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8일 목요일 맑음
리조트 조식으로 내가 차린 아침 밥상
간밤에 이야기하느라 모두들 늦잠에 푹 빠져 있는 시각,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간단한 식사 준비를 했습니다. 세상에나! 일성리조트에는 전자레인지가 없습니다. 전기밥솥에 햇반과 옥수수를 넣고 보온으로 눌러놓았습니다.
도토리묵
도토리묵을 냉장고에서 꺼내었습니다. 뒷동산에서 주운 도토리로 만든 묵을 친구들에게 맛 보여 주고 싶어 만나는 날 아침 7시에 만든 것입니다. 자급자족으로 키우는 청계 달걀 몇 개도 오쿠에 구워서 가져왔습니다. 접시에 오이를 깔고 도토리묵을 잘라서 접시에 담고 그 위에 다진 미나리잎을 올렸습니다. 접시에 담는데 생각보다 모양이 나지 않습니다.^^;;
무공해 나물반찬
참죽나무 고추장아찌, 마늘쫑고추장무침, 익힌 마늘쫑 무침, 삼잎국화와 머위 간장 장아찌, 부추김치를 접시에 담았습니다. 가운데는 뒷동산에서 채취한 울릉도 취나물(부지깽이나물), 참취나물, 잔대나물, 초롱꽃나물을 데쳐서 놓았습니다. 오징어채는 혜숙이가 만들어 들고 온 것입니다.
도토리묵 위에는 집에서 키운 청정미나리를 총총 채썰어 올렸습니다. 식용꽃으로 장식을 했는데 이렇게 어울리지 않기는 처음입니다. 뒷동산에서 키운 곰취를 준비해 왔습니다. 가스불에 쪄서 접시에 놓았습니다. 집된장, 고추장과 양념장은 가지고 온 그릇째로 식탁에 놓았습니다.
식탁 위엔 꽃 한 송이라도!
화단에 한창 피어나는 패랭이 몇 송이를 잘라와서 탁자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화병은 생수병으로 급조했습니다.
내가 차린 아침 밥상
이렇게 어설픈 조식을 한 상 차렸습니다. 국 끓일 재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텃밭에서 갓 딴 완두콩을 쪄서 국그릇에 한 그릇씩 담았습니다. 접시에 반찬을 놓을 동안 혜숙이가 사과 두 개를 잘라서 그릇에 담아 놓았습니다.
'아후, 이쁘게 모양내어 잘라 놓으려 했더니만...'
원래 계획은 아침 조식으로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걸 먹으려고 했습니다. 여행 떠나기 전전날, 혜숙이가 자기가 오징어채 무침을 가져갈 것이니 집에서 간단한 반찬 두어 가지와 햇반만 준비해 오면 좋겠다고 했더랬습니다.
국그릇에 담긴 완두콩을 각자 까서 밥 위에 얹어 먹었습니다.
어설픈 아침 밥상이었지만 친구들이 맛있게 먹어주었습니다. 곰취 인기가 제일 좋았습니다. 희한하게 친구 세 명이 전부 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가지고 간 커피는 가방에 도로 넣었어요. 하하
후식으로 루이보스차를 마셨습니다.
남은 쑥인절미 두 개와 밥솥에 데운 무無맛의 옥수수는 밥 먹고 나니 배 불러 먹지 못했습니다.
이번 모임은 제가 주최자였기에 조식 한 끼 식사와 설거지를 도맡아 했습니다. 떠날 자리를 대충 정리했습니다. 어설펐던 일성 리조트 주방, 21세기 찬란한 시대에 인덕션은커녕, 전자레인지도 없이 아직도 가스레인지만 있다니... 대단한 일성리조트입니다.
희옥이와 혜숙이가 잤던 거실과, 은숙이와 내가 잤던 침대방을 둘러보고 방을 나섰습니다. 10시 10분에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니 東이 시동 걸고 차를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불편하기 그지없었던 주방 구조임에도 이다음 또 이용하겠느냐고 묻는다면 '예스'라고 할 것 같습니다. 일박 97,000원 가성비가 좋고, 숙소에서 걸어서 5분이면 남한강변을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목적지 '영릉'을 향하여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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