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21일 목요일 맑음
새벽 5시 40분 아침해보다 내가 먼저 일어났다. 떠오르는 아침해에게 인사하려고 마당에 나갔다. 오랜만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다. 동쪽 하늘이 환하게 밝아오고 있다. 나보다 늦잠 잔 해님이 하마나 떠오를까? 기다리다보니 그새 이십분이 흘렀다. 서서히 어둠이 걷혀가고 주변 사물은 더욱 빛이 난다.
6시, 드디어 동녘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겨울의 해돋이 모습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겨울의 해돋이는 냉정하고 차거운 남성이라면 여름의 해돋이는 가슴속 뜨거운 열정을 가진 여성이 아닐까?
6시 7분, 드디어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뜨거운 열기라니...
태양을 정면으로 찍으려니 눈이 부시다. 더 이상 태양에게 인사를 하지 못하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우리집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산에 다녀오기로 했다. 아침 먹고 집을 나섰다. 혹 뱀을 만날까 겁이 나서 등산화 대신 장화를 신었다. 등산복에 장화가 어울리니? 차림새가 말이 아니다. 집앞에서 **산 입구까지 11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집에서 보면 산 첩첩이었는데, 산골골에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없다. 조그만 마을에 농가가 열 집 정도, 산 속에 새로 지은 전원주택도 두 채 보였다. 멀리서 봐도 정원과 주변 손질을 깨끗이 잘해 놓았다. 산 입구 도로에 차를 세우고 개울물을 따라 올라갔다.
앞서가던 東은 빈농가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잡초가 우거진 길을 지나
산길을 올라가는데, 오솔길 가에 문득 눈에 들어오는 식물이 있었다. 그저께 한택식물원에서 관찰했던 줄기 세가지가 다시 세 가지로 벋기 때문에 이름이 "삼지구엽초"라 붙은 식물이다. 주변을 보니 바로 삼지구엽초 군락지였다. 말로만 듣던 삼지구엽초를 산에서 직접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벌써 낙엽이 지려하는 삼지구엽초, 애기나리와 군락을 이루어 사이좋게 살아가고 있다.
가늘기 그지없는 줄기에 비해 잎은 손바닥만한 신기한 생김새
위로 올라갈수록 등산로가 잘 닦여져 있었다. 30분쯤 걷다가 잠간 휴식을 하며 우유에 커피를 타서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앉은 자리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양하게 살아가는 식물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우리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비교해 보았다.
굽히는 것이 이기는 것. 세월의 두깨만큼이나 굴곡진 겉껍질은 오히려 추운 겨울날의 튼튼한 보호막이 되어주고...
완벽한 X자로 어긋나며 자라는 소나무. 무엇이 못마땅해서 어긋나며 자라나? 한번 어긋난 것은 되돌릴 수 없는 세상살이
이불호청을 쥐어짠 듯 한 모습처럼, 가지와 가지가 서로 감아가며 살아가는 다래덩굴 줄기.
'너는 죽거나말거나, 나는 너를 발판으로 살아야겠다. 태양을 향해 자라려고 하니, 어쩔 수 없어. 내 곁에 있는 너(나무)를 타고 태양이 보이는 너의 머리꼭대기까지 올라가야해'
다래덩굴은 Y자형 나무를 타고 자라며 제 잎만 태양을 받으니, 타고 올라가게 버팀목이 되어준 나무는 햇빛을 받지 못해 죽어버렸다.
은혜를 모르는 나쁜 식물이 된 다래.
그럼, 다래는 나쁜 식물인가? 빨래를 짠 듯 한 저 넝쿨에서 잠시 타잔이 되어보았다가, 걸터앉아 그네도 타보았다.
워낙 튼튼히 감겨서 자란 탓으로 육중한 내 몸이 아무리 흔들고 올라타도 흔들거릴 뿐 전혀 꺾이지 않았다. 그네를 잠시 타다가 하늘을 보았다. 글쎄, 대추보다 좀 더 큰 다래 열매가 많이도 달려있었다. 내가 흔드는 바람에 잘 익은 다래가 몇 개 후드득하고 떨어졌다. 주워서 먹어보니, 잘 익은 골드키위 맛 저리가라였다. 저 많이 달린 열매를 먹고 살아갈 숲 속의 수많은 동물, 곤충, 미생물들에게는 이 얼마나 고마운 다래덩굴인가?
사람이든 동식물이든 한 면만 바라보면 ‘나쁜, 좋은’으로 우선 구분할 수 있지만 넓은 안목으로 보면 그렇게 쉽게 구분 짓는 것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산이 가파른 곳은 로프를 군데군데 설치하여 사람들이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잘 정비된 등산로였다. 양지CC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내려오다 보니 아주머니 두 분이 구부려 무엇을 줍고 있었다. 어제 비가 많이 내려서 도토리를 주우려 산에 왔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산을 올라갈 때 발밑에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었지만 주울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주우니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도 계곡에서 한 시간 정도 도토리를 주웠다. 도토리는 땅에 떨어지며 데굴데굴 구르니 낮은 곳에 많이 모여 있겠다 싶어서 계곡으로 내려갔다. 예상대로 물속에서 골뱅이 줍듯이 도토리를 집어내었다. 둘이서 한 시간 주웠는데, 두 되쯤은 되었다. 계곡을 나와 언덕에 오르니 도토리를 줍던 사람들이 모여서 점심을 먹는 중이었다. 배낭에서 삶아 온 옥수수를 꺼내어 그분들과 함께 먹었다. 일흔 살, 일흔 세 살 된 자매. 일흔 살이 넘은 부부와 아들내외. 그 분들은 도토리를 주우려고 새벽 6시에 수원에서 왔다고 한다.
집에 오니 오후 세 시. 이 것 저 것 정리하다보니 하루해가 어느새 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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