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 목 흐리고 가끔 이슬비
울산에 사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새벽 6시부터 1박 2일로 여행할 준비를 하여 7시에 집을 나섰다. 남편이 용인까지 승용차로 태워준 덕분, 용인 농협 앞 버스 정류장에서 수서역으로 가는 버스에 무사히 올라탔다.
명지대 출발- 수서역으로 가는 5600번 버스 노선
4월은 이제 영산홍, 자산홍, 백산홍들이 자태를 뽐내는 계절이다.
아침 출근길이어서 길이 밀렸다.
조경이 잘되고 시야가 훤하게 뚫린 넓은 도로를 보니 '우리나라 정말 잘 사는 나라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저 멀리 길 가운데 우뚝 선 건물은 제2롯데월드이다. 1시간 20분 걸려 수서역 승강장에 도착했다.
미리 예매한 srt 기차에 올라 앉으니 함께 갈 은숙이도 뒤이어 들어왔다. 동대구역에서 혜숙이도 합류했다.
10시 출발 12시 8분에 울산역에 도착하니 희옥이가 승용차를 대기해 놓았다. 지난 해 캐나다 로키 갔다 온 이후 다시 만난 친구들, 얼굴이 더 밝아지고 화사해 보여 모두들 젊어진 것 같았다.
대왕암 공원으로 가는 도중에 음식점에 들렀다. 점심으로 청국장을 먹었다.
숙소 앞에 승용차를 주차했다
숙소 주변 풍경이 아늑하고 평화로웠다.
대왕암 공원 둘레길을 산책했다.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보니 지나는 이가 마치 우리 일행처럼 보여서 나무 한 그루를 옆에 심었다.^^
일기예보에는 비가 온다고 했는데,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으나 대신 바닷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대왕암 주변 바위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생겼다.
바위 위의 낙락장송이 참으로 멋지다.
흐린 날 덕분에 사진 한 컷, 한 컷이 절로 작품이 되는 것 같다.
저녁 5시 30분까지 대왕암 둘레길을 산책하고 숙소로 들어왔다.
숙소는 울산교육수련원, 매달 25일전에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된다. 5인실 숙소비는 3만원,
창 밖으로 보이는 바닷 풍경이 한 폭의 그림같았다. 가방을 숙소에 두고 다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복도 창밖 풍경
숙소 맞은 편에 횟집이 있었다.
근사하게 차린 회를 맛있게 먹었다. 중을 시켰는데 네 명이 맘껏 먹어도 회가 남았다.
참, 이 회는 혜숙이가 아들 낳은 한 턱이다.
회 턱 쏜 사연은 깊고도(?) 깊다.
고 1때 한반이었던 혜숙이, 같은 대학 진학한 우리였지만 발령은 서로 동떨어진 곳이었다. 혜숙이는 부산, 나는 경북 어느 중소도시, 그런데 부산있던 혜숙이가 그 좋은 도시 부산을 떠나 내가 근무하는 중소도시로 전출왔다. 이년 뒤 같은 학교에 근무했다. 또 같은 주공아파트에 살게 되었다.
그 이후, 대구로 이사했고, 몇 년 뒤 혜숙이도 대구로 왔다. 이번엔 아파트 단지는 서로 달랐지만 희한하게도 우리집 아파트 주방에서 혜숙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동이 똑바로 보였다.
딸 둘만 낳은 혜숙이 시모는 딸 둘 낳고나서 쌍둥이 아들 낳은 나에게 몇 번이나 전화하여 말씀하셨다.
"똘이 엄마요. 우리 며늘에게도 아들 좀 낳아라고 해주소. 우리 며늘에게는 그 말 직접 못해요."
"예, 아들 낳아라고 이야기 해 줄게요."
혜숙이에게 한번씩 안부 전화할 때 슬쩍 아이 낳는 이야기를 했다.
"너도 아기 한번 더 낳아 봐. 아들 낳을 것 같아."
"응, 난 딸 둘만 있어도 돼, 그리고 이 나이에... 막내 낳은 지 십년이다, 십년."
단연코 아들 필요없다. 딸 둘만 있어도 된다고 했다.
어느 날 혜숙이 꿈을 꾸었다.
퇴근 후 전화하여
"숙아, 너 혹시 임신하지 않았냐?"
"응? 너 내 임신 한 것 어떻게 알았어? 지금 삼개월이야."
"그래? 그럼 너 이번엔 필히 아들이대이?"
"응? 그래? 너, 집 대문 앞에 대나무 꽂아라. 내가 아들 낳으면 너에게 크게 한 턱 쏠게."
혜숙이는 정말 아들을 낳았고, 그 아들이 혜숙이 아들은 올 2월에 제대한 스물 여섯살 대학생이다.
한 턱 쏠 자리가 마련되지 않아서 지금껏 실천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드디어 그 아들 턱을 이렇게 근사하게 쏜 것이다.
혜숙 아들에게 무한한 앞날의 영광을 기원하며 우리는 즐겁게 회를 먹었다.
숙소로 돌아와 온돌에 이부자리를 깔고 앉아 밤 11시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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