서 저 같은 제자가 혹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볍씨를 구해 심고 가꾸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아이들과 함께 관찰하고 가끔씩 이것을 소재로 삼아 글짓기 지도, 미술 자료로 활용하면서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얘들아, 이 벼들이 자라는 것은 우리 눈에 이렇게 잘 보이지? 그러나 너희들의 마음이 자라는 것은 아무도 몰라. 왜냐하면 볼 수가 없거든.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너희들의 마음이, 생각이 자란단다. 공부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라고 있지. 벼처럼 쑥쑥…. 그러면 너희들도 언젠가는 훌륭한 사람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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