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21일 월요일 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여니 마당이 하얗다. 정원의 나무들은 가지마다 하얀 꽃을 피운 듯, 뜻밖의 설경에 잠시 정신이 황홀해졌다. 열 두 폭의 동양화 풍경 속으로 빠져든 듯 했다. 아침 먹고 이층 발코니와 난간을 눈으로 청소했다. 닦은 만큼 윤기가 되살아나겠지? 그 다음 걸레로 바닥을 박박 문질렀다. 전실 벽과 유리창을 닦았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마루바닥을 서서 발로 닦았다. 청소가 아닌 운동이라고 생각하며 온 집안을 왔다갔다 했다.
실제로 지난 1월 7일 이후 2kg 정도 살이 빠졌다. 그동안 아파트에서 너무 편하게 생활해서 해마다 살이 조금씩 쪘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게 불어나 과체중이 된 지 오래였다. 운동을 아무리 해도 일년에 1Kg도 뺄 수 없었는데, 이렇게 일을 하다보니 몸이 힘든 만큼 체중이 빠진 것이다. 나쁜 것이 있으면 좋은 것도 꼭 생기는 것이 자연 이치이다.
처음 집 구경을 했을 때는 바닥에 낀 먼지와 때로 인해 재질이 무엇인지도 몰랐는데, 닦고 또 닦으니 집 내외부 -전실, 발코니, 테라스, 데크 등 바닥이란 바닥은 온통 대리석으로 도배를 해 놓은 집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처음 입주했을 때 화장실 문설주마다 대리석으로 해 놓았다고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
오후까지 눈이 펄펄 내렸다. 잔디밭이 흰도화지 같았다. 무슨 새이지? 가끔씩 까치가 정원 주변을 선회하지만 참새 크기 정도의 이름 모를 새가 데크 앞 난간에 쫑쫑거리며 앉기도 한다. 그러고 보니 앞뜰과 뒷뜰이 바로 새들의 놀이터였던 모양이다.
東은 지하실 청소를 다하고 캐비넷 두 개와 책장에 책을 정리해 놓았다.
점심을 먹고 東과 함께 이층 난간에서 천정에 달린 메인 샹들리에를 떼어내었다. 전소유주가 집 내부 소개를 해 줄 때 무게가 40Kg 되는 비싼 것 달았다고 자랑했던 것이다. 옥돌을 깎아 만든 전등갓이 무려 아홉개, 무거워 겨우 떼어내었다. 무거운만큼 씻기도 너무 힘이 들었다. 깨끗이 씻고 나니 새것 같았다. 힘이 들 적마다 이런 생각을 한다.
'언제쯤이면 이 넓은 집 대청소를 다 끝내지? 왜 고생을 사서 하지? 새집을 샀으면 이렇게 힘겹게 청소하는 수고로움을 덜었을 텐데..., 청소 용역을 주면 되었을 텐데... 조경사에게 전지 용역을 주었으면 되었을텐데... 아니다. 지금은 휴가 중이니 내 손으로 한 만큼 경비가 절약되니 그것으로 사고 싶은 것을 사면 될 것이다. 이런 집을 신축한다면 우리 형편으로는 엄두도 못냈을 거다. 그러니 이렇게 수고로움이 있으면 그 다음은 반드시 달콤한 휴식이 기다릴 것이다. 수고로움을 모르고 어찌 편안함만을 추구하겠는가?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청소한 후 건물 외부는 청소 용역을 맡기면 될 것이다.'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 > 녹색 장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늘 떠나는 연습인가? (0) | 2008.03.16 |
---|---|
천국의 계단 (0) | 2008.03.16 |
이 한겨울에 전지를 해도 될까? (0) | 2008.03.16 |
집안 벽지 먼지 벗기기 (0) | 2008.03.13 |
언덕 위의 집 (0) | 2008.03.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