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11일 금요일 맑음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니 온천지가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새벽에 눈이 내렸나 보다. 아니 아침에도 조금씩 흩날리고 있었다. 대구에서는 드물게 보는 눈이다. 전원생활을 축복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오른쪽 마당에서 바라본 이웃집 설경, 어제 전지한 자귀나무, 모과나무 키를 좀더 낮추어야 할 듯...
우람했던 참나무였는데 우리집 쪽으로 뻗은 나뭇가지 두 개만 남기고 다 잘랐다. 키가 이렇게 낮아졌다.옆집 깜순이와 흰돌이(내가 붙여준 이름)네 개집 지붕이 보이네.
이층 서재에서 내려다 본 설경. 서재 앞 우람했던 참나무도 어제 이렇게 키가 잘리는 수난을 당했다.
오른쪽 마당 수돗가에 놓인 참나무 둥치들. 어제 조경하는 사람이 나무 의자 하라며 길이 50Cm로 다섯개를 잘라 놓고 갔다. 쓸어모아 놓은 낙엽을 미처 치우지 못했는데, 눈이 덮혔으니 이제 봄이 되어야 치울 수 있겠다.
일층 데크 앞마당에 심겨진 소나무와 주목
현관 입구에 있는 빨간 열매가 달린 키 낮은 나무, 새봄이 되어 꽃이 피는 것을 관찰해 봐야 이름을 알 수 있겠다.
아침 먹고 장갑을 끼고 걸레로 눈이 쌓인 계단과 데크를 깨끗이 닦았다. 나무에서 눈이 떨어져서 샤워 모자를 쓰고...
물을 사용하지 않고 집 바깥에 쌓였던 먼지를 걸레로 깨끗이 닦을 수 있게 해 준 눈이 새삼 고마웠다.
점심 먹고 東과 지하와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을 닦았다. 닦으면 닦을수록 청동 특유의 광택이 드러났다.
'어쩜, 마치 도금을 한 것처럼 이렇게 번쩍번쩍 금빛이라니...'
난간을 닦으며 지하에 있는 수백권의 책을 정리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설레였다. 문학을 전공한다고 했더니 전 소유주가 나에게 준 선물이다. 주택 정원 전문서적류, 요리책 및 잡지류들, 소설, 시집, 각종 사전들, 16-20C까지 유명 작품이 수록된 영문학 원서들, 영어 회화책, 토플 및 영어 테이프, 일어책 및 테이프 등등 내가 소장한 수많은 책들과 중복되는 책이 한 권도 없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아니 그 중 70%는 법률 관련 서적들이다. 책들을 정리하다 보니 전 소유주의 학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고려대 법대 졸업 후 경영학 석사, 세무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아내는 이화여대 영어교육 졸업 후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친척들의 석 박사 논문도 다수 있었다.
오후에 전소유주에게 전화 드렸다.
"책 주신 것 두고 두고 잘 보겠습니다. 그리고 닦으면 닦을수록 보석 같은 집입니다. 우리 같은 서민은 생각지도 못한 좋은 자재로 지은 집을 저희 부부가 소유하게 되어서 새삼 감사 드립니다. 언제라도 이 집이 생각나시면 방문해 주세요. 멋진 파티를 열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실은 제가 늘 바빠서 그 집을 지어 놓고도 몇 번 사용도 못했어요. 비워 놓은 집이라 이리저리 손 볼 곳이 많을 것입니다. 아무튼 두 분 행복하게 사시길 빕니다."
하며 전소유주는 반갑게 전화를 받으셨다.
거실에서, 식당에서, 이층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이렇게 그림 같은 동네가 있을까? 하얀 눈으로 쌓인 마을은 마음을 더욱 포근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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