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에 이어 두번째 엿기름을 만들었다. 경상도에선 엿기름을 엿질금이라고 부른다. 넓은 소쿠리에 보리를 깨끗이 씻어서 따뜻한 방에 두고 하루에 몇번씩 물을 주어 싹이 트게 한다.
지난 해는 소쿠리에 싹을 틔웠는데, 올해는 식품 건조기를 활용해보았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식품 건조기, 식품을 건조할 때만 쓰는 것이 아니네? 식품 건조기를 활용하여 보리싹 내기를 했더니만 만족, 만족, 대만족이다. (건조기 회사에서 칭찬해줄까? 아니면 건조 아닌 타용도로 썼다고 용도 침해죄로 걸리려나?^^)
햇보리 한되를 식품 건조기 한 단에 쏟아붓고 물을 주었다. 하루가 지나니 보리싹눈이 트고 있다.
식품건조기 아랫바닥이다. 보리가 구멍 아래로 빠지지만 않는다면 알맞게 싹트지 않을까? 생각하다가 깨끗이 씻은 보리를 건조기에 들어붓기 참 잘했다.
이틀이 지나니 하루전보다 새싹과 뿌리가 좀더 많이 자랐다.
성질 급한 녀석은 벌써 뿌리를 저렇게 많이 내리고 있다.
보리 뿌리가 먼저 내리고 싹이 트니 식품 건조기 한단이 복잡해졌다. 건조기 한단에서 자라던 보리를 둘째날에 건조기 두 칸에 나누어 키웠다. 사흘째 날엔 건조기 세 칸으로, 넷째날엔 건조기 네 칸으로 보리 뿌리와 싹을 나누어서 키웠다. (보리싹과 뿌리가 자람에 따라 보리가 차지하는 면적이 자꾸 늘어나는 바람에...)
보리 식구수 넓히기는 건조기 한단을 서로 포갠 다음 거꾸로 들이붓는다.
잘 자란 뿌리가 위로 왔다.
보리 뿌리가 자라면서 서로 엉키기 때문에 이렇게 매일 한번씩 뒤집고 뿌리가 엉키지 않게 서로 떼어 주어야한다.
빽빽한 보리싹들을 손으로 들썩이며 조금씩 들어내어 다른 건조기 단으로 옮겨준다.
닷새째 된 날 보리싹이 일센티미터 정도 자랐다.
이때가 엿기름(엿질금)만들기 적기이다.
마지막으로 수돗물을 한번 더 듬뿍 뿌려준 다음 식품 건조기를 통째로 들어 햇살에 말리기.
식품건조기 두껑을 덮어놓으니 아침 저녁으로만 물을 주어도 습기보전이 잘되어 보리싹이 잘도 발아되었다.
잘 발아된 보리싹을 햇살바라기 시키고 있다.
햇살을 받으며 샛노랗던 보리싹이 차츰 연두색으로 변하면서도 마구 자란다.
그렇지만 햇살이 물기를 잡아가니 더이상 자라지 못하고 뿌리가 말라간다.
한번씩 뒤집어주면서 마른 뿌리가 으스러지도록 만져준다. 뿌리가 완전히 마르면 건조기 바닥 아래로 마구 떨어진다. 바람에 날려보내는 수고를 많이 들어준다. (식품 건조기 만세다^^) 보리뿌리는 왜 바람에 날려보낼까? 엿기름으로 감주(단술)이나 조청 만들 때 뿌리가 있으면 쓴맛이 잡힌다고 한다.
뿌리가 마르면서도 보리싹은 왜 이래 자꾸 자라지?ㅠㅠ 그러니 싹이 5mm 정도 자랐을 때 말려야하나보다.
보리싹이 많이 자라면 엿기름 단맛이 덜하다고 한다.
난생 처음 보리싹 틔웠던 지난해보다 두번째인 올해는 보리싹도 적당히 자라며 말라주었다. 엿기름용 보리싹 말리는 철은 요즘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이유는 낮에는 마르다가 밤에는 얼고, 다시 마르기를 반복하면서 단맛이 더하기 때문이라고...
2011년 11월 19일 보리싹
2012년 5월 22일 익어가는 보리
이렇게 키운 보리를 수확하여 싹을 틔워 엿기름 만들기 성공했습니다.
완벽한 무공해 엿기름 자급자족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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