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발도리와 빈도리는 꽃과 잎 모습이 아주 비슷합니다. 말발도리는 지피식물로 꾸미면 좋을 정도로 키가 나즈막한 반면 빈도리는 사람 키만큼 자랍니다. 울타리용으로 키우면 알맞는 나무 수종입니다.
나무 속이 텅텅 비어서 이름을 빈도리라고 지었대요. 속이 텅빈 나무는 대나무와 빈도리, 두 종류라고 합니다.
뒷마당 담장가에서 자라는 말발도리입니다. 잎 모양과 꽃 생김이 아주 비슷하지만 말발도리는 키가 나즈막하게 자랍니다.
반면 빈도리는?
이렇게 고운 색감을 가진 꽃이삭이라니...
뒷마당에 심어놓은 빈도리 나무에서 꽃봉오리를 처음 발견했을 때 경이로웠습니다.
'어쩌면 이리도 곱게 꽃송이를 만든단 말인가?' 감탄하면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았습니다.
가운데 굵은 나무를 박아 기둥을 만들어주고 축축 늘어지는 빈도리 나뭇가지들을 묶어 주었습니다.
빈도리 : 층층나무목 수국과의 나무.
학명 : Deutzia crenata.
원산지 : 일본
빈도리를 일본말발도리라고도 부릅니다.
갈잎떨기나무이며 관상수로 심어 기릅니다.
키는 1~3m 정도이고, 나무 껍질은 회갈색이며 줄기 속이 비어 있습니다.그래서 빈도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어린 가지는 붉은색을 띠며 나이 든 가지는 껍질이 벗겨집니다. 5~7월에 피는 흰색 꽃은 가지 끝에 총상꽃차례로 달리며 고개 숙인 것처럼 땅을 향해 피어납니다.
잎은 마주나고 달걀 또는 타원 모양이며 길이 3~6cm, 폭 1.5~3cm 정도입니다.
열매는 삭과이고, 지름 3.5~6mm로 동글납작하고 끝에 암술대가 남아 있습니다. 겹꽃이 피는 나무를 많첩 빈도리(Deutzia crenata for. plena Schneid)라고 합니다.
잎 끝으로 갈수록 조금씩 뾰족해지며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습니다.
'빈도리' 나무를 키우게 된 사연
2011년 어느 가을날, 모 자연학습원으로 출장을 갔습니다. 뜨락에서 나뭇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무를 만났습니다. 동료 한 분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이 나무 이름이 뭡니까?"
"네? 꽃도 잎도 없는데 나뭇가지만 보고 이름을 어떻게 알아 맞히겠습니까? 하하."
그러다가 제가 말했습니다.
"혹 지금 이 나무를 꺾꽂이하여 새 잎이 나서 자라면 이름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젓가락만한 길이로 나뭇가지 하나를 잘랐습니다. 화분에 심어 물을 주며 가꾸었습니다.
이듬해 봄날, 젓가락길이 만한 가느다란 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나더군요. 일년이 지나니 뿌리에서 또 새로운 줄기가 올라오고, 쑥쑥 자랐습니다. 그때까지도 전 이 나무의 정체에 대해 알 수 없었습니다.
나무 이름 물었던 동료는 전근 가버렸고, 저는 뜻밖에 잘도 자라서 복잡해진 작은 화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몰라서 고민했습니다. 버리자니 일년간 키운 것이 아깝고, 키우자니 평범한 나무인 것 같아 정도 별로 가지 않았습니다. 마땅히 키울 장소를 마련하지 못해 집 뒷마당 한 귀퉁이에 심어주었습니다.
지난 해, 기대도 하지 않았던 그 나무에서 꽃 한 무더기가 피어났습니다. 처음 만난 꽃을 토대로 나무 이름을 알아내었습니다.
"빈도리!"
그 빈도리가 올해는 꽃이 아주 제대로 왔습니다. 빈도리는 평범한 나무가 아닌 멋진 나무였습니다. 우리 마을에 빈도리 꽃이 피는 집은 저희집 밖에 없으니까요.^^
빈도리 나무 잘라서 속 들여다보기
보세요. 속이 이렇게 텅텅 비었습니다.
속이 빈 나무는 대나무와 빈도리, 두 종류 밖에 없다고 하는 말, 맞지요?
빈 속을 찍기 위해 싱싱히 자라는 생가지 하나를 꺾어서 빈도리에게 참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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