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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탐사 mind exploration/거꾸로 쓰는 육아 일기

상장에 얽힌 안전사고

by Asparagus 2009.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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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6일 토 맑음

똘지 녀석이 집안에 들어서서 슬며시 거실에 무엇을 펼쳐 놓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상장이다.

"아니, 웬 상장? 석사과정 공부하는데도 상장을 주나?"

상장을 펼쳐 들고 읽다가 문득 똘지 초등학교 2학년때 일이 생각난다.

 

1992년 5월 어느 날, 똘이가 학교에서 상장을 받았다. 그날 마침 친정 어머니가 오셨다. 똘이는 외할머니에게 상장을 보여 드렸다. 평소에도 가끔씩 외할머니가 집에 오시면 그간 학교에서 받은 상장을 꺼내서 자랑을 한다. 그러면 그때마다 외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잘했다고 칭찬하며 천원 지폐를 주셨다.

 

그날도 똘이는 학교에서 받은 상장을 외할머니에게 보여 드렸다. 외할머니는 장하다며 천원지폐를 주려했다. 마침 천원지폐가 없어서 반짝반짝 빛나는 백원짜리 새동전을 주셨다. 문제는 그때 생긴 것이다. 동전을 들고 장난을 치던 똘지가 갑자기 캑캑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친정어머니의 다급한 소리가 들렸다.

 

"아이구, 똘아, 뱉어봐라. 어이? 우야노?"

내가 놀라서 똘이방으로 뛰어가니 친정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똘이가 동전을 삼켰다는구나. 내가 공연시리 아이에게 동전을 줘서..."

하며 안절부절하신다.

 

똘이를 안아 거꾸로 들고 등을 두들겨도 동전이 나오지 않았다. 급히 아이를 승용차에 태우고 경북대학교 응급실로 갔다. 엑스레이 결과는 목뼈에 동전이 세로로 걸려 있는 것이다. 토요일 오후여서 월요일 아침에 수술 할 때까지 아이에게 밥은커녕 물조차 금지시켰다. 목이 마르다하면 물수건으로 입술을 적셔 주는 정도로만 해주어라고 한다.

 

안그래도 빼빼 마른 녀석에게 토요일 저녁부터 다섯 끼를 굶긴다는 것, 옆에서 지켜 보는 내가 더 고통이었다. 월요일이 되기를 기다렸다. 수술실에 들어갔다. 집게로 목구멍을 고정시키고 목구멍을 최대한 벌렸다. 그리고 동전을 꺼집어 내었다. 의사 선생님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아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배 고프면 엄마에게 맛있는 것 많이 만들어 달라고 해, 동전은 맛이 없어요."

힘들게 꺼낸 동전을 거즈에 싸서 주시며 말씀하셨다.

"기념으로 가지고 계시든지요."

 

동전을 꺼집어내기 위해 강제로 목구멍을 벌렸기 때문에 상처가 났다고 했다. 감염 예방을 위해 항생제 약을 일주일치 받아서 집에 왔다. 가장 놀란 사람은 나보다도 친정어머니셨다. 그때의 그 백원짜리 동전은 거즈와 함께 고이 쌓여 지금까지 내 책상 서랍 속에 들어있다.

 

아이를 키우며 가장 우선시 할 일이 안전사고이다.

 '불에 데일까, 물에 데일까, 높은 곳에서 떨어질까, 뛰어가다 넘어질까, 아무 거나 삼킬까.'

엄마라는 자리는 자식을 키우며 이런저런 걱정근심에서 결코 떨어질 수가 없다. 우리 어머니가 지금껏 걱정해 주시는 것처럼 나역시 우리 아이들이 아무리 나이가 들어가도 걱정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똘지의 동전 삼키기 사건 이후, 친정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절대 동전은 주지 않으셨다.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똘지야, 고맙다. 상금 백만원과 상장 잘 보관해 놓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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