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어제 낮에 큰집 큰오빠가 별세했다고 기별이 왔다. 돼지는 동대구역에서 밤 8시 5분발 서울행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갔다. 영천 파티마병원 장례식장에 갔다. 영정으로 만나는 사촌오빠, 내 마음 속에는 언제까지나 젊은 오빠였는데, 연세가 벌써 여든 여섯이 되셨다니 믿기지 않는다. 내 나이 먹어가는지도 모르고...
밤 열시 넘어서 경산에 있는 작은 오빠 집에 한 시간 정도 있다가 집에 오니 밤 12시가 넘었다. 간단히 씻고 돼지가 보냈다는 메일을 확인하려고 컴퓨터를 켜니 숭례문이 불타고 있다고 메인에 올라와 있다.
깜짝 놀라 텔레비전을 켰다. 설 잘 쇠고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몇 시간 전까지 큰오빠가 돌아가시어 슬피 울고 왔더니, 숭례문이 타고 있다니...
어찌 이런 일이...
지난 해 겨울 방학때였다. 한번씩 서울 가도 남대문시장 구경하고 먼발치에서만 구경했는데, 지난 해는 남대문 시장을 갔다가 난생 처음으로 새롭게 단장한 숭례문을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다.
일년전 1월달에 보았던 숭례문이 이젠 이렇게 역사속으로 걸어가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영원히 사는 사람도 없고
영원히 보존되는 사물도 없으니,
이 세상에서 생겨난 모든 것은 언젠가는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일진대, 일찍 사라지고 늦게 사라지는 것에 너무 슬퍼하지 않기를...
천재지변(지진, 홍수, 자연 발화 등)으로 숭례문이 사라졌다면 이 글을 쓰는 나를 비롯, 우리 국민들이 덜 슬플까?
어쩌면 숭례문이 이번 화재로 소실 된 것은 우리 나라의 모든 국보, 보물 등 문화재를 위해 전화위복이 될 지도 모른다. 타산지석으로 삼아 문화재를 보호하는 데 소홀함이 없을 것이다.
위의 사진처럼 우리 국민 누구라도 가까이 가기 쉽게 배려했던 관청 나으리들이 생각을 바꾸게 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국보 1호는 국보 1호답게 우리 국민들이 보는 가운데 한밤을 화려하게 빛내며 찬란히 산화했을 것이다.
어리석은 국민들을 이렇듯 불로써 가르치고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국보 1호는 옛모습으로 새롭게 복원될 것이다.
산천리 방방곡곡을 이잡듯 뒤지면 심심유곡에 꼭꼭 숨어 자라고 있는 수백년된 아름드리 소나무들을 발견할 것이다.
대들보, 기둥, 서까래, 보 등으로 쓰일 수 있는 우리 소나무들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지난 가을 봉화 어느 심심유곡에 갔을 때 너무나 튼튼하고 죽 벋어 자라는 수백년은 됨직한 소나무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야, 이 소나무는 구중 궁궐 기둥에 쓰일 재목감이다."
하며 감탄했던 적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국민은 누구라도 심심유곡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를 우선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일런지도 모른다.
문화재 당국은 어떤류의 소나무들이 숭례문 재건에 쓰일만한 재질이 될지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찾아내길 국민들에게 호소하기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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