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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처럼 향기롭게, 나무처럼 튼튼히!
마음 탐사 mind exploration/거꾸로 쓰는 육아 일기

함께 공부하기

by Asparagus 2009.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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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이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처음 치는 중간고사 시험 칠 기간이었다. 퇴근해서 집에 오니, 아들과 함께 방을 쓰시는 친정 어머니가 나를 붙들고 말씀하셨다.

"아이고, 야이야~ 큰일이데이, 너거 아이들 시험친다고 잠도 안자고 공부하더라. 잠 좀 자라고 해라."

"예? 잠도 안자요? 큰일이네?"

 

시험치고 나보다 먼저 집에 와 있던 녀석들을 불렀다.

"너희들, 진짜 시험 기간에 잠도 안자고 공부하나?"

"엄마는.... 잠 안자고 어떻게 공부해요?"

"그래? 그럼, 오늘부터 엄마 서재에서 공부해라. 엄마도 옆에서 공부할란다."

 

결혼 이후 "내 책, 내 방, 내 물건"이라는 단어는 잃어버려서 늘 쓸쓸하고 허전했던 결혼생활. 17년 만에 넓은 평수로 이사하면서 내 방이 생겼다. 내 서재는 나 이외는 출입금지구역이었다. 대학때부터 사다 모은 각종 책들과 살아오면서 하나 둘 씩 사 모든 책들이 온사방 책장에 빼곡히 차있는 방.

 

그 날 저녁, 간이 책상 두 개를 내 서재 중간에 갖다 놓고, 녀석들을 불러 들였다. 그리고 그날부터 함께 공부를 했다. 나는 내 책상에 앉아서 읽고 싶은 문학책을 펴서 읽는다. 녀석들이 공부하면서 물 마시고 싶다하면 물 떠다주었다. 그런데 녀석들은 간식은 절대 안 먹으려 했다. 이유가 '간식을 먹으면 잠이 와서 공부가 안된다'는 것이다.

 

난 몰랐다.

'배고프면 먹고 하면 되지. 몸도 허약한데...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나?'

"잠 좀 자거라. 그렇게 안자고 공부하면 머리에 들어가나?"

 

전전긍긍하는 나와 달리 빼빼로 같은 녀석들은 밤 두 시, 세 시까지 시험 범위까지는 봐야 한다고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책상에 엎드리면 그때서야 말했다.

"똘아, 엄마가 아침에 깨워 줄테니 방에 가서 자거라."

"예."

"돼지야, 너도 좀 자거라."

"안돼요, 엄마, 이 책 시험 범위까지 아직 덜 봤어요."

"그러니? 그럼 언제 자는데?"

"네 시까지 보고 세 시간 자면 되어요. 시험 치고 와서 낮잠 자면 되어요."

 

이후부터 녀석들이 고 1학년때까지, 3년 동안 시험치는 기간이면 공부하는 것을 지켜 보며 나도 이런 저런 공부하느라 몇 시간도 채 못잤다. 퇴근 때 운전대만 잡으면 졸음운전이었다. 한 손으로 내 머리를 때리고, 빰을 때리고, 큰소리로 유행가 부르며 핸들을 잡았다. 고 2때부터는 학교에서 야간 자율 학습을 밤 열 한 시까지 하고 오느라 자연스레 중단이 되었다.

 

녀석들의 공부 방식-결코 권장하고 싶지 않은- 내가 결코 이야기 해 주지 않았는데도 그 옛날 학창 시절 공부할 때와 정말 닮아서 속으로 깜짝 놀랐다. 난 평소에는 펑펑 놀다가 (수업 시간에는 선생님 설명 잘 안 듣고, 상상으로 콩밭을 많이 헤매는 편) 시험 기간에는 밤잠 안자며 달달 외워서 성적을 올렸다. 그래서 성적이 아주 잘 나오면 온전한 내 성적이 아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성적임을 스스로 깨닫고 늘 불안했던 학창 시절이었다. 반면 아이들은 평소, 학교에서 공부 시간에 선생님 설명을 집중하여 듣고, 과제물도 즉각즉각 해가는 모범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매년 여름방학, 겨울방학이면 그동안 공부하느라 고생한 것 만회한다고 늦잠 자기, 펑펑 놀기, 컴퓨터에 붙어 앉아 오락하기. 만화책 빌려 읽기. 등등...

오죽 하면 녀석들이 고 2 여름 방학 끝무렵인가? 보다 못한 제 아버지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야, 이자식들아. 밤낮없이 오락만 하면... 뭐? 서울대학교 간다고? 경북대도 못 들어가겠다."

 

꾸중 듣는 아이들을 안방에 데리고 와서 끌어 안고 말했다.

"아빠가 얼마나 화가 났으면 저렇게 말씀하시겠니? 아빠 볼 적에는 공부하는 척 좀 해라. 남들은 방학이면 특강이다 하며 오만 학원 다 다니는데, 너희들은 학원에도 안가고, 너희들 나름대로 공부하는 방식을 엄마가 존중해 주잖아? 엄마가 이해하니 아빠 꾸중에 속상하지 마."

 

방학이 끝나고 처음 치는 시험은 매번 성적이 좀 떨어졌지만, 곧 제 페이스를 찾아 가는 아이들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학원의 학자도 모른다. 언젠가

"엄마, 학원이 어떻게 생겼어요?"

이렇게 말했다.

"그럼, 학원 구경 가기 위해 학원 등록하러 가자."

"진짜? 정말?"

그래놓고 지금까지 학원 등록 해본 적이 없다.

 

엄마가 아이를 믿어주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남의 아이들이 학원가서 공부한다고 덩달아 보내지 말 것,

만약 학원에 보내게 된다면, 부진한 과목을 보충하는 차원에서 보내야 하는 것이지, 절대로 앞선 공부, 선수학습을 시키지 않기, 왜냐하면 미리 선수학습을 하게 되면 학교에서 배우는 그 과목의 공부가 시시하게 여겨진다. 그때부터 학교에서 배우는 다른 과목의 공부도 불신하게 되고, 창의성 또한 없어지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조금은 후회가 되기는 한다. 영어회화는 배우게 해 줄 걸... 영어가 가장 뒤쳐진다는 말에 늘 가슴이 아리다. 남들 대다수가 다 가는 어학 연수 한 번 안간 녀석들이 안쓰럽다. 그래도 영화보며 영어공부한다는 녀석들을 믿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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