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1일 월요일 오전 햇빛 오후 구름
책 읽느라 밤 1시에 잠들었는데, 동창이 너무 환해 잠을 더 잘 수 없었다. 일어나보니 새벽 5시 57분, 동쪽 하늘을 보니 햇살이 2/3쯤 떠오르고 있었다. 해 뜨는 시각이 어느새 이만큼 늦어졌지? 일복을 입고 텃밭에 가서 풀을 조금 뽑고, 애호박 한 개, 갓끈동부 꼬투리, 연한 깻잎과 호박잎을 땄다. 긴 장마가 지나간 지금 애호박이 주렁주렁 달려 자란다. 매일 하나씩 따서 먹었는데도 늙은 호박으로 자라는 것이 여섯 덩이나 있다. 박도 이제 주먹만 하게 주렁주렁 달리고 있다. 참 신기하고 기특한 녀석들이다. 호박과 박, 수박, 참외 등은 순을 쳐 주면 열매가 많이 맺는다기에 길게 벋어나가는 녀석들의 순을 따주었기 때문이다.
두 시간 밭에서 일하고 오니 벌써 8시, 東과 함께 아침 준비를 했다. 東은 호박잎으로 국을 끓였다. 나는 갓끈동부 꼬투리로 고추 튀김을 했다.
東이 요리한 별식 호박잎국 만드는 방법
1. 호박잎을 다듬어서 잎을 쥐어뜯은(?) 다음, 깨끗이 씻는다.
2. 냄비에 생콩가루를 풀어서 끓인 다음 호박잎을 넣고 끓이다가 내장과 머리를 뗀 굵은 멸치 20마리 정도를 넣고 더 끓인다.
3. 마늘과 청고추, 홍고추를 대충 썰어서 넣고 끓인다.
맛 평가.
* 어머니 : "이거 우째 끓였노? 맛있게 잘 끓였구나. 호박잎에 콩가루를 묻히지 않고 물에 그냥 풀어도 되는 구나. 자네는 언제 이렇게 국 끓이는 것 배웠노? 맛있네."
* 현 : "내가 먹기 좋도록 싱겁게 해 주어서 고마워요. 정말 구수하고 맛있네요. 이제부터 호박잎국 요리는 자기가 계속 해 주세요."
鉉이 요리한 갓끈동부 고추 튀김 만드는 방법
1. 갓끈동부 꼬투리를 깨끗이 씻은 다음 칼로 다지듯이 썬다.
2. 애호박, 당근, 양파, 미나리도 칼로 다지듯이 썬다.
3. 두부를 으깬다.
4. 소금으로 간을 한 다진 돼지고기에 후추 가루, 마늘을 넣고 혼합한 다음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 설익힌다.
5. 계란 두 개, 부침 가루 3스푼과 물 1/4컵 붓고 믹스한다.
6. 5에 1, 2, 3,4의 재료를 넣은 다음 고루 섞이게 젓는다.
7. 미리 준비한 반으로 가른 고추 속에 재료를 꽉꽉 채운다.
8. 계란 두 개를 거품기로 저어 놓는다.
9. 프라이팬에 콩기름을 적당히 두른 다음 속을 채운 고추에 계란 옷을 입힌 후 튀겨 낸다.
맛평가
* 어머니 : "고추 튀김이 맛있구나. 나는 매운 고추 못 먹는데, 이 고추 안 맵네. 언제 이렇게 다 만들었노?"
* 東 : "맛있다."
친정 엄마가 심사한 요리 경연 대회 결과 : 공동 우승 - 이유 : 각자의 맛이 다 다르기 때문
오전 책 읽다.
오후 세 시부터 북서쪽 통로를 마저 정비하기로 했다. 땅속에 박힌 하얀 조약돌을 골라내는 작업이다. 전 소유주가 하얀 조약돌 열 포대를 사서 깔았다는데,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하얀 조약돌들이 땅 속에 거의 파묻히고 이끼로 뒤덮여 통로가 지저분하게 보여, 지나다니기 싫을 정도였다. 저 지난 주에 절반만 하다 말아서 늘 마음이 개운하지 않았는데, 둘이서 세 시간 작업으로 일을 마무리 했다.
오늘 작업한 북서쪽은 주목과 측백나무들이 담장 역할을 하는 곳이다. 맨발로 흙을 밟으며 측백 향기를 맡는 코너, 골라낸 조약돌은 지하방 한쪽에 깔아서 지압 코너 만들기.
이로써 집을 구입한지 여덟 달 만에 우리 부부 손길이 다 간 것이다. 어머니는 텃밭 구경을 하러 가셨다가 밭에 난 잡초를 뽑으셨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나에게 오시어 말씀하셨다.
"야이야, 이제 오늘은 고마 일해라. 텃밭 만들어 놓은 것을 보니 휴일마다 여기 와서 일만 했구나. 너 힘 안 드나?"
"이게 다 엄마에게 배워서 그런 거지. 엄마도 집에서 놀지 않고 무엇이든 키우시잖아요. 내가 키워서 먹는 재미로 일하니 힘들어도 재미있으니 하지요."
땀 흘린 후에 하는 샤워는 더 산뜻하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숲속의 전원마을은 밤나무 숲에서 뛰어 노는 청설모, 개구리, 여치, 쓰르라미와 함께 어둠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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