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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보물 탐사 treasure exploration/약초 산행

20090401 꽃따러 가다

by Asparagus 2009.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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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1 수 맑음

출근하는 東, 등산하는 鉉.

7시 57분

"야호! 오늘 근무 안한다."

"만우절이라고 속이나? 안속는다."

"그럼, 속으라고요. 좀 속으세요. 호호호, 너무 좋아 웃음이 막나오네용. 우리 학교 개교 기념일, 날짜도 너무 잘 잡았어요."

아침 먹고, 출근복 대신 등산복을 입고 東과 함께 집을 나섰다.

 

東이 근무하는 학교 근처에서 내렸다. 배낭을 메고 등교하는 학생들,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며 한 길을 왔다갔다하며 약속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다.

'왜 이렇게 가슴 설레이지? 노는 것이 좋아서 그런가? 오늘 만날 사람이 좋아서 그런가?'

 

8시 30분

잠시 후, 하얀 색 승용차가 왔다. 차에 올라탔다.

만나려고 그렇게 소원해도 어디에 사는 지, 어떻게 사는 지 전혀 알 길이 없었던 지난 십여년 세월이라면, 한 번 만남은 두 번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인생사인가?

 

오늘 만난 사람은 바로 지난 3월 13일, 우리 교실로 찾아왔던 십 몇 년 전 학모이다. 그날 우리의 만남이 너무 기뻐서 또 만날 날을 기약했는데, 이렇게 빨리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왔던 길을 되돌아 대구 방향으로 달리다가 군위를 지나고 의성으로 차를 돌렸다.

 

몇 주전 가영이 어머니가 들려준 산행 이야기, 약초 캐는 이야기... 등등이 나와 너무나 취미가 같았다. 시간나면 함께 약초캐러 가자고 했던 것이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이야... 오늘 약초 산행이 이르긴 하지만, 취미가 같은 사람 둘이 의기 투합하면, 여자 둘이서 깊은 산으로 들어가도 무서울 것이 전혀 없다는 것까지도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의성 모모산으로 가는 길, 처음 가보는 산길이다. 

 9시 50분 첩첩 산 위로 임도가 길게 나 있었다. 임도 오른쪽 산비탈에 차를 주차했다.

가영 어머니 차에 붙여 다니는 동그라미 속 가영이네 가족 사진이 이채롭다. 반갑다.

 등산화를 갈아신는 가영 어머니 - 트렁크 속에 약초산행 장비가 가득 들어 있었다.

10시 35분  70도 이상 되는 경사지 산비탈로 내려가니 골짜기 계곡에 필락말락하는 꽃봉오리를 만났다. 산복숭아였다. 아직 너무 어려서 딸까말까? 망서리다 한 주먹 정도만 듬성듬성 훑었다. 딸때는 꽃나무에게 너무 미안했는데, 따고 난 후 나무를 쳐다보니, '언제 누가 땄나?" 표도 나지 않을 정도로 꽃송이들이 바글바글이다.

 산복숭아꽃은 아직 이르지만 진달래는 제법 피어나고 있었다.

가시투성이 덤풀이 우거진 속을 뒤지며 지치를 찾고 있는 가영 어머니, 이 산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지치 군락지라고, 나에게 장소를 가르쳐 주기 위해 멀리까지 온 것이다. 가영이 어머니 왈, 요즘 산에서 지치를 만나는 것은 로또 당첨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만큼 지치가 산삼보다 귀해졌을 뿐 아니라, 약성또한 산삼 못잖다고 한다.

 올해 들어 처음 만난 산제비꽃, 밟을 뻔했다. 사랑스러워라. 꽃말이 사랑이라지.

 하늘 향해 발레하는 생강나무꽃

 산수유꽃과 너무 닮았잖아? 산에 있으면 생강나무, 인근에 있으면 산수유 나무

 아유, 또 놀랬잖아? 발 밑에 외롭게 피어나는 중인 노루귀

 노루귀 잎, 털이 보송보송한 노루 귀 꼭 닮았다.

도대체 홑잎 나무는 어떤 것일까? 구별 못했는데, 가영이 어머니가 가르쳐 주어서 만난 홑잎 나무

 

계곡을 지나고 산 허리를 돌고 돌면서 발 아래를 눈 아프게 탐사해도 지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발견한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거다. 늦가을이나, 초겨울에는 줄기, 잎들이 시들어도 찾을 수 있지만. 지금은 잎도 다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줄기도 땅에 다 누워 버렸다. 새 잎이 돋지 않는 한 어떻게 무슨 재주로 찾는단 말인가?

12:00 땡하자 점심을 먹었다. 가영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온 김밥을 먹으며 모델 되어 주다.

내가 가져 온 토마토, 사과, 커피로 후식을 먹으면서 가영어머니에게 아주 좋은 것, 한 가지를 배웠다.

 바로 이 것, 가영어머니가 하고 있는 작업은?

다래나무에 과도로 줄기를 살짝 건드려 칼집을 내고 빈통을 아래에 놓는 것.

봄이 되어 물이 오른 다래 나무는 한 방울씩 규칙적으로 똑, 똑 수액을 떨어뜨린다. 오분마다 내가 홀짝 홀짝 다 마셨다. 가영어머니는 해마다 이렇게 해서 다래 수액을 받아마신다고 무조건 나에게 다 양보이다.

이런 고맙고, 황송할 수가... 고로쇠 수액보다 맛이 더 달고 시원하다. 흔해빠진 다래 나무 줄기마다 통을 놓으니 점심 먹을 동안 여기저기서 다래수액이 뚝 뚝 떨어졌다.

 다래 나무 아래엔 이렇게 깨끗한 달래도 함께 살고 있다.

 오후 1시 27분 내려왔던 산을 다시 오르며, 묵은 삽주꽃대 찾아 캐기

 괭이로 땅을 헤집으니 굵고 묵직한 뿌리가 드러난다.

 다캤다. 감자처럼 통통한 뿌리, 약성이 좋을 것 같다.

 알뿌리만 떼어내고, 뿌리에 달린 싹대는 이렇게 잘라서 되돌려 심어 주기 

 산 위로 오르니 연달래가 한 그루 활짝 피어 눈길을 끈다. 다른 진달래는 다 보랏빛이다.

오늘 날씨가 좀 쌀쌀맞더라니, 거짓말처럼 약 30초동안 하얀 눈이 먼지처럼 흩날리다가 그치고, 빗방울이 되어 10초간 떨어졌다.

오후 2시  의성 모모산을 벗어났다. 

오후 4시 30분 가영 어머니와 헤어지고, 퇴근 하는 東을 만나서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수확한 홑잎 나뭇잎과 산부추 몇 포기 75g

 

 수확한 산복숭아꽃봉오리, 생강나무, 진달래, 연달래.25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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