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8일, 월
오후 1시에 돼지가 학교 앞에서 인천공항 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전화를 해 주었다. 미국 가서는 한국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휴대폰을 똘지에게 주기 전에 나에게 목소리를 들려 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돼지가 떠났다. 똘지가 공항까지 마중해주려 한 계획은 학교 사정상 따라가지 못한다고 했다. 탑승하기 전 오후 4시 20분에 수속 다 마쳤다고 다시 한번 더 공중전화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전화를 끊고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루룩 흘러 내렸다.
그렇게 돼지는 저 혼자 출국 수속 준비하여 오후 6시 30분 비행기로 떠났다. 13년전, 선진지연수단에 운좋게 발탁되어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서 시애틀로 날아갔던 그 하늘길을 아들이 가고 있는 것이다. 돼지는 씩씩하게 잘 떠났겠지?
보고 싶은 내 아들들아, 널 어떻게 키웠는지 한번도 이야기 해 준 적 없구나.
심봉사가 젖동냥하여 심청이를 키웠다면 엄마는 눈물로 키웠단다. 직장 생활하며 수유 시간이 되면 눈치코치 봐가며 수유를 했단다. 한밤에 한번, 새벽에 한번, 아침에 한번, 둘째 시간 마치고 한번, 점심때 한번, 오후 4시에 한번, 퇴근 후 한번, 잠 자기 전 한번, 그렇게 모유를 수유했단다. 당시 엄마 몸무게가 50kg이어서 쌍둥이인 너희들이 나누어 먹기에 모유량이 너무 적었단다. 똘지가 모유를 먹을 동안, 돼지에게는 우유를 먹이고, 두 시간 후에는 반대로 돼지가 모유를 먹을 동안, 똘지는 우유를 먹고... 엄마는 한번도 그 순서를 빼먹거나 뒤바꾸지 않았어.
엄마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너희들에게 꼭 모유를 먹이고 싶었어. 당시 교감, 교장의 눈치를 보며 수유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무도 몰라.
우유를 먹이면 되지 유별나게 모유 수유를 한다고 하였던 그때 그 시절.
아빠조차 나의 그런 수유 방법을 얼마나 이해해 주었을까?
돌이켜 생각하면 지금과는 너무나 다른 근무 여건이었단다. 여성들이 직장 생활 하며 모유 수유를 한다는 것은 모험이나 마찬가지였어. 모유 수유를 위해 엄마는 잠도 제대로 잔 적 없었어. 엄마가 힘들게 수유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을까?
엄마젖을 겨우 만 6개월 먹고는 고개를 돌렸어. 엄마젖 대신 우유병만 찾더구나. 엄마젖을 아무리 먹이려고 해도 고개짓하며 거부하였을 때 엄마는 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그렇게 큰 네가 스스로 혼자서 연구하러 미국이라는 나라에 가다니...
돼지야, 네가 맡은 프로젝트 연구, 결과가 좋게 나오기를 엄마는 네가 생각날 적마다 기도할게.
혼자 기숙사방을 쓰게 된 똘지도 많이 슬펐겠구나, 아들들아, 고맙다. 사랑한다.
머나먼 나라에 혼자 숙식을 해결하고 멋진 연구물을 가지고 한국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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