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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천국의 계단

by Asparagus 2008.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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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2일 화요일 눈 온 후 갬

이틀 째 눈이 내렸다. 순백으로 뒤덮힌 마을 풍경, 천국이 따로 없다. 새하얀 눈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도 늘 밝고 환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대문 밖에서 도로에 쌓인 눈을 감상하며 

 

대구보다 훨씬 추운 마을이어서 옷차림부터 달라지지 않을 수 없다. 내복 없이 지내는 대구와 달리 여기서는 내복을 필수로 입어야 추위를 견뎌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털모자에 무스탕 잠바를 입으신 옆집 아저씨 복장이 러시아인을 닮았다고 했더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곳이다.

 

지금 입고 있는 검정색 옷은 아들이 5학년 때 입었던 가죽 코트이다. 버리지 않고 십년 넘게 장롱에 넣어 둔 것이다. 아들이 입지 못하는 데도 장롱 속에 넣어 둔 것을 본 친정 엄마는

"아직도 그 옷 버리지 않았나? 어디에 쓸려고? 참 알뜰하다." 하셨다. 몇 번이나 재활용옷 수거함에 버리려고 마음 먹었다가도 친구가 서울가서 사왔던 추억이 담긴 옷이어서 보관해 둔 것이었는데, 이렇게 요긴하게 입을 줄 몰랐다.  쌍동이 아들 덕분에 한 벌도 아니고 두 벌이나 되니 앞으로 십년은 겨울에 추위 걱정을 하지 않고 입을 수 있겠다. 남 보기에는 좀 그렇지만 여기서는 따뜻한 것이 최고임을 실감하는 날씨이니까.

 

 계단을 올라 오려고 대문을 열다. 이 집에 머무는 동안은 언제나 천국에 머문다는 기분으로...

  

흰도화지 같은 잔디밭에 하트 모양 발자국을 내며

 

눈 위에 손바닥으로 영문자 I를 찍었다.

 

L은 발자국으로 O는 손바닥으로...

 

E는 하트의 자리가 모자라서 밖에 발자국으로 찍다 

 

눈 위에 난생 처음 해본 장난질^^

그러고 보니 내가 눈 온 마당에서 이렇게 장난하는 것을 東이 이층 테라스에서 훔쳐보기를 즐기며 내 행동 하나 하나를 디카로 다 찍었다 아이가? 이런, 숨김없이 다 드러난 내 행동을 내려다보며 東은 어떤 생각을 하며 찍었을까?  내 행동이 들킨 덕분(?)에 이렇게 사진을 올리며 내 행위에 대한 마음을 글로 쓸 수 있구나. 몰카가 다 나쁜 것은 아니네?

 

왼쪽 마당에서 막대기로 이니셜을 쓰는 중... 

 

일층 테라스에서 바라본 설경

 

이층 안방 창에서 바라본 설경

 

이층 공부방에서 바라본 설경

 

이층 테라스에서 바라본 설경

 

 이층 테라스 왼쪽에서 바라본 설경, 마당 모퉁이에 있는 고목 참나무 가지의 이채로운 모습이 그로테스크하게 보인다.

이층 난간에서 바라본 설경, 농구도 할 수 있는 높은 천정고와 쌍둥이 창문 모양으로 인해 성당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직 가구를 들여 놓지 않은 텅빈 홀에서 바라본 설경 

 

이층 복도로 올라가며 바라본 뒷동산 설경, 시간 나는 대로 뒷동산을 가꾸어야 경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겠다. 얼기설기 제 멋대로 자란 잡목을 전지해 주면 뒷동산이 우리 집 후원이 되겠다. 언제 시간 내어 하지? 주변을 둘러보고 무엇을 할까? 계획하면 할수록 할 일이 태산이다.

 

줌인하여 바라본 뒷동산 설경 

 

이층 계단에서 보이는 뒷마당 구상나무들 

 

식당방 창문에서 바라본 뒷동산 풍경 

 

점심을 먹고 이 집에 온 후 처음으로 東과 함께 마을 산책을 나섰다. 경비실을 나와서 왼쪽 도로를 따라가니 화인힐 입구가 보였다. 그러니까 화인힐은 우리 단지의 오른쪽 뒷편에 자리잡은 동네이다. 도로에 눈이 쌓여 있어서 노면이 미끄러웠다. 집 한 채 한 채마다 특색있게 지었다. 화인힐 가장 끝집에서 뒤로 난 언덕길을 올라가니 우리 단지내의 골프연습장이 보였다. 골프연습장을 돌아서 우리 단지내 뒷산길을 죽 따라가니 우리집 뒷마당 언덕까지 연결된 것이다. 언덕을 다시 돌아서 우리 마을로 들어오다가 이웃을 만났다. 

 

"새로 이사왔습니다. 저희집에 차 한 잔 하러 오세요." 했는데, 정말로 밤에 우리집을 방문하셨다.

"단지 내에서 이 집이 가장 튼튼하게 지었고, 좋은 자재를 쓴 집입니다. 전원 주택이 아니라 전원 궁궐입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6호집에 사시는 목회자이시고, 부인은 여기 마을이 고향이고, 서울에서 교사로 근무하다가 명퇴를 하셨다고 했다. 이 마을 자랑이 대단하셨다.

 

더덕주를 내어 놓았더니, 약술이어서 드신다며 조그만 술잔에 딱 한 잔만 하셨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고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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