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3일 일요일 종일 비
7월 들면서부터 거의 매일 비가 내립니다. 전국 곳곳에 비 피해 소식으로 인해 나라가 몸살을 하는 중입니다. 앞으로도 더 비가 내린다니 맑은 햇볕이 그립습니다.
음력 날짜를 헤아려보니 오늘은 음력 6월 6일입니다.
절기로는 대서입니다.
대서는 24 절기 중 열두 번째 절기입니다. 장마전선으로 비가 자주 오고 더위가 극에 도달하는 시기입니다.
옛날 학창 시절에 배웠던 농가월령가 중 유월령을 떠올려 봅니다.
농가월령가는 정약용의 2남인 정학유(丁學遊, 1786-1855)가 헌종 때 지은 가사체로 된 월령 형식의 노래입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농사와 세시 풍속, 놀이, 행사는 물론 제철 음식과 명절 음식을 월별로 나누어 알려 줍니다. 여기서 ‘월령’이란 매달 할 일을 적어 놓은 행사표를 뜻합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다양한 농사 내용과 세시 풍속이 담겨 있어 조선의 서민 문화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로 쓰입니다.
이 노래는 농민 스스로 자신의 생활 모습을 담아 지은 것이 아니라, 실학자인 정학유가 농민들에게 농업 기술과 예의범절 등을 알려 주기 위해 지은 것입니다.
유월령 (六月令)
유월이라 계하(季夏)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대우(大雨)도 시행(時行)하고 더위도 극심하다.
초목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평지에 물이 괴니 악마구리 소리 난다.
봄보리 밀 귀리를 차례로 베어내고
늦은 콩팥 조 기장은 베기 전에 대우 들여
지력(地力)을 쉬지 말고 극진히 다스리소.
젊은이 하는 일이 기음매기뿐이로다.
논밭을 갈마들어 삼사차 돌려 맬 제
그중에 면화밭은 인공(人功)이 더 드나니
틈틈이 나물밭도 북돋아 매어 가꾸소.
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 막혀 기진할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다.
정자나무 그늘 밑에 좌차(坐次)를 정한 후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메운 후에
청풍에 취포(醉飽) 하니 잠시간 낙이로다.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오조 이삭 청태콩이 어느 사이 익었구나.
일로 보아 짐작하면 양식 걱정 오랠소냐.
해진 후 돌아올 제 노래 끝에 웃음이라.
애애한 저녁 내는 산촌에 잠겨 있고
월색은 몽롱하여 발길에 비취는구나.
늙은이 하는 일도 바이야 없을쏘냐.
이슬 아침 외 따기와 뙤약볕에 보리 널기
그늘 곁에 누역 치기, 창문 앞에 노꼬기라
하다가 고달프면 목침 베고 허리 쉬움
북창풍에 잠이 드니 희황씨(羲皇氏) 적 백성이라.
잠 깨어 바라보니 급한 비 지나가고
먼 나무에 쓰르라미 석양을 재촉한다.
노파의 하는 일은 여러 가지 못하여도
묵은 솜 들고 앉아 알뜰히 피워내니
장마의 소일이요 낮잠 자기 잊었도다.
삼복(三伏)은 속절(俗節)이요 유두(流頭)는 가일(佳日)이라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여
가묘(家廟)에 천신(薦新)하고 한때 음식 즐겨 보세.
부녀는 헤피 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
누룩을 드리어라 유두국(流頭 )을 켜느니라.
호박나물 가지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옥수수 새 맛으로 일없는 이 먹여 보소.
장독을 살펴보아 제맛을 잃지 말고
맑은 장 따로 모아 익는 족족 떠내어라.
비 오면 덮어 두고 독 전을 정히 하소.
남북촌 합력하여 삼구덩이 하여 보세.
삼대를 베어 묶어 익게 쪄 벗기리라.
고운 삼 길삼하고 굵은 삼 바 드리소.
농가에 요긴키로 곡식과 같이 치네.
산전(山田) 메밀 먼저 갈고 포전은 나중 갈소.
(풀이)
유월이라 늦여름 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큰 비도 때로 오고 더위도 극심하다
초록이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따 위에 물 고이니 참개구리 소리 난다
봄보리 밀 귀리를 차례로 베어 내고 늦은 콩 팥 조 기장을 베기 전에 심어 놓아
땅힘을 쉬지 말고 알뜰히 이용하소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뿐이로다
논 밭을 번갈아 삼사차 돌려 맬 때 그 가운데 목화밭은 더욱 힘을 써야 하니
틈틈이 나물밭도 김매 주고 잘 가꾸소 집터 울밑 돌아가며 잡풀을 없게 하소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 막히고 맥 빠진 듯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가 정자나무 그늘 밑에 앉을자리 정한 뒤에
점심 그릇 열어 놓고 보리 단술 먼저 먹세 반찬이야 있고 없고 주린 창자 채운 뒤에
맑은 바람 배부르니 낮잠이 맛있구나 농부야 근심 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오조 이삭 푸른 콩이 어느 사이 익었구나 이로 보아 짐장하면 양식 걱정 오랠소냐
해진 뒤 돌아올 때 노래 끝에 웃음이라 자욱한 저녁 내는 산촌에 잠겨 있고
달빛은 아스라이 발길을 비추누나 늙은이 하는 일 아주 없다 하겠느냐
아침 일찍 오이 따기 뙤약볕에 보리 널기 그늘에서 누역 만들기 창문 앞에 줄 꼬기라
하다가 고달프면 목침 베고 허리 피고 북쪽 바람 잠이 드니 좋은 세월이로구나
잠 깨어 바라보니 급한 비 지나가고 먼 나무에 쓰르라미 해지기를 재촉한다
할머니가 하는 일은 여러 가지 못 되지만 묵은 솜 들고 앉아 알뜰히 피어 내니
장마 때의 심심풀이 낮잠 자기 잊었도다 삼복은 속절이요 유두는 좋은 날이라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갈아 국수하여 사당에 올린 다음 모두 모여 즐겨 보세
아녀자 헤피 마라 밀기울 한데 모아 누룩을 만들어라 유두 누룩 치느니라
호박나물 가지김치 풋고추 양념하고 옥수수 새 맛으로 일 없는 사람 먹어 보소
장독을 살펴보아 제 맛을 잃지 마소 맑은 장 따로 모아 익는 대로 떠내어라
비 오면 꼭 덮고 아가리를 깨끗이 하고 이웃 마을 힘을 모아 삼 구덩이 파보세
삼대를 베어 묶어 익게 쪄 벗기리라 고운 삼 길쌈하고 굵은 삼 밧줄 꼬고
촌집에 중요하기는 곡식에 버금가네 산 밭 메밀 먼저 갈고 갯가 밭 나중 가소
학창 시절엔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고 어렵기만 하던 내용이었습니다.
어른 되어, 아니 퇴직 후 도시 삶 접고 시골에 와서 시골살이하며 직접 농사짓고 살다 보니
농가월령가쯤이야 식은 죽 먹듯 글 내용이 이해되고 시골 풍경이 눈에 선합니다.
농사짓는 것이 힘은 들지만
등 따시고 배부르니 이만한 삶의 즐거움이 어디에 있겠어요?
아침에 쏟아지는 빗속에서 옥수수를 약간 수확했습니다. 큰 냄비에 소금 한 큰 술을 물에 풀고 옥수수를 삶았습니다. 시간은 25분, 뜸 들이기 5분이면 완성입니다. 뜨거운 옥수수를 손에 쥐고 호호 불며 먹는 이 맛이란!
맛있게 삶긴 옥수수를 껍질 벗겨 먹으며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듣습니다.
지난 봄애 노란색 찰옥수수, 검은 찰옥수수, 회색 찰옥수수를 심었습니다. 수확하여 보니 이렇게 잡종이 되어 버렸습니다.
잡종이건 아니건 찰옥수수 맛을 느낄 수 있으니 뭐, 문제 되지 않습니다. 직접 심고 키워 먹을 수 있음을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주란 꽃봉오리에서 문주란 꽃이 두 송이 피어났습니다. 향기로운 문주란꽃향기가 있어 더욱더 고마운 하루입니다.
* 조롱박님, 잘 지내시지요?
까마득히 잊혔던 농가월령가를 다시금 읽게 만들어주신 조롱박님을 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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