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월 10일 오전 햇빛, 오후 구름
오늘도 오전 내내 실내 청소를 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더라면 경비가 들어도 청소 용역을 줄걸... 후회하다가도
'아니다. 지금은 방학이니 힘은 들더라도 내손으로 직접 청소를 하면 경비 걱정 할 필요도 없고 새집에 대한 애정도 더 빨리 들거야.'
스스로 위로하며 일층부터 다시 차근차근 먼지를 제거하고, 구석 구석 걸레로 닦았다.
오후, 그저께 예약한 조경업자가 인부 두 명을 데리고 왔다. 마당 앞과 집안 오른쪽 마당에 자리잡은 참나무 두 그루의 둥치를 어루만지며 마음 속으로 나무에게 말을 했다.
"참나무들아, 미안해. 이 추운 겨울날 너희들에게 상처를 내어서... 이사오면 가장 먼저 너희들을 전지하기로 옆집과 약속을 했기 때문이야. 대신 너희들을 잘 돌보아줄게."
수령이 약 70-80년 정도 된 이 참나무는 지난해 초가을에 처음 봤을 때 그늘을 만들어 주어서 너무 고마웠고, 10월에 만났을 때는 노랗게 단풍 든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렇지만 위로 옆으로 한없이 벋어나며 자란 가지들이 옆집에 그늘을 너무 많이 만들어서 옆집은 이 참나무로 인한 피해를 많이 본다고 했다. 그늘 때문에 옆집 마당 잔디가 다 죽었고, 가을이면 떨어지는 낙엽 청소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라고 했다. 나무를 전지해 달라고 전 소유주에게 말했지만 나무가 멋있어서 터를 잡았기에 벨 수 없다고 했단다. 그래서 서로 싫은 소리를 많이 했다고 한다.
이왕 베어주기로 한 것, 가지를 거의 다 잘라내고 키를 1층 높이로 낮추었다. 베고 나니 동네 정경이 훤히 드러났다. 그동안 낙엽 청소하느라 고생했던 경비원이 속이 다 시원하다며 좋아했다.
두 그루 전지하는데 15만원을 지불했다. 남은 정원수들을 전지하는 비용은 50만원이라고 했다. 東과 내가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전지하기로 했다. 면내 철물점에 가서 5,000원 주고 톱을 사왔다. 東은 앞마당과 뒷마당에서 자라는 나무들 중 키가 이층 높이보다 더 자란 중국 단풍나무, 자귀나무, 산수유, 소나무 등을 전지했다. 나는 울타리용으로 심어놓은, 연산홍과 철쭉을 전지가위로 잘랐다. 담장 사이로 삐죽삐죽 튀어나와 자란 연산홍과 철죽을 정리하고 나니, 옥색으로 칠한 철 담장이 훤히 드러나서 집 마당이 한결 깨끗해졌다. 바깥 울타리는 연산홍, 철쭉, 주목, 편백나무로 이루어졌고, 안쪽은 철담장, 이렇게 이중으로 해 놓았다. 주변의 다른 집들보다 독특한 울타리이다.
저녁을 먹고 사워를 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9시에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이 오지 않아 오랜만에 책을 들었다. 손에 든 소설책 한 권을 다 읽고 나니 새벽 1시가 훌쩍 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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