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월 21일 일요일 맑음
한낮에 특별한 작두콩 수확을 했다.
지난 봄 6월 초에 작두콩 씨앗을 발아시킨 모습
작두콩은 껍질이 매우 두텁다. 씨앗 여섯 개를 접시에 불려놓아도 여간해선 뿌리가 잘 내리지 않았다. 이유가 있다. 지난 해 수확한 작두콩은 알이 제대로 영글지 못해서 전혀 발아가 되지 않았다. 2009년도에 수확하여 냉동실에 넣어놓은 작두콩 씨앗 몇 개를 혹시나 하며 물에 불려본 것이다.
하루만에 씨앗이 퉁퉁 붓더니 처음 수확할 당시의 크기 모습처럼 커졌다. 희망이 있을 것 같았다. 드디어 일주일만에 겨우 뿌리가 보였다. 한 알 한 알을 저면 관수용 화분에 심어놓았더니 드디어 싹이 텄다. 연밥(연씨앗)처럼 몇 년 묵은 작두콩 씨앗도 발아된다는 것이 그렇게 신기할 수 없다. 두 포기는 우리 집 전나무에 심고, 네 포기는 옆집에 드렸다.
드디어 가을이다. 옆집에서 작두콩 수확을 언제 하느냐고 하셨다. 그러고보니 작두콩 수확 시기가 요즈음인 것이다. 작두콩 껍질과 속콩이 서리 맞으면 약효가 떨어진다. 내 말을 듣고 즉각 작두콩 수확에 나선 옆집 사장님에게
"잠깐만요. 카메라 갖고 올게요."
집으로 얼른 뛰어가서 가져왔다.
우와, 정말로 작두처럼 크기도 하다.
소나무 아래 심어서 타고 올라가게 한 작두콩,
아름드리 소나무를 잘도 감고 올라갔다. 사방으로 사진을 찍었다.
작두콩이 알맞게 영글었다.
얼마나 큰가 손바닥을 내밀어 비교해 주셨다.
정말 대단한 크기이다.
손바닥에서 팔꿈치까지 오는 길이와 두툼한 꼬투리.
소나무를 휘감고 잘 자라준 작두콩 네 포기
전지 가위로 열심히 수확하시는 집 주인.
우와, 네 포기에서 이렇게나 많이? 무려 열 아홉 개이다.
바구니에 열 개나 담아 주셨다.
"네? 왜 이렇게 많이? 두 개만 주셔도 되는데요?"
"씨앗 발아시켜 주신 덕분에 난생 처음 작두콩 심어본 것입니다. 퇴비 한 포 넣고 심어만 놓았지 저 혼자 잘 자라 주어 달린 열매이니 절반씩 나누어야지요."
"그렇게 말씀하심 제가 다 미안한 걸요. 내년에도 제가 씨앗 발아시켜 드릴 게요. 그럼, 키우신 분이 저보다 한 개 더 하세요."
작두콩 한 개를 다시 드렸다. 작두콩을 들고 우리 집으로 오며 생각했다.
'이렇게 특별한 수확법도 있네? 너무도 고마우신 이웃, 내년에는 좀 더 일찍 씨앗을 발아시켜 드려야겠다.'
이렇게 해서 옆집은 열 개, 우리 집은 아홉 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눔을 한 작두콩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두콩 효능
작두콩과 친해지기|텃밭 식물2009.12.03 23:21 넣고 차를 달여 먹는다해요. 버리면 음식 쓰레기가 될텐데, 콩도 먹고 꼬투리도 달여서 먹을 수 있다니, 작두콩의 효능이 그렇게 좋은지 이번 겨울 제 몸을 생체 실험 대상용으로 활용해 보아야겠어요. 지난 해 겨울, 꼬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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