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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마음 탐사 mind exploration/거꾸로 쓰는 육아 일기

똘지도 서울대학교 수석 졸업이라니...

by Asparagus 2009.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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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26 목 맑음

아들아, 정말 고생 많았다.

축하한다.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다보니 결과가 좋았구나.

고맙다. 정말 고맙다.

이 엄마도 이제는 진짜 한시름 놓아도 되겠니? 

 

 끊임없이 밀려 들어오는 차량들을 보며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아들과 아버지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고 있을까?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는 三父子를 불렀더니 父子만 뒤돌아보며 미소지어 주네.

 

 다시 뒤돌아 부지런히 졸업식장으로 가고...

 

 三父子 - 어느 새 머리가 반백이 되어버린 東의 뒷모습에서 젊은 날의 우리들 모습을 떠올리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똘지야, 뒤돌아 보렴. 엄마에게 이쁜 짓...

 

 졸업식장 앞에서 얘기 나누는 형제. 실험하다 곧장 나와서 겉옷도 제대로 못 챙겨 입은 돼지가 안쓰럽다.

 

 三母子 - 나는 또 어느 새 이렇게 세월의 두께가 앉았을까?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대로, 나도 젊은 한 시절이 있었건만...

 

 드디어 이장무 총장님이 앞장을 서고, 그 뒤로 교기와 각대학 교수님들이 행렬을 이루어 식장으로 입장.

 

 어떻게 된 것인지, 오늘의 주인공들 자리는 텅텅, 학부모석만 빼곡. 어느 대학이건 이런 풍경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나? 선생님들이 잘못 가르쳤나? 학생들이 잘못 배웠나? 

 

교수님들이 단상으로 올라가는 중.

아주 단정히 앉아 있는 똘이의 뒷모습을 보니 반갑다.

 

 드디어 졸업식 시작하다. 개식사, 국민의례, 교기에 대한 경례, 학사 보고, 학위(박사, 석사, 학사) 수여. 단과대 수석 16명 대표에게 상장과 메달을 수여, 총동창회장상 수여, 이어서 총장님의 식사(式辭)가 이어졌다.

 

"전략,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에게 리더가 되라고 주문합니다. 그러나 학력이나 지위가 높다고 해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없이 낮은 곳으로부터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포용할 수 있는 자만이 진정한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중략. 타인을 배려하는 한편,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성장할 수 있어야 비로소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중략. 여러분이 늘 자중자애하고 포용과 소통을 통해 공동선을 발견하는 덕성과 지혜를 부단히 키워 나갈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중략. 예로부터 "빨리 하고자 하면 결국 도달하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탐하면 큰일을 이루지 못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오늘 관악을 떠나는 여러분이 자신의 이익에 집착하는 작은 인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정진하여 큰 그릇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고자 합니다. 중략. 여러분을 가르칠 수 있어서 참으로 보람있고 행복했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모두의 앞날에 축복과 영광이 늘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2월 26일 총장 이장무"

 

이어서  총동창회장의 축사, 그리고 음악대학 박현재 교수가 축가를 불렀다.

 

축가는 "희망의 나라"이다. 교수님의 우렁찬 목소리에 맞춰 학부모들도 함께 따라 불렀다.

 

배를 저어가자 험한 바다 물결건너 저 편 언덕에
산천 경개 좋고 바람 시원한 곳
희망의 나라로

돛을 달아라 부는 바람 맞아
물결 넘어 앞에 나가자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찬 곳
희망의 나라로

밤은 지나가고 환한 새벽 온다
종을 크게 올려라
멀리 보이나니 푸른 들이로다
희망의 나라로

돛을 달아라 부는 바람 맞아
물결 넘어 앞에 나가자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찬 곳
희망의 나라로

 

 

 

 축가가 끝나고 이어서 서울대 관현악단의 장엄하면서도 경쾌한 축하연주가 이어졌다.

이어서 졸업생 대표가 졸업생 인사를 했고, 교가 제창 후 폐식을 했다.

 

서울대학교 교가 - 입학식때, 돼지 졸업식, 그리고 오늘, 세 번째 들으니 가사와 곡이 익어서 따라 불렀다.

작사 이병기 작곡 현제명

가슴마다 성스러운 이념을 품고/ 이 세상의 사는 진리 찾는 이 길을/씩씩하게 나아가는 젊은오뉘들/이 겨레와 이 나라의 크나큰 보람/ 뛰어나는 인재들이 다 모여들어/ 더욱 더욱 융성하는 서울대학교

 

 한 시간 걸린 졸업식이 끝나고 母子 상봉

 

 똘이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해.

 

 오늘은 엄마도 주인공이 되어보았네. 내가 졸업한 것 아냐?

 

 한번 웃어 보자. 이십 오년 전의 2.2kg 미숙아가 이렇게 자라서 나에게 단과대 수석 메달을 걸어 줄 줄이야.

 

이년 전 돼지도 서울대학교 수석 졸업 메달을 받았건만, 부끄럽다고 졸업식장에서 나에게 학사복도, 수석 메달도 걸어주지 않았단다. 

역시 큰 아들은 큰 아들이구나.

고마워!

 

  단과대학 수석 메달과 학사모, 상장을 들고 잠시 서울대학교 졸업생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만 입어보면 안되제? 아빠에게도 패스해 주자.

 

 잠시 서울대학교 졸업생이 된 東아. 東아! 오늘 이렇게 단과대 수석 메달 걸어 보니 기분이 너무 ..하지요?

 

 아버지 졸업식에 아들들이 대동?

 

 좀 더 가까이에서 찰칵.

 

 다른 사람이 보고 교수님이라고 하잖아요?

 

 東 - 그럼, 잠시 교수도 되어보지, 뭐.

 

 東 - 기분이다. 아들 친구 만나는 데까지만 학사복 입고 걸어보자.

 

 정문 앞 학교 로고가 있는 곳에서

 

 !

 

  

2006년 2월 26일 돼지 졸업식날성적표 나올 때마다 나를 놀라게 했던 A플러스 일색 성적표, 3년 반 동안 학과 수석이더니, 그것이 모이고 모여 드디어 졸업식날 단과대학 수석을 하였다. (7학기만에 졸업. 정말 대단하다.)
형제가 같은 과에 입학하여 3년 반을 같이 다니다가 형은 군대 가버리고, 너만 이렇게 혼자서 졸업하게 되었구나. 민식이가 군대 간 이유 중 하나는 이렇게 잘난(?) 동생으로 인해 항상 2등만 했기 때문에 그 스트레스가 쌓인 것일 거야. 군에서 제대하면 이제는 네가 그 자리 차지하렴) 

 

엄마가 위의 글처럼 그렇게 생각했는데, 너 제대하자마자 군복 입고 곧장 학교로 바로 가서 수업 받더니...

너도 7학기만에 단과대 수석 졸업이라니 엄마는 너무 고맙다. 

 

관악산은 불의 기운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서울대학교의 인재들이 용광로가 되어 불의 기운을 녹여 준다고 관악산자락 아래 자리잡은 교정 풍경이 새롭다. 

돼지는 실험해야 한다고 해서 200동 앞에 내려 주었다. 관악사 앞 봉천동, 6년째 단골로 가는 한양 음식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기숙사 점검을 해보고 가려고 다시 학교로 들어갔다.

 

 4년을 지낸 관악사(기숙사)

 

 학부에서의 마지막 기숙사

 

 2인 1실의 좁아터진 기숙사 방문을 여니 바로 좁아터진 침대가 보인다.

 

 불시에 들어가 본 똘이의 기숙사 내부

 

 군 제대하자마자 학교로 달려간 증거품? 군모가 걸려 있네?

'이불, 베개가 더러우면 어떻하지?"

우려와 달리 이불 호청이랑 베개깃이 깨끗했다.

졸업식전, 2월 27일부터 기숙사 석사동 (아파트식으로 되어 있어서 생활하기가 훨씬 수월하다)에서 형제가 함께 한 방을 쓰게 해 준다는 연락을 받아서 안심을 하고 우리는 떠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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