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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말복을 보내며

by Asparagus 2008.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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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8일 금요일 맑고 소나기

아침 먹고 양지 갈 준비를 하느라 부산을 떨었는데도 벌써 12시, 경산 친정집에 가서 어머니를 모시고, 다시 차를 돌려 북쪽으로 향했다. 東 학교에 잠시 들러 볼 일을 보고, 그 다음 우리 학교에 갔다. 방학 중 교실의 낡은 텔레비전을 떼어내고, 대형 60인치 LCD 텔레비전을 천정에 매달아 놓았다. 전교에서 가장 낡은 텔레비전으로 뽑힌 덕택으로 예산 200만원으로 우리 반이 제일 먼저 교체된 것이다. 개학하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겠다. 주인도 없는 교실에 교체한다고 엉망으로 해 놓았다. 교체하느라 복도에 나가 있는 물건들을 그냥 보고 갈 수 없어서 혼자서 땀을 흘리며 교실로 들여 놓다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흘렀다. 차 속에서 영문도 모르고 한 시간씩 기다린 식구들에게 미안했다.

 

문경 휴게소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양지에 도착하니 오후 5시, 아파트를 떠나 집에 도착하기까지 5시간이나 걸렸다. 마당에 들어서니 화단에 심어 놓은 식물들이 시들시들하고 있었다. 집 떠난 삼 일간 여름 태양이 식물들에게 무지막지하게 쏟아 부었기 때문이리라. 화단에 심겨진 식물들이 목마르다고 아우성이다. 시든 식물들에게 물부터 주고나서 집안으로 들어왔다.

 

東이 말복 기념 콩국수를 만들었다. 이제 콩국수 만드는 전문가가 다 되었다. 텃밭에 가서 가장 잘 익었을 것 같은 수박 한 덩이를 땄다. 뜨거운 태양을 가장 좋아한 녀석은 바로 방울 토마토였나 보다. 토마토 두 그루가 붉은 물이 든 것 같았다. 내가 심어 기른 토마토와 수박으로 초복, 중복, 말복을 장식했다는 사실이 기뻤다.

 

친정어머니가 텃밭에 하얗게 피어나는 박꽃과 여러 가지 작물을 보시더니 놀라며 말씀하셨다.

"니는 농사를 한 번도 안 지어 봤는데, 이렇게 밭을 잘 가꾸어 놓았나?  휴일에 한 번도 놀아 본 적이 없다고 하더니, 정말이구나. 니가 이렇게 부지런하니 먹을 것 천지다."

 

시장에 가면 무엇이든지 다 살 수 있지만, 내가 직접 심고 가꾼 것을 언제라도 수확해서 먹을 수 있다는 것, 농약치지 않은 채소들이어서 맘 놓고 먹을 수 있는 것, 부드럽고 연한 채소를 골라서 먹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직접 농사짓는 것이 힘은 들지만 보람이자 소박한 행복인 것이다. 손과 발이 부지런한 삶, 그것이 바로 전원생활의 낭만이고 보람이다.

 

집에서 화초를 키우고 무엇이나 직접 만들어 살아가면서 어린이를 위해 그림을 그리는 타샤 튜더의 삶처럼 나도 올해부터는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내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어릴 적부터 꿈꾸어 왔던 삶을 23세부터 용감하게 실천한 타샤 투터의 정원 이야기를 읽고 나도 더욱 힘이 솟는다.

 

며칠 만에 집에 오니 너무 좋아서 이것저것 정리하고,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한 밤이다. 여기에 기록하는 것은 내년 이맘때, 내후년 이맘때……, 그 때, 지난날을 돌아다보고, 그때 그 계절에는 무엇을 심었구나, 무엇을 했구나 등등 참고하기 위해서이다.

 

요즘 계속 읽는 책은 박경리作 土地이다. 일하며 틈틈이 읽는 중이다. 열권으로 된 토지는 1974년 대학 1학년 여름방학 때 두문불출하면서 읽었다.  그 후 텔레비전 드라마 토지를 두 번이나 보았다. 완결된 지금의 토지는 21권이다. 이번 방학 때 다 읽으려고 했는데, 이제 겨우 9권째이다. 이십대에 읽었을 때의 느낌과 삼십년이 지난 지금 읽는 느낌이 너무나 다르다. 내용, 즐거리를 훤히 알지만 문장 하나 하나가 참으로 새롭다. 이십대에는 이해 못했던 소설 속 인물들 한 분, 한 분의 삶이 가슴에 와닿는다.  

 

타샤 투터 작가도 박경리 작가도 이젠 고인이 되었지만, 그녀들의 삶, 그녀들의 작품을 보며 나는 배우고 있다. 그녀들의 아름다운 삶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

1. 손수 힘 닿은 한 노작하기- 잔디밭 잡초 제거, 정원 가꾸기, 화초 돌보기, 채소 가꾸기

2. 책 읽기

3. 글 쓰기.

4. 공부하기 - 영어, 식물학, 봉침

5. 더불어 살아가기.

6.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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