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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고

by Asparagus 2008.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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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 24일 토요일 맑음

아침에 일어나 뒷마당에서 자라는 돌나물과 청경채, 곰취, 참나물, 울릉도 취나물을 한 끼 식사 반찬만큼 뜯었다. 고추 부각과 미역귀를 튀겼다. 식탁이 그득했다. 완전히 전원생활 티가 났다.

 

아침 먹고 뒷마당에 가서 감자 심은 곳에 북을 돋우고, 쑥갓 모종을 심었다. 물을 주고 잔디밭에 앉아서 잔디 이외의 식물을 뽑았다. 제비꽃, 개미취, 개별꽃, 민들레, 냉이, 씀바귀, 바랭이, 누운 주름, 달맞이꽃, 쑥, 그 밖의 이름 모를 식물들, 종류가 많기도 하다. 꽃이 피면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고, 또 식용으로 약용으로도 쓰이는 식물들인데, 뽑아내며 너무나 미안했다. 풀씨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나무씨앗도 날아들어 싹을 틔우고 자라고 있었다. 산사나무, 단풍, 중국단풍, 쥐똥나무, 참나무, 젓나무, 잣나무, 주목, 무궁화, 당매자나무, 회양목 등등이다. 뽑아낸 어린 나무들을 공터에 심어놓고 물을 줄 수만 있으면 이것만으로도 묘목을 쉽게 길러낼 것인데, 그러지 못하고 버린다는 것이 참으로 아까웠다.

 

 <향기가 너무나 은은하고 향기로운 해당화>

 

 <거실 유리창에 비친 집앞 참나무와 앞산>

 

현관 주변 식물들을 전지하고, 뽑아내고...

현관 입구에 잔디 두 줄을 걷어내고 하얀 조약돌을 깔았다. 

 

 

점심 먹고 계속 잔디밭을 헤집었는데도 십분의 일도 못했다. 휴일마다 이렇게 일만 한다고 옆집 아주머니가 오히려 걱정해 준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식물이라면 사족을 못 썼다. 마당 너른 집에서 살기를 얼마나 소원했나? 온갖 꽃들을 키우고 나무들을 가꾸는 것을 이제야 하게 된 것에 감사하며 기꺼이 화단을 가꾸고 정원을 가꾸는 것이기에 힘은 들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일하는 것이다.

 

취나물을 깨끗이 씻어서 데치고 그 물을 뜨거운 물과 섞어서 샤워를 하니 참으로 개운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마다 정겨운 전원생활을 지금처럼 앞으로도 내 힘이 닿는 한 기꺼이 즐기기를 마음속으로 소원한다. 저녁 먹고 뒷마당에 가서 돌나물을 뜯어다가 물김치를 담아 놓고 오늘 저녁 일과를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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