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아이들을 만나는 기쁨
2009년 7월 19일, 일, 흐림
처녀적부터 꿈꾸어왔던 전원에의 동경.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전원주택지를 찾고 또 찾았다, 그러다가 낯 설고 물 설은 이곳에 전원주택을 구입하게 된 것은 바로 마을 주변을 둘러싼 경관이었지만 더 깊은 동기는 아이들 때문이었다.
서울로 유학 보내고 나니, 아이들은 공부에 바빠서 몇 달에 한 번 정도 집으로 내려왔다. 관악사에서 마을 버스로 봉천동까지, 봉천동에서 지하철을 타서 서울역, 서울역에서 새마을호를 타서 동대구역까지, 도착할 무렵이면 저희 아버지가 부리나케 칠곡에서 동대구역까지 승용차를 끌고 데리러 갔다. 집에 오는데 무려 4시간, 다시 기숙사까지 가는데 4시간 걸렸다.
서울로 유학 보낼 때, 아이들을 자주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왜 진작 생각하지 못했을까? 보고 싶었다. 보고 싶어 수시로 눈물을 글썽이었다. 방법은 거꾸로 우리가 서울 가는 거다. 한달에 한번씩 東과 함께 승용차로 서울 관악사까지 갔다. 저녁에는 서울대 입구 어느 모텔을 숙소로 정해서 잠을 잤다. 이튿날이면 서울근교를 구경다녔다. 녀석들은 방에서 푹 쉬고 싶은데, 차 속에 갇혀서 오히려 피로만 더 쌓인 것이다. 몇 년을 그렇게 하고 나니 녀석들이 모텔에서 자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하긴... 다 큰 녀석들과 부모가 한 방에서 뒹구는 모습이 남들 눈에는 이상하게 비칠 것이다.
농담 삼아 말했다.
"그럼, 대학 근처 오피스텔 하나 구입할까?"
2007년 8월 여름방학이 끝나기 전날 아들의 짐을 챙겨서 기숙사로 가다가 전원주택을 구경가게 되었다. 양지IC 근처에 자리잡아서 고속도로가 안밀리면 승용차로 서울대 기숙사까지 50분이면 갈 수 있단다. 뜻밖에도 마을 전경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여기에 터를 잡으면 토요일마다 서로 여기로 와서 상봉하면 되겠네?"
더 이상 무엇을 생각하리? 집값은 우리 대구에 비하면 엄청났지만, 모험을 감행했다. 東과 나의 신용으로 이리 저리 융자내어서 빚더미 집을 장만한 것이다.
그때부터 아들을 만나기 위한 목적과 식물을 가꾸고 돌보는 즐거움이 있는 전원 생활을 위한 주말 여행이 시작되었다. 지난 해는 몇 주일에 한번씩 오더니, 올해는 대부분의 주말이면 여기로 와주는 녀석들. 석사, 박사 입문하여서 일주일 내내 실험실에서 실험하느라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 와서 해소하고 갈 수 있어서 좋다고 하니 내가 더 기쁘다.
6월 28일 형제가 함께 왔다가 가던 날 똘지 - 사진 찍으려 하면 꼭 눈을 감는다니깐?
6월 28일 DMB 화면 채널을 바꾸느라 정신없는 아빠랑 활짝 웃어주는 돼지 녀석 "엄마, 빠이빠이!"
2009년 7월 5일 돼지 혼자 왔다 가던 날
7월 12일 함께 왔고, 7월 19일 돼지 혼자 왔다가 떠나기 전, 아빠랑 찰칵
형제가 늘 귀에 꽂고 다니는 저것이 맘에 안들어 빼라고 했다가
알고 보니, 영어 회화 공부하는 것이었다.ㅠㅠ
"엄마, 빠이빠이."
하고 돼지는 학교로 되돌아갔다. 보내고 나면 언제나 쓸쓸한 이 기분. 아들이 남기고 간 말 때문 오늘은 더 하다. 박사 1학기차인 돼지는 2학기차는 시애틀의 워싱턴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었단다. 8월 2일날 출국하여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일주일간 세미나 및 논문 발표하고, 지도 교수님이랑 시애틀로 자기가 살 방을 구하러 갔다가 8월 12일날 온단다.
이야기를 하며 남긴 말
"엄마, 시애틀에 가면 그냥 거기서 눌러 살까?"
"그럼, 엄마는? 엄마도 너 따라간다? 아빠 혼자 내비 두고..."
母子가 그렇게 이야기했지만, 정말 현실이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지금부터 만의 하나라도 혹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겠다.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
1996년 9월 12일 우수교사 해외 연수단에 선발 되어 난생 처음 가본 미국, 그것도 시애틀에 첫발을 디뎠고, 그 수많은 대학들 중 워싱턴 대학교를 방문했다.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다웠던 시애틀 속의 웅장한 대학 교정을 걸으며 우리 아이들도 여기 대학교에 유학을 하게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십 이년이 지난 지금 돼지가 교환학생으로 간다고 하니...
"엄마가 시애틀에 길 닦아 놓고 왔어. 나중 너희들도 꼭 시애틀 가보렴."
농담으로 했던 그 말이 현실이 되어 버렸네?
만감이 교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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