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 씨앗에서 수수 부꾸미가 되기까지
친정 어머니가 주셨던 찰수수 이삭 하나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2009년 5월 23일 수수 모종 모습, 잘 표시해 놓아야 해요. 잡초처럼 생겨 다 뽑힐 뻔했습니다.
2009년 6월 23일 모종을 이식하고, 수수가 자라던 모습
2009년 난생 처음 관찰한 수수꽃 모습
수수알곡이 달린 수숫대 사진은 미처 찍지 못했어요. 조롱조롱 달린 수수이삭이 너무 탐스러웠는데, 어느 날 보니 날아다니는 새, 그것도 비둘기만한 산새들이 날아와서 알갱이만 쏘옥쏘옥 까먹는 것을 보았어요. 놀라서 수수 이삭을 꺾었어요. 탱글탱글 여물도록 놓아두면 새들이 한 톨도 남기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러고보니 수수를 심어 놓은 밭에 수수 이삭마다 양파망을 씌워 놓았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때는 새들이 얼마나 극성이면 그렇게까지 할까 싶었지만, 막상 제가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그게 아니군요. 내년에는 반드시 설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몇 십 개의 수수 이삭에서 1,5Kg 정도를 수확했습니다.
방앗간에 가서 껍질을 벗겨야 한다는데, 양이 너무 적어서 어쩌지도 못하고 그냥 병에 담아 놓았어요.
물에 불리면 껍질이 벗겨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제 생각이 맞았어요. 실험 삼아 한 컵 정도를 물에 불려 놓았더니 껍질이 벗겨졌습니다. 살살 씻으니 껍질이 물에 다 떠내려 가고 알곡만 남았어요. 물을 약간 부어서 믹서기로 갈았습니다.
수수를 물에 담구어 불려놓으니 껍질이 물 위로 떴습니다. 방앗간에 가지 않아도 되었어요.
말하자면 겉껍질만 벗겨진 현미 수수알갱이입니다.
난생 처음으로 수수부꾸미 굽기에 도전했습니다. 반죽이 물러서 굽기가 좀 난코스였습니다.
첫째 판 수수부꾸미 - 모양이 엉망입니다.
두번째 판 수수부꾸미 - 이것도 모양이 엉망입니다.
세 판 째 수수부꾸미 - 역시나 모양이 엉망입니다. 다 반죽이 무른 탓입니다.ㅠㅠ
물러터진 수수부꾸미, 겨우겨우 뒤집기에 성공했습니다.
결과 : 그 옛날,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친정 어머니가 연탄 난로 위에 가마솥 뚜껑을 뒤집어 올려 놓고 참기름 부어 구워 주셨던 수수부꾸미. 잊을 수 없는 그 수수부꾸미 맛을 찾았을까요? 접시에 어여쁘게 담아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먹기에 바빠서 그만 빼먹어버렸습니다.
수수 부꾸미 위에 잣과 잘게 썬 대추채를 올려 놓고, 꿀에 찍어 먹으며 잃어버렸던 수수부꾸미 맛을 되찾았습니다. 시장에서 파는 수수부꾸미 맛과는 하늘과 땅 차이였습니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남은 수수로 친정 어머니에게 수수부꾸미를 만들어 드려야겠습니다. 꿈의 전원 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새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집니다. 부지런하면 할수록 잃어버린 옛맛을 찾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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