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4일, 월, 눈
새벽 6시에 일어나니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출근 준비하여 집을 나서며 걱정이 앞섰다.
東에게 말했다.
"우리, 전화하고 안가면 안될까요?"
"간다고 했으면 가야지, 무슨 소리하노? 차라리 어젯밤에 갔으면 되었을 것을... "
"그럼 진작 말하지 그랬어요? 똘지 보내고 나서 바로 갔으면 되었잖아요?"
새벽부터 어제 길 떠나지 못한 것을 탓하면 무엇하리? 마당에 쌓인 눈이 벌써 10센티미터 정도. 발목이 푹푹 빠졌다. 양지 IC를 빠져나올 때부터 차들이 엉금엉금 기더니, 고속도로 위에서는 갓길에 그냥 세워 놓은 차들이 즐비했다.
"덕평 IC에서 내려 차 되돌리면 안될까요?"
"돌리는 것도 힘들 걸?"
평소에는 양지에서 덕평까지 기껏 5분 걸리는 거리가 한 시간도 넘게 걸렸다. 제설차도 오지 않고, 눈밭 위를 시속 10-20Km로 갔다. 끝이 없는 눈길, 새벽이어서 그런가? 서울로 가는 상행선은 복잡했지만, 하행선은 차들도 별로 없다. 하얀 고속도로 눈길 위로 먼저 지나간 차 바퀴를 뒤따라가며 그야말로 살얼음판이 따로 없다.
오늘 출근 이유는 바로 신종플루 2차 접종 때문이다. 학급 담임이 학생들 예방접종을 잘 맞도록 곁에서 지도하여야만 하는...
아침 9시 30분까지 학교 도착하는 것은 불가능이다.
"눈으로 인해 아주 늦게 학교에 출근할 것 같습니다."
학교로 전화하고 나니 동동거렸던 마음이 그나마 좀은 안정이 되었다.
충주 휴게소에 들러 3분 휴식하고. 중앙선만 구분되는 백지 같은 고속도로를 가슴 졸이며 남쪽으로 남쪽으로... 문경 새재 지나면 좀 나아질까 싶었는데 설상가상이다.
구미 인터체인지에서 빠져 나오니 어느 길로 가야 하는 지도 구분이 안되어서 엉뚱한 길로 운전대를 꺾어 버렸다. 네비게이션이 아니었으면 다시 거꾸로 올라갈 뻔했다.
낮 12시 40분에 학교 도착하니 잔치는 끝나 있었다.
"일찍 서둘러서 집을 나섰지만 온 보람도 없이 이렇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천재지변이니까 어떻게 하겠습니까? 오시느라 수고했습니다."
허탈한 이 기분이라니...
국도는 숫제 눈이 꽁꽁 얼어붙어 백색이다.
집 나설 때부터 영하 7도이던 날씨는 구미를 지나니 영하 5도, 칠곡을 지나니 영하 3도, 대구가 가까워질수록 1도씩 올라갔다. 칠곡 IC를 빠져 나올 때는 0도였다. 지구 온난화로 대구는 이제 남쪽이 되어버렸나?
아파트에 와서야 안도의 숨을 쉬었다. 아이들에게나 눈은 낭만적인가? 디카로 설경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쌓인 눈만 봐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공포 영화가 따로 없는 하루였다.
(아참, 제일 중요한 말이 빠졌다.
안전 운행해 주신 東, 고맙습니다.
그 머나먼 험난한 눈길을 안정되게 굴러준 기아자동차 사륜구동 모하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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