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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텃밭 식물

갓끈동부

by Asparagus 2008.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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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끈동부

갓끈동부꽃이 피었습니다. 갓끈동부는 이렇게 항상 두 송이씩 짝을 지어 피어납니다.

 

꽃이 지면 바로 콩꼬투리가 생깁니다.  사이좋게 두 개씩. 제일 긴 것은 사흘전에 꼬투리가 생겼고, 두 번째 긴 것은 어제 생겼고, 가장 조그마한 것은 오늘 아침에 꽃이 떨어진 것입니다. 콩꼬투리는 일 주일 정도 되면 50-60Cm 정도의 기다란 끈 즉 갓끈처럼 늘어집니다. 이 모습에서 이름을 갓끈동부라고 붙였습니다.

 

갓끈동부 줄기를 따라 등산하는 개미가 보이지요? 개미들은 갓끈동부꽃에서 생산되는 꿀을 정말 좋아합니다. 갓끈동부꽃이 필 때면 인근 개미란 개미는 다 모여듭니다.

처음에는 이 개미들이 콩을 훔쳐 먹으려고 오는 줄 알고 �아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어서 그냥 두었습니다. 개미들은 아주 영리한 농장주였습니다. 진딧물을 사육하는 거지요. 개미들이 진딧물을 물고 와서 콩꼬투리에 방목해 놓고서는 진딧물 뒷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진딧물이 배설하는 것을 먹는 것입니다. 자세히 관찰한 결과, 진딧물이 콩꼬투리를 절단내는 것도 아니고 꼬투리속의 콩은 생생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갓끈동부콩을 8년 키우며 관찰한 사실입니다. 올해도 주변 개미들이 얼싸 좋구나 하며 모여 들고 있는 중입니다.

 

 

 

갓끈동부꽃을 크게 찍으려고 한 손으로 콩꼬투리를 잡고 찍다보니 그만 흔들렸습니다.

 

갓끈동부콩이 타고 오르도록 어설프게 매어놓은 덩굴 

 

전라도 조동영 농부님, 고맙습니다. 

여전히 건강하게 갓끈동부콩 농사 잘 지으시겠지요?

2000년도에 농부님께서 20알 보내 주신 갓끈동부콩을 올해도 이렇게 꽃이 피게 키웠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힘들게 콩을 키우고 보존했습니다.

이제는 "어디에 심지?" 걱정할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이렇게 밭 가운데에다가 어설프게 심었습니다만, 내년부터는 농부님이 경작하시는 것처럼 갓끈동부콩 터널을 만들어서 보기 좋게 심을 것입니다.

씨앗을 심을 장소가 마땅한 곳이 없어서 어떤 해는 학교 화단에 심었다가, 어떤 해는 아파트 베란다에도 심었다가...

이렇게 어렵게 키워 보존해왔던 귀한 씨앗이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조금씩 생산한 씨앗을 달라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농부님도 그렇다고 했지요? 저 역시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씨앗을 가져 간 사람들은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씨앗은 어떻게 해마다 보존을 하고 보급하는지 그후의 소식은 감감무소식입니다.

 

그래도 좋아요. 누가 달라고 하면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한, 제가 잘 키워서 우리 나라 농촌에 잘 보급할게요.

 

갓끈동부 효능

갓끈동부는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영양식으로 즐겨 먹던 콩 종류의 두과작물로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 등 영양이 풍부하고 깍지까지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콩은 옛날 의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실장을 보호하고 위장을 튼튼히 하며 오장을 고르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당뇨, 설사, 요실금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재배상 보통작물로 분류되어 재배가 쉽고 다른 콩보다 수확량이 많으며 자화수정되므로 매개충이 없어도 열매가 잘 맺히는 특징이 있다.

 

[풍물기행] 반갑다 영영 사라진 줄 알았는데...
한겨레신문 2000. 08/23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다. 추수는 순 우리말로 `가을걷이''''''''이다. 사계절 가운데 `걷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것은 가을 밖에 없다. 여름에도 일부 걷어 들이는 농작물이 있긴 하지만 걷이 다운 걷이는 다 가을에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좋은 가을에, 그 풍성한 들녘에서도 예전과 달리 갈수록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지기만 한다. 그것은 해가 바뀔수록 우리 토종 농산물들이 자취를 감추거나 재배 면적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밭작물이 그렇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이무렵 중부 이남 평야지대의 밭에는 조, 수수, 콩, 메밀, 고추 등 밭 한가운데를 차지하는 주요 작물 외에 각종 팥, 동부, 검은 깨 등 조연급 양념 작물들이 밭가에 울타리격으로 둘러서 있었다. 그러나 주 작물 중에서도 조와 수수는 이제 어디를 가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토종 검정깨도 금값이 된 지 오래다. 더구나 팥과 동부류는 40대 이전 세대 도시인들이 농촌일손 돕기에 나서면 잡초로 알고 뽑아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주식이 쌀밥과 수입 밀가루빵 일색으로 바뀐데다 중국 등 동남아로부터 값싼 잡곡류가 물밀 듯 들어오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가을 길에 어쩌다 사라졌던 토종 잡곡들이 토실하게 열매맺고 있는 모습을 만난다는 것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 만큼이나 반가운 일이다. 세상의 외면을 물리치고 그런 작물과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은 틀림없이 육체적 `신토불이 건강''''''''의 원리를 터득하였거나 토종정서가 주는 정신 건강의 맥락을 짚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50대 이전 한국 사람 가운데 거의 모르거나 아무도 알지 못할 수도 있는 농작물로 `갓끈동부''''''''라는 게 있다. 말 그대로 갓끈을 닮은 동부다. 60cm가 넘는 기다란 줄에 군데군데 매듭을 짓고 알록달록 무늬를 넣은 갓끈처럼 턱없이 길고 `괴상한 동부'''''''', 한뼘 길이의 보통 동부보다 세 배나 크다.

전남 순천시 주암면 문길리에 사는 조동영씨(57)는 감수성이 예민하던 초등학교 3학년 무렵 장독대 옆에 주렁주렁 희한하게 열렸던 동부의 그림자가 늘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어른이 되어 농사를 지으면서 그 동부에 대한 생각은 더 깊어만 갔다. 그림이나 꿈 속에서 본 것은 아닌지 헷갈리기도 했다. 그러던중 지난 해 어느날 곡성 산골마을을 지나가다가 할머니 한 분이 사는 집 대밭 울타리에 그 `꿈 속의 동부''''''''가 긴 몸뚱아리를 대롱대롱 늘어뜨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46년만의 상봉이었다. 그 길로 씨앗을 받아다가 텃밭에서 증식에 성공했다.

 

또 지난 2월 구례군농업기술센터쪽이 조씨로부터 100알의 씨앗을 얻어다 최초로 하우스재배에 성공했다.

갓끈동부는 큰 덩치에 어울리게 줄기가 6m 이상 자란다. 그런데 이 점이 멸종단계에 이르게 되었던 원인으로 추정된다. 대나무나 탱자나무 울타리로 기어 올라야 마땅한데 새마을사업으로 시멘트 울타리가 들어서니 몸 둘 바를 찾지 못하게 되었다. 땅 위로만 퍼지면서 땅을 넓게 차지하니 농부들도 부담을 느끼게 되었다.

 

반면에 이 점이 또한 요즘들어 갓끈동부가 부활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도시 길가나 전원주택 정원, 또는 아파트 베란다에 심어 놓으면 긴 줄기와 함께 기다란 몸체의 동부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발이 되기에 훌륭하다. 갓끈동부는 식품가치도 크다. 껍질 째 쪄서 마요네즈를 발라 먹으면 고소한 맛이 좋다. 꼬투리 째 잘라서 김치찌개나 생선조림에 넣어도 깊은 맛을 더해준다. 단백질과 미네랄이 보통 동부보다 2~3배가 많고 비타민과 섬유소가 풍부해 당뇨나 변비치료에도 좋다. 신장과 위장 강화, 혈액순환 촉진, 당뇨 토역 설사 요실금 치료의 효과도 있다고 한다. 병충해에 강해 농약 칠 일도 없으니 우리 토종의 소중한 모습을 간직한 품종이라고 하겠다.

구례농업기술연구소(061-780-2559)는 수확이 끝나는 9월 이후 씨앗을 선착순 분양할 예정이다. 

 

  2000. 8. 2
농촌진흥일보
열살때 먹던 기억이 어렴풋이

〈본초강목〉에서는 ‘동부는 어린 것을 나물로 먹고, 익으면 종자를 받는데 신장을 보호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뼈에 정기가 생기게 하며 갈증을 없애준다. 또 구토와 설사를 멎게 하며, 소변이 잦은 것을 치료해준다’며 동부를 설명하고 있었던 것. 이후 전국의 농가를 들를 때마다 동부를 찾았지만 허사였다. 콩과 달리 씨앗이 작은 까닭에 농가에서 재배를 기피했던 것. 결국 동부를 찾아나선지 30여년만인 1999년, 전남 곡성의 한 산골에서 동부 한그루를 발견하고는 동부재배에 매달리게 됐다.
“우리 몸에 생기는 모든 병은 자연에서 찾을 수 있어요. 반대로 음식을 잘못 먹으면 몸에 각종 질병이 생기는 이치지요. 섬유질이 풍부한 동부에 갖은 효능이 있는 것을 알면서 멸종되도록 나둘 수는 없었지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우리 농산물이잖아요.”


동부 중에서도 갓끈과 비슷하다고 해 이름 지어진 갓끈동부를 재배하기 시작한 조회우는 “농약을 쓰지 않고 재배하는 법”을 연구하게 됐다.
콩 종류와는 달리 씨앗이 든 열매 전체를 먹는 동부의 특성상 농약을 쓸 수 없었던 것. 이에 개발한 한약재료가 흑설탕에 어성초(약초의 일종)를 담궈 만들어진 물로 농약을 대신하고 있다. 또 현미식초와 계피, 장뇌뿌리, 초피 등을 섞어 동부에 사용한 결과 병충해 예방은 물론 훌륭한 거름의 역할을 해냈다.
“갓끈동부 이야기만 들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요. 누가 그것을 심겠다고 하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어요. 자연이 인간을 위해 만든 식품을 인간이 모르고 버리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재배에는 성공했지만 서구 음식문화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생소한 이름의 갓끈동부를 알리는 것은 쉽지 만은 않았다. 조회우는 인터넷을 통해 동부의 효능을 알리는 한편 여러 언론사를 찾아가고, 농업 관련 기관을 수차례 찾았다.
그 결과 아름아름 동부의 이름과 효능이 알려지면서 재배 농가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또 이런 노력에 대해 농림부 장관 표창등의 영광이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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