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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탐사 rural exploration/녹색 장원

신종플루 걸린 남편과 간 큰 아내

by Asparagus 2009.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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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구덩이를 벗어나게 해준 고마운 겨울방학

東도 지난 11월말에 결국 신종플루 걸렸습니다. 

 

東이 근무하는 학교는 2학기 개학 후 신종플루 걸린 학생이 한 명, 두 명 생겨나자마자 3일 휴교까지 하였습니다. 전국의 학교는 감당이 불감당이었던 신종플루로 인해 2학기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예방에 주력하였지만, 어느 학교든 가리지 않고 환자가 발생하였습니다.

 

각 학교 교사들이 당번을 정해 아침 8시부터 30분간 등교하는 학생들의 체온을 재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東과 저도 당번날이면 평소때보다 좀 더 서둘러 8시까지 학교에 가서 체온을 재었습니다.

 

신플로 인해 교사나 학생들이나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니는 모습이 오히려 이상했습니다.  9월에는 신플 환자가 전교에 한 두 명이던 것이 10월에는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전교가 아니고 학급마다 한 두 명씩 생기더니, 급기야는 세 명에서 여섯 명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습니다.  

 

東이 가르치는 학급에도 신플 환자가 열 명이 넘었고, 제가 가르치는 학급에도 여덟 명이나 생겼습니다. 말 그대로 신종플루 구덩이에서 근무 하였던 것입니다. 드디어 11월 12일 학생들에게 1차 예방접종을 했습니다. 무슨 법이 그렇게 이상한지, 예방접종하고 남은 약품은 완전폐기를 할 지언정 교사는 예방접종 순위에서 제외였습니다.

 

학생들 예방 접종하고 난 그 다음 주 월요일 아침, 東이 출근하면서 열이 많이 난다고 하더라구요. 머리를 만져보니 아주 따끈따끈했습니다. 체온계로 잴 시간이 없어서 그냥 출근했습니다. 저랑 함께 카풀을 하는데, 운전을 하며 기침까지 해서 마스크 좀 하라니 귀찮다고 하지 않잖아요. 저만 얼른 마스크를 썼습니다. 

 

출근하여서 오전 근무하고 병원에 가니 열이 38,3도라 하는 겁니다. 간이 검사하고 5일간 타미플루 처방 받았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주더라구요. 조퇴하지 않느냐하니 그냥 근무한대요. 저랑 함께 퇴근하며 신플 걸린 남편이 곁에 앉아 있다는 것이 조금 신경쓰였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그냥 침대에 드러 눕는 것입니다. 신플 걸리면 무조건 일주일간 병가내어야 된다고 하니, 학생들은 예방주사 다 맞았으니 전염 될 일은 없을 거고 학년말 일거리가 많아서 그냥 출근한다고 하대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신플 걸린 사람이 근무를 하면 되냐고요?

 

신혼부부는 신플 걸린 남편을 피해서 친정에 간다더만, 저는 신플 걸린 남편 곁에서 잠잤습니다. 환자는 그냥 자고 저는 마스크 끼고 잤습니다. 신플 걸린 환자는 식구들과 격리해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막상 남편이 걸리고보니, 격리는커녕 한 침대에서 자고 식탁에서 밥 같이 먹었습니다.

 

타미플루 처방약 다 먹고 그 효과를 보았는지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신종플루 겁내지 않은 저도 東이 발병한 지 일주 일 후, 하루 정도 목이 약간 따끔거리며 아플락말락 했습니다. 지난 가을, 치자 열매를 따서 말려 놓은 것로 치자차를 달여서 수시로 마셨더니 통증이 없어졌습니다.

 

신종플루, 누구에게도 다 전염 위험이 있지만, 수시로 손을 깨끗이 씻고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것, 맞습니다. 

 

東이 신종플루 걸리기 전인 11월 15일날 담은 동치미 장독을 뒷마당에 묻어 주었습니다. 신플 걸리는 바람에 찬 것 멀리한다고 잊어버렸다가 담은 지 한 달도 훨씬 넘은 이제서야 꺼내어 맛을 보았습니다. 뒤안에 가서 한 가득 떠온 東이 이렇게 모양을 낸다고 내어서 떠 놓은 동치미입니다.

 

 東이 난생 처음 모양 내어 식탁에 차려 놓은 동치미 - 고추장 넣고 밥 비벼 먹는다고 썰어 놓은 모습

 이건 제가 먹으라고 모양 내어 썰어 준 동치미

땅에 처음으로 김칫독을 파묻어 보았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힙니다. 김치 냉장고는 저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참, 치자차, 처음 먹어보았습니다. 염료로 쓰이는 것인만큼 치자차는 색깔이 진노랑색입니다. 맛은 그냥 무덤덤하니 물맛이어서 먹기가 좋습니다. 목안이 마르거나 염증이 있을 때도 차자차를 마시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알았습니다.  혹 입 속 마름 병이 있으신 분은 꼭 치자차를 드셔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치자차 끓이는 법

마른 치자 열매 한 개를 흐르는 물에 재빨리 씻어서 가위로 몇 토막을 낸 후,1L 주전자에 넣고 `5-10분 정도 끓여서 마시면 됩니다.

 

* 치자 구입처

약재상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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