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보아온 허수아비, 논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있던 허수아비.
동시에서도 동화에서도 주인공이 많이 되었던 허수아비.
그 허수아비를 난생 처음 텃밭에 세워보았습니다.
허수아비 역할, 놀랍습니다.
새는 역시 새입니다. 3초후면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우스개 소리처럼...
새 머리가 달리 새머리일까? 싶더군요.^^
텃밭 한가운데 서 있는 세련된 허수아비^^
나리님이 보내준 사탕수수입니다. 뒷동산 까치가 넘보다 허수아비가 지켜보니 포기하고 얼씬도 않습니다.
무성하게 자란 피마자 잎. 이건 까치가 탐내지 않는 식물이구요. 피마자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땅콩을 심었는데, 이넘의 까치가 꽃이 지고 땅콩알이 조금 생기려하던 8월 어느 날 땅을 파고 신나게 까먹는 것입니다.
이 모습을 보고 문득 허수아비를 생각했습니다. 요즘 새들은 허수아비를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하는 말이 있지만, 그래도 한번쯤은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땅콩을 심어놓으면 땅콩 익을 때쯤이면 까치가 귀신같이 알아채고 다 파먹어 수확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만 그래도 해마다 땅콩을 심었습니다. 지난 해도 혹시나 하며 심었다가 역시나 까치에게 다 빼앗기고 한 되도 수확하지 못했습니다.
뒷동산이어서 잎만 무성하고 열매가 부실하게 맺힌 사탕수수입니다.
그런데 허수아비가 지켜준 후부터 거짓말처럼 까치가 밭으로 내려앉는 것이 싹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신기할 수가?
허수아부지, 고맙습니데이. 진작 허수아부지를 모셔다 놓을 것을...
사람들이 "요즘 까치들은 약아서 사람인지 허수아빈지 구분도 잘해서 허수아비를 무시한다"고 하던 그 말이 진짜인줄 알고 밭에 허수아비 만들어 놓을 생각 꿈에도 해보지 않았던 것입니다.
8월 10일 씨앗 뿌려 모종 만들어 심은 배추도 잘 자랍니다.
생강도 쑥쑥 자라고요. 야콘도, 토란도, 마도 반그늘 속에서 신나게 잘자라 줍니다.
브로콜리 꽃송이, 먹기 아깝습니다. 난생 처음 심어 구경하는 재미가 더 큽니다.
쌍둥이 브로콜리입니다.
집 뒷동산에서 자라는 밤나무와 도토리나무입니다.
(쉿, 이건 비밀인데요. 참나무를 죽죽 감고 올라가는 담쟁이 덩굴이 보이지요? 저게 바로 아주 좋은 약재입니다. 요즘 모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 '천기누설'에 나오는 식물들, 참 많이도 수난당하고 있더군요. 저 담쟁이 덩굴도 그 프로그램에 나올까 겁납니다. 사람들이 싹쓰리당할까 보아서요.^^)
휴일이면 도토리 줍느라 허리가 다 굽혀집니다. 올해는 도토리가 풍년이더군요. 제가 주워도 (미처 못다 줍다보니) 우리 집 뒷동산에서 살아가는 청설모는 먹이가 버글버글하니 걱정없어요.
복분자나무 자라는 모습입니다.
올해 복분자 열매가 좀 많이 맺혔는데 시기를 맞추지 못해서 하나도 따먹지 못했습니다. 대신 고창 농부 아내님에게 올해도 부탁하여 달고 맛있는 복분자 열매를 손쉽게 구입했습니다.
아참, 허수아버님, 정말 고맙습니다.
십자로 만든 철 막대기에 흰 와이셔츠 한 장 입혀주고 창 있는 모자 하나 씌워준 것 밖에 없었는데, 해마다 때를 기다려 헤집어놓던 까치를 쫒아내어 주다니, 이 얼마나 놀랍고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허수아비 덕분에 올해는 옥수수도, 땅콩 수확도 심은만큼 잘 거두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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