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잎& 팥잎 김치 담그기
고향이 영천인 친정 아버지는 콩잎 김치를 참 좋아하셨습니다. 친정 어머니는 해마다 겨울이면 노랗게 잘 삭힌 콩잎으로 김치를 담았습니다. 어렸을 적엔 질기디질긴 콩잎 김치를 즐겨 드시는 아버지 식성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결혼하고 나서 친정에 갔더니 콩잎 김치가 상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본 콩잎 김치가 너무 반가워 콩잎 김치로만 밥을 먹었습니다. 東도 한 잎 집어서 먹으며
"사람이 콩잎을 먹냐? 소가 먹는 것을?"
이렇게 놀리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더 놀란 것은 상주에 사시는 사촌 형님네 집에 가니 팥잎 말린 것을 삶아서 콩가루를 넣어 국을 끓였더라구요.
"엄마야, 사람이 팥잎을 다 먹냐? 소가 먹는 것을?"
피장파장 콩잎, 깻잎 먹거리였습니다.
지난 해 가을, 텃밭에 심어 놓은 콩과 팥에서 잎들을 따서 소금물에 삭혀놓았습니다. 삭힐 때 방부 효과가 있는 차즈기 잎도 함께 넣으면 소금물에 하얀 곰팡이가 거의 피어나지 않아요.
"콩잎은 소나 먹지."하던 東이 언젠가부터 콩잎 김치맛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텃밭에서 콩잎을 따오기까지 했어요. 한 잎 한 잎 정성들여 이렇게 깨끗이 씻어 건져 놓았습니다. 맘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건져놓았을 것 같아요.
' 내가 이렇게까지 해 주는데 맛있게 안담기만 해 봐라.'
원래 콩잎은 노랗게 낙엽이 들고 나서 따야 되는데, 시기를 맞출 수가 없어서 낙엽이 들기 전에 잎을 따서 색깔이 제대로 나지 않았어요. 두 달 간 소금물에 잘 삭혀 놓았던 콩잎과 팥잎을 건져내어 며칠 동안 찬물을 바꾸어가며 우려냅니다. 그런 다음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빼 놓습니다.
양념장으로 콩잎 김치 담그다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양념장 만들기
진간장, 멸치 액젓 적당량. 옥수수 물엿, 매실 액기스, 마늘 다진 것, 당근 가늘게 채썬 것, 납작 썰기한 생강 조금, 검정깨, 잣을 넣고 고춧가루를 넣은 후 잘 저어서 5시간 가량 숙성시키기
먼저 깻잎, 콩잎을 몇 장씩 밀폐 용기에 넣고 숟가락으로 양념장 떠서 바르기를 계속 반복합니다.
차곡차곡 담은 콩잎 김치
팥잎 김치
작은 밀폐 용기 세 개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새벽 5시에 담았는데, 아침에 먹으니 벌써 맛이 들었어요. 밥 맛 없을 때 한 잎씩 먹으면 입맛이 싹 돌아오는 경상도식 콩잎 김치입니다. 팥잎 김치는 제가 처음 담아 보았어요. 팥잎 김치는 아직 한번도 못만났는데, 이 참에 요리 특허 내어도 될 만한 낙엽 김치입니다.(자화자찬했어요.^^)
맛있게 먹어주는 東의 얼굴을 보며 내년에는 어여쁘게 낙엽든 콩잎을 엄선하여서 더 잘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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