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4일 화요일 흐림
세상에 이런 일이? 내 손안에 참새가 있다.
아이들을 하교시키고 책상에 앉아 일을 하고 있는데 유리창에 무엇이 "탁탁"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어쩜! 참새가 우리 교실로 날아든 것이다. 창문을 열어 놓으면 참새뿐아니라 호박벌, 말벌, 호랑나비(십 삼년 전에는 부전나비도 날아든 적 있다)잠자리 등등이 우리 교실을 방문한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인 파리, 모기도 물론이다. 내가 식물을 키우고 있는 한 이런 동물들이 앞으로도 우리 교실을 방문해 줄 것이다.
오늘은 운이 좋았다. 디카도 마침 곁에 있고, 금상첨화로 새끼 참새가 겁도 없이 내 손에 들어 온 것이다.
# 아기 참새 - (날개를 파드득거리며) 어? 왜 나갈 수 없을까?
# 아기 참새 - 이상하네? 들어 올때는 잘 들어왔는데...
# 아기 참새 -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해. 바깥을 보면서도 나갈 수 없다니...
# 아기 참새 - (고개를 숙이고 상심하며) 난 이제 엄마참새도 못만나고 이대로 그냥 죽게 되나 봐!
# 선생님 - (참새를 살며시 잡으며) 아기 참새야, 안녕? 우리 교실 방문해 줘서 고마워. 우리 반 아이들이 있었으면 정말 좋아했을텐데...
# 선생님 - 그런데 넌 왜 지금 가만히 있지? 날개짓을 한번 해 보렴!
# 아기 참새 - (날개를 펼쳐 보이며) 이렇게요?
# 아기 참새 - 우리는 날개만 펼치면 날 수 있어요.
# 선생님 - 너의 얼굴이 참 예쁘구나. 나와 눈 좀 맞춰 볼래?
# 아기 참새 - (부끄러워 하며) 예, 선생님.
# 선생님 - 그래, 우리반 친구들에게 인사 한 마디 해주렴.
# 아기 참새 - 일학년 일반 친구들, 공부 열심히 해! 너희들이 노래 부를 때
"우리들은 일학년, 어서 어서 배우자. 구경하는 참새들아 같이 배우자." 하면서 우리 참새들을 초대해 줘서 고마워.
나중에 또 놀러 올게.
# 선생님 - 이제 너와 작별할 시간, 너희 엄마 참새에게 가보렴, 널 많이 찾을 거야. 안녕!
# 아기 참새 - 선생님, 오늘 교실 구경시켜 줘서 고마웠어요.
# 아기 참새 - (힘찬 날갯짓을 하며) 선생님, 안녕!
우리 교실에 무단 방문한 아기 참새는 나와 십여분 놀다가 내 손바닥에서 날갯짓을 힘차게 하며 교실 창밖으로 날아가 버렸다.
교실 방문한 참새를 날려 보내고 나니 문득 십 몇 년전에도 참새를 잡은 일이 있었다.
그때 쓴 참새 소재 동화가 있네.
-------------참새 동화--------------
다시 날아 오른 참새
조말현
"우리들은 일 학년 어서 어서 배우자. 학교 마당 참새들아 같이 배우자."
일학년 교실에서 흥겨운 노래 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습니다.
"짹, 짹, 짹."
교실 창 밖 은행나무 가지에 앉은 참새 가족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교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합니다.
"형님 짹짹아, 사람들이 우리보고 같이 공부하자고 하네. 창가로 날아가 볼까?"
엄마 참새가 깜짝 놀라며 말씀하십니다.
"안 돼, 얘들이 큰일나겠네. 사람들과는 같이 놀 수도, 친구 할 수도 없단다."
그러나 아기 참새들은 교실 안에서 생기는 일들이 궁금하기만 합니다.
엄마 참새는 아기 참새들을 달래며 일 년 전 처음 날기 연습을 하다가 겪었던 이야기를 아기 참새들에게 들려줍니다.
"선생님, 여기 새끼 참새가 땅에 떨어져 있어요."
4학년 7반에서 덩치가 가장 큰 준석이가 휴지를 줍다 말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 바람에 강당 뒤뜰에서 특별 구역 청소를 하던 남학생들이 준석이 주위로 우르르 몰려들었습니다.
준석이에게 잡힌 새끼 참새는 가슴을 할딱이며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바둥대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간 선생님에게 참새를 건네 주었습니다.
"얘들아, 날려 주자."
"안돼요. 안돼요. 우리 교실에서 키워요."
"이렇게 자연에서 사는 동물은 사람들이 키울 수 없어요. 그리고 참새는 성질이 급해서 새장에 넣어 두면 하루도 못 가서 죽어 버린단다."
선생님은 무궁화 동산 가장자리에 새끼 참새를 살며시 놓아주었습니다.
새끼 참새는 날갯짓을 하며 공중을 날아 보려고 했지만 제대로 날 수 없었습니다.
두어 번 날개를 파닥거리다가 풀꽃 사이로 숨었습니다.
살아 있는 참새를 가만히 놓아 둘 아이들이 아니지요.
참새는 다시 장난꾸러기 연우에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연우는 새끼 참새를 다시 선생님에게 가지고 왔습니다.
"선생님! 이 참새로 마술 해요. 마술!"
연우의 느닷없는 말에 주위의 아이들도 멋진 생각이라는 듯 덩달아"마술! 마술"하고 외쳐댑니다.
4학년 7반 선생님은 남다른 특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이따금씩 호주머니에서 커다란 손수건을 꺼내어 아이들에게 휙 펼쳐 보이시는 겁니다. 시끌시끌하던 교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지지요.
선생님은 손수건을 이리 저리 흔들다가 왼손을 가리는 겁니다.
"수리수리 마수리, 나와라 짠!"
선생님 손에는 무엇이 나왔을까요?
손바닥을 좍 펼치면 그 때마다 사탕 한 알, 껌 하나, 귤 한 개, 초콜릿 한 조각 등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 와! 선생님 마술 최고다."
하며 손뼉을 쳤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선생님 손바닥에서 나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바로 아침에 선생님 책상 위에 사탕이랑 껌 등을 갖다 놓은 아이들이지요.
'어? 선생님이 어디에 숨겨 두셨다가 손바닥에 펼쳐 보이실까?'
선생님의 간단한 마술을 보면 볼수록 재미있고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어? 요 녀석들 봐라. 그동안 보여 준 마술 하는 방법을 눈치 챈 것 아냐?"
선생님이 잠시 머뭇거릴 동안 아이들은
"선생님, 선생님 손바닥에 참새가 들어 있다는 것을 비밀로 할게요. 한번만 해 보세요. 예?"
아이들의 성화에 선생님은 새끼 참새를 살며시 쥐고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특별 구역 청소를 끝낸 상원이, 연우, 준석이, 한국이, 민수, 재원이도 장난끼가 가득한 표정으로 뒤따라 들어갔습니다.
선생님이 교탁 앞에 서자 마자 민수가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선생님! 마술 보여 주세요. 마술!"
마술이라는 말에 교실에 남아 있던 다른 남학생과 여학생까지
"와! 마술! 마술!"
하며 환호했습니다.
선생님은 천연덕스럽게 호주머니에서 커다란 손수건을 꺼내어 아이들 앞에서 흔들어 보였습니다.
그리고 손수건을 왼손에 척 걸쳤습니다.
"수리수리 마수리, 나와라 짠!"
오른손으로 왼손 위에 덮인 손수건을 휙 벗겼습니다. 그와 동시에 왼손 바닥을 좍 펼쳤습니다.
순간 참새가 '포로롱'하고 날아 올랐습니다.
아이들은 '또 사탕 정도가 나올 거야' 기대했다가 너무나 놀랐습니다.
"와! 참새다. 참새!"
교실이 떠나갈 듯이 좋아했습니다.
선생님 손바닥에 참새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아이들도 놀랍고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참새가 그렇게 멋있게 날아 오를 줄은 몰랐던 거지요.
선생님 손바닥에서 벗어난 참새는 있는 힘을 다해 교실을 한바퀴 휙 날다가 선생님 책상 옆 책장 위로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참새가 책상 위에 떨어졌어요."
"자, 자, 조용히. 이제 첫째 시간 수업을 해야지요."
숨을 가다듬은 아기 참새는 창 밖으로 날아가려고 날개를 파닥거리다가 그만 교실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깜짝 놀란 참새는 종종걸음으로 책장 뒤에 숨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무리 재미난 일이라도 곧장 잊어버리는 습성이 있지요. 참새가 책장 뒤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첫째 시간이 채 끝나지도 않아 까맣게 잊어 버렸습니다.
어느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선생님만은 달랐지요.
쉬는 시간이 되자 선생님은 책장 뒤에 숨어 있는 새끼 참새를 잡았습니다. 떠드느라 정신이 없는 아이들 몰래 참새를 살며시 쥐고 교실을 나섰습니다. 학교 뒷동산에 가서 풀 숲 사이에 참새를 가만히 내려놓았습니다.
새끼 참새는 이렇게 해서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엄마 참새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아기 참새들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휴'하고 쉽니다.
"엄마, 그 때 만약 '나와라, 짠!'선생님이 구해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어떻게 되긴? 아이들 장난감이 되어서 그 날 바로 하늘 나라로 가 버렸겠지. 그리고 너희들도 이 세상에 태어날 수 없었겠지.그러니 너희들은 결코 사람들 근처에 가서는 안 되는 거야."
첫째 시간 마치는 노래 소리가 들려옵니다.
"얘들아, 아이들이 운동장에 나올 시간이다."
참새네 가족은 서둘러 공중으로 날아 오릅니다.
파아란 하늘이 더욱 파아랗게 빛납니다.
(원고지 분량 18.4. 1994년도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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