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26 목 맑음
아침 먹고 실내 화초들에게 물을 주었다. 실내는 벌써 봄이 찾아왔다. 군자란의 꽃봉오리들이 활짝 터지는 날을 기다리며 조금씩 꽃봉오리들이 부풀어 오른다. 긴기아남도 한껏 꽃봉오리를 부풀리고 있고, 향기가 황홀할만큼 달콤한 학쟈스민도 터질 듯 말 듯 눈 온 듯 하얗게 매달려있다.
꽃과 노닥거리다가 졸업식장에 지각하는 것 아냐? 깜짝 놀라 그때부터 마음이 바빴다. 서울 가는 길은 차량 흐름이 장난아닌데... 그렇지만 오늘 같은 평일날은 탄탄대로 아닐까? 스스로 위로하여 마음을 가라앉히고, 샤워하고 꽃단장했다.
집을 나서 양지IC로 들어서니 내 예상대로 도로가 휑 뚫렸다.
"이것 보세요. 서방님! 시원하게 달릴 수 있잖아요?"
"아직은 그렇지만, 서초가는 길은 결코 낙관적이지 못할 걸?"
그런가? 지난 6년동안 대구서 서울 관악사까지 승용차로 오가며 교통 지옥을 수없이 겪었으면서 왜 오늘은 깜박했지? 아니나 다를까? 양재 터널을 지나니 숨이 막혀 왔다. 드디어 교통 지옥 도시로 진입한 것이다.
쌩쌩! 단속 카메라 있는 곳만 규정 속도 지키기, 그 다음은 "내 뒤에 오는 차가 비호같이 달려 오는구나." 하며 잘도 달리는 東이 "이제부터 기어간다." 하며 속도를 늦추었다. 앞을 보니 비관적이다.
언제 가나? 시간이 가면 앞차가 가고, 우리도 간다.
양지IC를 빠져 나올 시각은 11:05분이었는데, 지금은 12:06분. 그냥 달리면 양지 집에서 관악사까지 50분 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였는데...
그래도 서초 가는 팻말이 보이는구나.
아들들에게 전화했다.
"미안, 점심 같이 맛있게 먹으려고 했는데, 너희들끼리 먹으렴. 언제 도착할 지 예측 불가능이구나."
그냥 도로에 서 있는 차량들. 명절 때만 그런 것이 아니고 서울 시내는 평일날에도 이런 모습이다.
앗, 예술의 전당 정문이 보이는구나. 그러면 목적지가 가까워졌다는 신호인데...
그렇지만 앞을 보니 아직도 막막하다.
저 멀리 관악산 줄기들이 보이는구나, 반가워라, 관악산아!
'어머? 앞이 드디어 텅 비었구나. 고마워라.'
'웬 걸? 그러면 그렇지. 도로는 차들의 놀이터이고, 차 속의 사람들은 체념 그 상태로 차를 몰고 가는 중인가?'
가는 방향이나 오는 방향이나 차들의 전시장이 따로 없다.
"서울대 정문 입구로 가지 말고 낙성대로 들어가서 캠퍼스를 돌면 덜 밀릴 것 같아요."
내 말을 존중하여 東이 좌회전하기 위해 서고 보니 우리 앞 차는 직진 신호를 받아 저만치 가버렸다.
드디어, 관악산이 보이는 관악사로 가는 길, 예상 대로 길이 한산 그 자체.
관악사 입구, 멀리 관악산 줄기가 학교를 감싸고 있다.
교수동과 연구동이 보이기 시작한다.
관악사 입구 요금 징수 안내소.
"졸업식 관계로 10:00-17:00까지 주차 요금을 받지 않습니다." 하는 팻말, 덕분에 티켓을 뽑지 않아도 되었다.
그 넓은 캠퍼스가 이미 차량들이 가득 들어와 주차 표시된 곳은 빼꼼하다.
양 옆으로 차들이 빽빽히 주차된 공대 캠퍼스 도로를 지나며
자연대를 돌아 저 멀리 아들이 연구하는 농생명과학대 연구실 200동 건물이 드디어 나타났다.
졸업식은 오후 2시인데, 언제 저렇게 빨리 와서 자리를 잡았나?
양지에서 연구실까지 걸린 시각은 1시간 35분. 그나마 이 정도 걸린 시각에 감사함을 가지며...
200동 연구실 앞에서 아들을 기다리다 우리도 주차할 곳을 찾다.
정문 못 미처 마침 차량 한 대가 빠져나가서 냉큼 차를 집어 넣었다.
아들이 친구들이랑 졸업 사진을 찍을 동안 정문 풍경을 감상했다. 정문 쪽으로는 끊임없이 차량들이 밀려 들어 오고 있다.
저 많은 차들은 어디에 주차하나?
아들이 이 학교에 입학 하기 전까지는 정문 앞의 독특한 이니셜이 항상 궁금했다. 알고보니 아주 간단한 것을... 시옷은 서울대학교의 (ㅅ)시옷자이고, 기역자는 국립의 (ㄱ)기역자이고, 기역자에 붙은 디귿은 대학교의 (ㄷ)디귿자.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큰아들이 나타났다. 졸업식장으로 가고 있는 父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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