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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탐사 mind exploration/거꾸로 쓰는 육아 일기

7년전, 수능 시험 친 아들에게 보냈던 편지

by Asparagus 2009.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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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2일 목 흐림

2009학년도 수능 시험 치룬 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이사 올 적에 5학년이었던 쌍둥이가 수능 시험을 치룬 지 벌써 7년전이라니...

 

몇 십년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친구가 늦둥이로 낳은 막내딸 도영이와 16년전 아파트 입주 때부터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지내는 옆집 다빈이도 오늘 수능 시험을 치루었다. 매일 밤 8시 20분부터 한 시간 동안 함께 운동하는 다빈이 엄마에게 수능 시험이 있는 이번 주에는 운동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  

 

도영이와 다빈이가 시험을 잘 치루었기를 기도하며 7년 전 우리 쌍둥이에게 보낸 편지를 다시 꺼내어서 읽어본다.

 

수능 시험 전전날 밤에 보내는 편지
                                                       asparagus

빼빼로 같은 내아들들아,

드디어 이틀 밤만 지나면 高 3, 苦 3 엄마도 마음 놓고 잠 잘 수 있겠지?

거물거물 잠 오는 눈 비비며 넘어가지 않는 아침밥 겨우 몇 술 뜨고 현관문을 나서던 너희들. 학교에 가면 그 재미 없는 공부라는 녀석과 말없이 씨름을 하였던  긴긴 나날들.

 

이제 이틀 밤만 지나고 시험을 치루면 대입 수능 준비했던 그 시간들은 그리운 추억 속으로 걸어 가겠지.

 

성적 순위 몰랐던, 마냥 즐겁기만 했던 유치원 시절로 되돌아 갔으면 노래하던 너희들,


너희들이 밤 늦도록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안스러워 내가 대신 해 줄 수 있었으면...

힘들어하는 너희들을 보며 늘 마음 아팠어.

 

공부 좀 해라! 해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해 주고 학교 공부에 충실해 주는 너희들이 너무나 고마웠어.

 

                2002년 11월 6일, 대학수학능력시험날.

지금껏 준비해 온 공부라는 돌들을 하나라도 어긋남없이, 성김없이 차근차근 차곡차곡 공든 탑이 되게 잘 쌓기 바래.

그리고 너희들이 오늘에 오기까지 열심히 가르쳐 주신 유치원 선생님과 초 중 고등학교때의 모든 선생님들에게 마음 깊이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2002년 11월 4일, 엄마가

 

수능 시험 다음날 밤에 보내는 편지
                                                       asparagus

아이들아,

드디어 대장정의 그날이 지나갔구나.

준비했던 그 긴긴 날들, 돌이켜 생각하면 아쉽고, 안타깝고, 미진하고...모든 것이 후회뿐이겠지?

수많은 시험을 치루었을 때의 엄마 마음이 그랬거든.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조금만 더 차분히 시험에 임했더라면.... 하는 것이 인간 본성이야.

 

아무튼 수고했다.

"엄마가 우리 실력보다 더 기대치를 높이 잡아서, 엄마 때문에 스트레스 더 받아요."

하던 너희들 말을 들으며, 엄마는 깊이 반성한단다. 너희들 실력은 너희가 가장 잘 알테니...

 

이제 남은 것은 어느 대학이든지 진학을 하게 되면, 대학생답게 열심히 공부하고 더 넓은 세상을 너희들이 뜻한 바 대로 잘 항해 해 나가길 진심으로 바래.

                                                  2002년 11월 7일 수능 끝난 다음날, 엄마가

 

수능 걱정 없었던 어렸을 적 너희들 모습

울 귀여운 아들

누가 누구인지 알겠어?

엄마가 안방에 있는 네 사진을 디카로 찍어보니 잘 나왔네?

아무 것도 모르고 행복한 웃음 짓는 너희들 얼굴.

정말 해맑다는 말이 참 어울리네?

  • 상주 주공아파트에 살 적에 밤새 흰눈이 펑펑 내렸던 어느 일요일 아침, 세 살된 너희들을 데리고 아파트 마당에서 찍은 것,
  • 시월의 어느 일요일날, 아빠가 일직할 때 80cc 오토바이 위에

    아빠 엄마 사이, 네 살 된 너희들을 태워가서 이웃 과수원에서 찍은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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