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8일 토요일 맑음
터질락말락하는 산수유 꽃봉오리들
아침에 일어나 마당에 나갔다. 맑은 공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준다.
테라스 앞의 산수유 가지에서 꽃봉오리들이 터질락말락이다. 자세히 보니 꽃봉오리마다 1밀리미터쯤 벌어졌고, 그 속에선 샛노란 꽃잎이 세상 구경을 하려 한껏 몸을 부풀리고 있었다. 수돗가의 작은 연못에는 아직 얼음이 얼었는데 식물의 계절 시계는 어김없는 것이 신기하다.
아침을 먹고 공연히 집안을 왔다 갔다 하다가 일층 이층을 오르락내리락, 현관문을 열고 나가 앞마당과 뒷마당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오후 2시 30분에 민식, 병식이가 관악사에서 버스를 타고 양지 4거리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왔다. 제대로 찾아와서 다행이다. 늦은 점심을 차려 준 후 민식, 병식이와 단지 내 골프 연습장에 갔다. 7호 아저씨 혼자 연습을 하고 있었다. 7호집 정원이 너무 멋있다고 하니 구경 시켜 준다고 하셨다. 일층 40평, 이층 20평인 통나무집인데, 집내부도 전부 원목으로 꾸며 놓았다. 집 구조가 독특한 유럽풍이었다. 무엇보다도 정원을 멋있게 가꾸어 놓았다.
그 넓은 정원과 잔디밭에 낙엽 하나 뒹굴지 않았고, 집안은 먼지 하나 없이 정갈했다. 전직 모 신문사 편집국장을 하셨다는 아저씨는 연세가 74세인데, 집은 서울이고 매주 목, 금요일 혼자 오시어 골프 연습을 하고 정원과 집안을 세 시간씩 청소를 하신단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청소 하는 것을 즐기면서 하신다는 것이다.
동네 어귀에 있는 오리 전문집에서 훈제오리를 먹었다. 민식이는 화요일 즉 삼일 뒤 제대이다. 군 입대 한 것이 엊그제 같건만 벌써 제대라니……. 제대하는 날 아무도 부대 앞에 가 볼 수 없어서 미리 제대 축하를 하였다. 축하주로 Jackson Triggs 비달 아이스와인을 개봉했다. 건배를 한 후 한잔씩 마셨다.
맑고 밝은 엷은 노란 색으로 농축된 아로마의 독특한 열대과일인 파파야, 망고의 아로마향이 나며 신선한 과일들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라고 했는데, 술을 즐길 줄 모르니 달콤한 맛 이외에는 도무지 그러한 맛과 향기를 느낄 수 없었다. 맛치가 따로 없다.
짐을 풀어 지하실 선반에 정리했다. 짐이란 지난 몇 년 동안 東과 함께 산행을 하며 채취한 더덕, 도라지, 잔대, 지치, 삽주, 산작약, 멍석딸기, 복분자, 머루, 산복숭아, 영지버섯, 산수유, 오미자, 하수오, 오갈피, 노봉방주 등등 약 40개의 장식 술병이다. 운 좋게도 하나도 깨어지지 않았다. 이 술들은 앞으로 우리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약술로 한잔씩 대접하려고 담은 것이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청동 계단을 닦았다. 앞으로 몇 번을 더 닦아야 제대로 반짝 반짝 특유의 금빛 광택을 낼 것이다. 금요 드라마 '비천무'를 12시까지 보고 샤워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밤늦게 샤워해도 아랫집, 윗집, 옆집 신경 써야 하는 아파트가 아니니 전원주택의 매력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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