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그동안 식물만 열심히 키운 것이 아니었대요.
식물을 열심히 키우면서, 10년전 왼쪽 목에 팥알만한 혹이 만져졌어요. 그것이 조금씩 자꾸만 자랐습니다.
'병원에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밍기적거리다가 올해는 꼭 수술을 받아야겠다고 결심을 했습니다.
해외 여행 갔다와서 가을걷이 다 끝내놓고 드디어 10월달, 병원에 진단 받으러 갔습니다.
동네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 등 각종 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두경부 지방종, 조직검사 및 수술은 종양이 침샘과 가까이 있어서 위험하다며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그 바람에 의사 소견서 및 영상 CD를 들고 서울 신촌 세브란스로 갔습니다. 병원 이름 자체가 으시시했습니다. 신촌 세브란스 암병동 이비인후과 고윤우 박사님에게 진료를 받았습니다.
피 검사를 하고 입원 날짜를 배정 받아 11월 13일, 오후 2시에 입원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 거실에 둔 리톱스가 꽃 핀 모습을 찍었습니다.
'너, 내가 집에 올때까지 잘 피어 있어.' 맘 속으로 인사했더랬어요.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니 영략없는 환자가 되어버리더군요.
병원에서 제공된 저녁을 먹으려고 숟가락을 들고 밥 한 술을 뜨려고 하는 순간 간호사가 들어왔습니다.
"어머? 밥 안먹었지요? 내일 아침에 CT 촬영이 있어 오늘 저녁 금식입니다."
이러면서 금식 팻말을 침대 위에 걸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왼쪽 귀 뒷바퀴 주변의 머리를 전기 면도기로 밀어주대요.
사각거리며 잘려나가는 머리카락 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튿날, CT 촬영 및 수술 일정으로 인해 아침은 물론 점심까지도 금식이었습니다.
물 한 모금은커녕 무려 세 끼를 먹지 못하게 되니 무지 배가 고프대요. 오른 손등에 굵은 링겔 주사 바늘을 꽂고 수술 받을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오후 두 시, 간호사가 와서 미리 화장실에 다녀오고 속옷은 모두 벗고 환자복만 입으라고 했습니다.
조금 뒤, 건장한 남자 간호사가 침대를 끌고 왔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엘리베이트를 타고 수술실로 갔습니다.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수술실에 들어가니 온몸에 찬바람이 휘감겨 왔습니다.
으시시 춥고 마음도 떨렸습니다.
눈을 감고 누워있는 나에게 누군가가 귓속말을 했습니다.
"기도해 드려도 될까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귓속말로 기도해주시는 분의 목소리가 참으로 차분하고 다정했습니다.
수술실 안에서 아주 많이 기다린 것 같습니다.
이름과 생년월일, 수술할 부위, 치아 보정 여부 등등을 물었습니다. 대답하고 나니 전신마취를 위해 주사를 놓고, 입에 무엇을 가져다 대는 것이었습니다. 5초도 되지 않아 나는 무의식 나라로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겠지요.
누가 내 몸을 흔들었습니다.
그 바람에 눈이 뜨였습니다.
발 밑에 따뜻한 공기가 들어왔습니다.
"수술 잘 끝났어요. 이제 입원실로 갑니다."
수술실 밖에 나오니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엄마, 수술실에 들어간지 무려 4시간이나 되었어. 지금 6시야."
"응? 그래? 그렇게나 시간이 흘렀어?"
자는 동안 수술 자국을 아들이 찍어 두었대요.
목 부위에 수술 자국이 남겨지지 않게 귀 뒤로 이렇게 자르고 로봇수술을 한 자국입니다.
흉터 위로는 본드를 붙였다고 합니다.
수술 후 하룻밤을 병실에서 보낸 후, 이튿날 오전에 퇴원을 하였습니다.
일주일 지난 모습, 하얗게 보이는 것이 본드입니다.
처방해준 항생제와 진통제, 위장약 등등을 먹지만 왼쪽 목 주변과 턱이 묵직하니 아팠습니다.
밀었던 머리카락이 조금씩 자랐습니다. 일주일 될때까지는 이렇게 수술 부위가 깨끗했습니다.
9일째 되는 날 한밤에 온몸에 열이 나고 귓바퀴가 너무도 아파서 날밤을 샜습니다.
다음날 신촌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에게 이야기 했더니 치유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하였습니다.
3주일이 지나니 드디어 붙어있던 본드가 떨어졌습니다.
매일 하루에 두 번, 제노라겐을 앞으로 6개월 동안 발라 주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수술로 인해 잘렸던 주변 신경과 근육 등 잃어버린 감각이 되돌아오게 목 운동을 하루에 몇 번씩 하여야 합니다.
귀 주변 수술 자국에 찬바람이 들어갈까봐 남자 방한모를 덮어썼어요. 이런 모습으로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후, 30~40분씩 동네 한 바퀴 걷기 운동을 합니다.
집에서 샤워만 대충하다가 수술 한 지 꼭 한 달 되는 날 사우나 하러 달려갔습니다.
그 날아갈 듯한 기분이란!
이상하대요. 예년 같으면 리톱스와 코노피티움 꽃이 가을 무렵 정원석 위에서 피어났었지요. 올해는 집안에 들여놓고나서 이렇게 겨울에 꽃이 피어나 주었습니다. 다육이도 제가 병원에 갔다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이렇게 이쁜 짓을 해주는 것 같아 가슴이 찡했습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킨다지만, 제가 아무리 건강을 지키려 애써도 몸에 절로 쌓이는 노폐물(?)은 어쩔 수 없더군요. 이렇게 해서 난생처음으로 전신마취 받게 되어 몸과 마음이 떨었고, 전신마취에서 깨어난 후 살아난 것이 기뻤고, 조직검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수술 부위는 시일이 가면 표가 나지 않는다니 참으로 좋은 세상에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아참, 수술해주신 고윤우 박사님 매우 고맙습니다. 수술 6개월 후에 반가운 얼굴로 뵈올 때까지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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