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일 일요일 맑음
이런 세상에...
어느 해인가 설 명절 전날, 텔레비전으로 보여주는 끝없이 이어지는 교통 지옥 행렬을 보며
"엄마, 우리는 친척들이 모두 대구에 있어서 저렇게 밀릴 염려가 없으니 참 좋다. 저 사람들은 얼마나 지루할까요?"
그랬던 아들 녀석들 덕분(?)에 태어나고 난생 처음으로 우리도 그 끝없이 이어지는 교통 지옥에 동참하게 될 줄이야...
생명공학 실험실에서 실험만 하며 사는 녀석들이 귀경 차표를 예매해 놓지 못해서, 녀석들을 데리고 오려고 양지에 머물렀는데....
관악사에서 1시 30분에 출발하여 남부고속터미널에서 오후 2시 30분 차로 양지 4거리까지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녀석들이 올 동안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집안 정리를 하며 기다렸다.
아침에 눈이 와서 세상을 하얗게 바꾸어 놓았다. 왼쪽방 창문에서 바라본 풍경,
왼쪽 거실에서 바라본 설경
이층 테라스에서 본 설경
이층 왼쪽 방에서 본 설경
발자국 하나 없는 눈 닾힌 마당과 반송과 처진 소나무
식당방에서 바라본 16호집 담장과 소나무
각도를 조금 바꾸어 찰칵
부엌에서 바라본 뒷마당
뒷마당과 이어진 뒷동산
아침 먹고 홍합을 먹다가 농담으로 "홍합에는 진주 안 나오나요?" 말 떨어지기 무섭게 홍합속에서 진주가 나왔다. 난생 처음 만난 홍합 껍질에 붙은 진주.
흑진주도 아니고, 아무튼 오색 영롱한 진주. 이런 행운이... 보기만 해도 기쁨을 주는 천연 자연 진주.
이층으로 올라가며 바라본 뒷동산, 새들도 눈이 오면 좋은가? 새들의 천국이 따로 없다.
이층에서 바라본 우리 단지 내 전경
백설로 뒤덮힌 마당, 대문으로 통하는 계단은 쓸어 놓고 떠나야 할텐데...
테라스에서 바라본 풍경
차고 앞마당
오른쪽 풍경
길 건너편, 발트하우스 옆의 산을 깎아 일년 째 전원단지 벨리타 하우스를 조성하는 중
이층 테라스에서 바라본 우리 단지 설경. CF 촬영장소로 선택된 곳이다.
드디어 아들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남부고속터미널에서 오후 2시 30분에 탔다는 녀석들이 5시 50분에 도착한 것이다. 양지 4거리에서 6시 7분에 출발하여 덕평IC에서 중부 고속 도로로 진입을 했다. 양지 IC는 너무 막혀 도로 통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차량 행렬, 그 속에 우리도 한 몫한 것이다. 명절이 되면 안방에서 귀향 행렬을 보며 '편리한 기차를 두고 왜 모두들 차를 끌고 나오지?'하며 남의 일로만 느꼈던 그런 일들이 실제로 우리에게도 일어나다니... 그러니 사람들은 그 처지를 겪어보지 않고 함부로 말하면 안될일이다. 언제 자신에게도 그런 일들이 닥칠 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리 김밥, 찜닭을 준비했고, 숭늉을 끓여 보온병에 넣어 놓았던 것을 꺼내어 차 속에서 저녁을 먹었다. 차들은 시속 5Km를 가고 있다. 게다가 눈까지 흩날렸다. 아침에 만난 설경의 기쁨은 어디로 가고 영하 8도에서의 눈은 반갑잖은 것이다. 도로를 꽁꽁 얼게 만들어서 제설차가 군데군데 끼어들어 염화칼슘을 뿌려주고, 그 뒤를 차량들은 조심조심 운전을 하는 것이다.
오후 8시 25분, 두 시간을 운전했어도 아직 여주를 지나지 못했다.
고속도로 위에 이어진 저 많은 차량들이 가야 우리도 가지.
전광판에 충북 괴산 지역 대설 경보라고 나와 있다.
8시 48분, 터널속에서도 끝없는 차량 행렬들
아직도 충주 휴게소까지는 1Km가 남아있고 시간은 9시 5분.
터널을 들어서면 길이 좀 덜 미끄러울까?
그러나 터널 속에서도 여전히 차들은 거북걸음
차량으로부터 나온 저 매연들은 다 어디로 가나?
운전하는 東이 " 천천히 가도 좋으니 제발 도로 위에서 서지는 말아라." 주문을 외운다.
차 속에서 지루하지 않는 법
큰 아들은 노트북 꺼내어 영화 보기
둘째 아들은 차량에 부착된 모니터를 통해 DMB로 텔레비전 보기.
나는 이런 저런 일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 하기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아직도 괴산을 지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세월에 집에 가나? 겨우 충주 휴게소에 들렀다. 남녀 화장실 모두 기나긴 기다림 줄. 휴게소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휴게소 음식점 및 간식 코너만 불티났다.
세월아, 네월아. 시간이 가면 집에 간다. 하면서 노래도 불렀다가. 옛날 이야기도 했다가, 끝말 잇기 놀이도 하다보니, 세월아 네월아가 가고 드디어 아파트 주차장, 시계를 보니 새벽 1시 37분.
세상에 태어나 가장 오랜 시간을 걸려서 귀향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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