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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3일 수요일 맑음
드디어 덩굴 벋어나가는 호박 더미에서 애호박 하나를 수확했습니다.
"에게? 무슨 모양이 왜 이래? 왜 이리 밉상스럽게 구부러져 자랐지?"
속으로 투덜거리며 땄습니다.
집으로 가져와 호박을 싱크대 위에 놓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호박을 돌려 눕혔습니다.
뚱뚱한 호박 모습은 바로 승리의 브이자가 되었습니다.
'맞아, 승리의 브이자 호박, V!"
올해는 호박이 호박 줄기마다 주렁주렁 열릴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인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볶아 먹었습니다.
이튿날 새벽, 두 번째 애호박을 땄습니다.
서서 보면 애호박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게 신기합니다.
어여쁘고 씩씩하게 벋어나가는 호박 덤불입니다.
호박 심어놓고 호박 줄기 벋어나가는 모습 감상하고, 조롱조롱 맺힌 암꽃 호박을 구경만 했더니, 결실도 맺지 못하고 떨어진 호박들, 이건 순전히 제 잘못입니다.
예년보다 많이 맺힌 호박이었는데, 예년보다 잦은 비가 오는 바람에 벌들이 활동하지 못한다는 걸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비 오는 날 암꽃이 피어 있으면 수꽃을 따서 인공 수정해 주어야 하는 상식을 깜빡한 것이지요.
승리의 브이자 첫 호박은 올해 호박 농사 풍년이 들 것임을 암시해 준 것이라 해몽하며 기쁜 마음으로 이 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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