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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재미있는 놀이

by Asparagus 2008.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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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22일 일요일 흐림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창밖을 내다보았다. 회색 하늘이다. 장마 기간이어서 떠오르는 아침해를 못만나는 것이 아쉬웠다. 잔디밭에서 자라는 잡초들을 뽑았다. 그동안 열심히 뽑았다고 생각했는데, 민들레는 노란꽃을 피워 올려 방긋 웃고 있고, 다 뽑았다고 생각했던 토끼풀은 구슬 같은 하얀꽃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어쩌니? 미안!' 마음 속으로 이야기 나누며 뽑고 또 뽑았다. 아침 먹고 다시 잔디밭에 앉아서 잡초들을 뽑았다. 잡초 사이 연보랏빛 누운 주름꽃을 보았다. 총 길이 5Cm도 안되는 크기에서 꽃을 피우다니... 몇 개를 뽑아서 화단 한쪽에 심고 물을 주었다. 

 

점심 먹고도 잔디밭에 앉아서 풀을 뽑고 있는데, 東이 가까이와 한 마디 한다.

"닳겠다. 닳겠어!"

잡초 열심히 뽑는다고 칭찬해 주는 말인가?

오후에 중앙 정원을 한 바퀴 돌며 이웃의 정원을 감상했다. 집집마다 개성있게 가꾸어 놓은 정원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앞집  아주머니가 전지를 하고 있었다. 몇 달만에 인사를 나누었다. 수원에서 골프 연습장을 운영하느라 늘 한밤중에 들어오기 때문에 잘 만날 수 없었던 것이다. 앞집 정원에 처음으로 가보았다. 매발톱꽃 씨앗과 진주홍빛 찔레꽃 가지를 얻었다. 삽목을 하면 잘 된다고 한다. 마당 한 구석에 삽목을 해놓았다.

 

東은 오후 내내 햄을 하기 위해 무전기와 안테나를 설치한다고 온통 거기에만 열중해 있다. 대충 설치했다는데 일본까지 교신이 된다고 한다. 좋겠다. 그 예전처럼 다시 햄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사람들과 교신하느라 정신 없을테지. 이젠 나도 심심해 하지 않겠지. 나는 정원에서 식물들에게 정신을 팔면 될 테니까.

 

<꽃대를 네 개나 매달고 있는 겁나게 자꾸 크는 엔젤 트롬펫>

 

<거실에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

 

<작살 나무>

 

<거실에 걸어 놓은 양귀비 유화 40호>

 

<잔디밭에서 화분으로 이사 온 누운 주름꽃>

 

<꽃망울이 커가는 자귀나무> 

 

<자귀나무 꽃망울>

 

도개온천 앞 음식점에서 화분째 얻은 분홍 나도샤프란. 삼년전 이맘때쯤이었다. 직원 회식을 했다. 도개 온천이 있는 산자락에 자리잡은 그 음식점은 온갖 식물들로 화원을 멋있게 만들어 놓았다. 음식점 건물도 통나무와 황토로 지어 놓은 독특한 음식점이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혼자 자리에서 빠져 나와 정원을 감상하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이런 나를 보고 말을 걸어왔다.

 

"꽃을 좋아하시나 보네요."

"꽃 싫어 하는 사람이 있어요? 음식점 하시며 이 많은 꽃들을 가꾸시니 참 대단하세요."

했더니 마음에 드는 꽃을 찾아보라고 했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꽃을 좋아하고 키울 수 있겠다는 사람에게는 나누어 주는 것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키우는 행복만큼 나누어 주는 행복도 크므로... 대형 화분에 심어 놓은 샤프란 다섯 포기를 숟가락으로 뽑아 주다가 위 사진에 심어 놓은 샤프란도 화분째로 주었다. 다섯 포기는 꽃을 좋아하는 최성연 교장 선생님께 드렸다. 잘 키우고 계실까? 음식점도 잘 되고 있을까? 시간 나면 화원 같았던 음식점에 한번 들러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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