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11일 토요일 맑음
아침 해보다 훨씬 일찍 일어났다. 지난 주 내내 감기란 녀석과 씨름을 했는데도 녀석은 나로부터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이 귀찮았다. 東이 고등어구이랑 오징어 국으로 식탁을 차려 놓았다. 입맛은 잃지 않은 덕분 아침밥을 먹고 뜨거운 숭늉을 마시고 나니 조금은 나아진 것 같았다. 지난 봄, 화원에서 진분홍색 꽃이 핀 국화가 너무 어여뻐 화분 하나를 5,000원 주고 구입했다. 꽃이 지고 난 국화 가지를 가위로 잘라 땅에 그냥 쿡쿡 꽂아 놓았다. 내 예상대로 국화는 생명력이 참으로 끈질겼다. 전부다 뿌리를 내리고 더운 여름을 잘 견디어 내더니, 이 가을에 또 한 차례 꽃이 피어나고 있는 것이 고맙고 신기하다. 화분 열 개도 넘게 만들 수 있게 번식시켜 놓은 내 실력 때문에 혹 꽃집이 타격을 받지 않을까? ^^;
진분홍색 국화꽃의 잔잔한 웃음소리가 귀에 들려 오는 듯한 미니 국화코너
내년에는 더 많이 번식시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어야겠다.
東이 텃밭에서 불렀다.
"이제 고구마 캘 때가 되었지 싶다. 고구마 캐면 얼마나 재미나는 줄 알지? 그리고 심은 사람이 캐야지."
"그럴까?"
호미를 들고 텃밭으로 갔다. 지난 해 가을, 고속도로 여주휴게소에서 고구마 한 박스를 샀다. 못다 먹고 둔 박스 속에서 고구마가 싹이 나고 있었다. 실내 식물용으로 화병에 꽂아 놓았던 그 고구마 줄기를 지난 6월 경, 열 토막 쯤 내어서 토마토 심어 놓은 곳에 여기 저기 꽂아 놓았던 것이다. 고구마를 캐려고 하니 그동안 날이 가물어 호미가 들어가지 않았다. 게다가 감기란 놈이 내가 활동할 수 있는 모든 일에 흥미를 잃게 만들었다. 몇 개 캐다가 도저히 힘이 부쳐 중단했다.
東이 곡괭이를 들고 와서 땅을 파헤쳤다. 고구마 크기가 참으로 다양했다. 아기 손가락만한 것부터 어른 팔뚝보다 더 큰 고구마도 있었다. 두 바스켓이나 되었다. 고구마 줄기를 땅에 꽂아만 놓았는데, 가을에 이렇게 많은 고구마를 수확하니 불로소득을 얻은 것 같아 전문적으로 농사만 지으신 분들에게 미안한 기분이 든다.
가물어서 파삭파삭한 땅 속에 저리도 큰 고구마가 들어있다니.... 자연은 정말 위대하다.
금새 한 바스켓을 채웠네?
오늘 수확한 가을걷이, 어른 팔뚝보다 더 큰 고구마와 아기 주먹보다 작은 고구마들, 제멋대로 크고 맺혔다.
저녁을 하고 있는데
"엄마, 까꿍!"
하며 작은 아들이 쑥 들어섰다. 마침 디카가 곁에 있어 얼른 한장 쿡 찍었다.
"갑자기 웬 사진?"
큰 녀석이 올 때는 작은 녀석은 실험이 바빠서 못오고, 작은 녀석이 올 때는 또 큰 녀석이 할 일이 많다고 못오고...
하루해가 금새 꼴깍 진 것 같다. '감기야, 제발 좀 떠나주라! 이제 갈 때가 되었잖아?'
'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 > 녹색 장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꽃길을 지나며 (0) | 2009.01.17 |
---|---|
새해 손님 - 청개구리 두 마리 (0) | 2009.01.03 |
아낄 걸 아껴야지. (0) | 2008.10.07 |
주변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은혜 (0) | 2008.10.07 |
우리 집 보물 창고, 텃밭 (0) | 2008.10.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