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3일 수요일 구름과 극소량 비
새벽 6시에 절로 눈이 떠졌다. 먼저 일어나 책을 읽고 있던 東이
"더 안자고? 더 자라."
"그러게, 이제는 더 자려고 해도 절로 눈이 뜨이네. 오늘 새벽 두 시까지 책 읽다가 잤는데……."
마당에 나가 청소년 체조를 했다. 마음속으로 구령을 부르고 뒤죽박죽 대충 해보았다. 이럴 어째? 국민체조는 순서를 잊어버리려도 몸이 저 먼저 순서대로 하는데, 청소년 체조는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었는데도, 방학이라고 까마득히 잊어버릴 수 있다니…….
어제 전지하여 물에 담가 놓은 나뭇가지를 5-6Cm정도로 잘랐다. 뒷마당 한 귀퉁이 삽목코너에 삽목 했다. 세엽단풍, 라일락, 다래, 함박꽃나무, 능소화 다섯 종류이다. 지난번에 삽목해 놓은 자두나무들이 아직은 잎이 생생하게 붙어 있었다. 뒷담장과 뒷산 경계선에 삽목해 놓은 영산홍들은 하나도 죽지 않고 다 삽목이 될 것 같다. 식물의 생명력을 보노라면 신비함과 놀람 그 자체이다. 지난봄에 이식해 놓은 남천은 90%가 잘 자라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책을 읽다가 어제 사 온 씨앗이 문득 생각났다.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11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는 태양빛을 피하라고 했는데, 하늘에는 곧 비라도 올 듯 구름이 가득해서 씨앗을 뿌리기로 했다.
東과 함께 텃밭에 가서 잡초를 뽑아내고, 씨앗 뿌릴 자리를 고르게 만들었다. 당근 씨앗을 줄뿌림으로 두 줄 씩, 여섯 줄 뿌렸고. 배추는 세알씩 30Cm 간격으로 점뿌림을 했다. 그 넓은 밭에 겨우 반 평 정도 넓이만큼 씨앗을 뿌리며 더위와 싸우느라 혼났다. 대구갔다와서 상추, 치커리, 무우를 뿌리기로 했다.
당근 여섯 줄, 발자국은 지나다니는 길 표시. 물빠짐이 좋아서 북을 돋우지 않고 그냥 심었다. 옥수수 너머는 잡초밭.
참외줄 걷어내고 배추씨앗 점뿌림, 배추씨 뿌린 사이와 참깨 사이에 먹다남은 실파를 대충 심었다. 이래 심어도 잘 클라나?
참외라고 심었더니 호박이 주렁주렁 달렸다. 아무리 봐도 잎은 참외, 사진에 호박은 몇 개? 참외를 잘못 키워 참외맛 나는 호박으로 변신.
어머니를 모시고 올 땐 사흘만 있기로 했는데, "하루만 더" 하다 보니 어느새 엿새가 되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 4시에 집을 나섰다. 중부 내륙 고속도로 상행선은 여전히 양지부터 밀리고 있었다. 서울 가는 길은 언제라도 답답하지. 양지- 신갈 구간 차선 확장과 양지-포곡 민영화 고속도로가 빨리 완공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경산 도착하니 저녁 7시, 어머니가 계시지 않아도 마당의 나무들은 그새 더 많이 자라 숲을 이루고 있었다. 저녁을 먹고, 아파트에 오니 9시가 조금 지났다. 오랜만에 텔레비전으로 올림픽 경기를 보았다. 역시 야구는 9회말 투 스트라이크, 투 아웃에서 승패가 좌우된다더니 미국과의 예선전에서 7-8로 극적인 역전승을 했다. 땀 흘리며 뛴 선수들의 모습이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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