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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마지막 말썽이기를...

by Asparagus 2008.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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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2월 21일 금 맑음

만 20일만에 제일리에 왔다. 차에서 짐을 내리고 현관문을 연 東이 전기가 들어 오지 않는다고 했다. 차단기가 내려가 있었다. 또 무엇이 잘못된 것이란 말인가?  지하에 먼저 내려간 東이 짐을 옮기고 있는 나에게 말했다.

"큰일났다. 지하가 물바다가 되었다."

원인이 무엇이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었지?

보일러 순환 펌프에서 물이 조금씩 새고 있었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이십일 동안 집을 비워둔 동안 마음속으로 외출로 맞추어 놓고 온 보일러가 늘 걱정이었는데, 그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설비 기사에게 전화를 하니 보름이어서 윷놀이를 한다고 내일 온다고 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보일러실에만 물이 5Cm 정도 차 있어서 지하방의 문턱으로는 넘어가지는 않았다. 東과 사이좋게(?) 물을 퍼내었다. 쪼그리고 앉아 바가지로 물을 퍼서 바스켓에 담으면, 東은 일층 화장실로 가져다 부었다. 두 시간 정도 퍼내고 남은 물은 걸레를 적셔 짰다. 여름에 폭우로 인해 집안에 물이 차올라 바가지로 퍼내던 이재민들이 생각났다. 이 한겨울에 폭우를 만난 것도 아니고, 전원생활을 준비하려니 난생 처음 겪는 일이 한 두 가지라야 말이지. 정말 왜 이런 고생을?

 

차단기를 올리고 보일러를 켜니 잘 가동되었다. 물 새는 부분에 양동이를 가져다 놓았다. 저녁 8시, 이층 테라스에 올라가서 동쪽 하늘에 둥실 떠오른 보름달을 보았다.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늦은 저녁을 먹고 책을 보다가 잠자리에 들었으나 잠이 오지 않아 밤새 뒤척이다 날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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