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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7일 일요일 맑음
오후 5시, 오래간만에 혼자 연희동 주변 길을 걸었습니다. 걷다 보니 큰아들이 근무하는 연세대가 보입니다. 남문으로 들어가니 바로 축구장이 보였고,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축구장은 출입금지구역이었어요.
인조잔디구장에서 걷기운동하니 발바닥이 편해서 좋았습니다.
축구장 한 바퀴를 돌다보니 인조잔디가 아닌 진짜 잔디밭에 흰젖제비가 보입니다.
'너도 봄이라고 벌써 나와서 이렇게 꽃 피었구나.'
잔디밭을 둘러보니 사방이 흰젖제비만 보입니다. 그 흔해빠진 보라 제비꽃이라든지 미국 제비꽃, 심지어 민들레조차 보이지 않고 오로지 흰젖제비뿐입니다.
'아, 고 녀석들 운도 좋구나. 너희들만의 세상 앞으로도 잘 지켜 나가길...'
맘 속으로 인사하며 운동장을 뱅글뱅글 돌다 집으로 향했습니다.
인적 없는 남문 앞 연희동 삼거리 가는 길이 한적하니 참 좋습니다. 서울 도심에 이런 멋진 숲길이 있다니...
한적한 길을 지나 넓디넓은 대로를 건너 아파트에 들어섰습니다. 104동 옆에 심겨진 라일락 군락지에선 라일락 향기가 대단합니다.
새순 돋은 적이 엊그제 같더니 벌써 라일락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한가하게 걸었던 한 시간, 그다음 기다리는 것은 식구들 위한 식사 준비...
정신없던 일요일 하루가 또 쏜살같이 흘렀습니다.
언젠가부턴 이렇게 '가는 세월'이 아깝습니다.
나이 듦을 부정하고 싶습니다. 몸이 예전처럼 가볍지 않음에 속으로 쓸쓸해하며 하루하루를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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