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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탐사 mind exploration/母子 대화

일년 만에 다시 기숙사 방을 함께 쓰게 된 형제

by Asparagus 2010.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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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29일 수 흐림

메일 내용.

돼지 엄마 : 메일도 안보내고 연락도 없는 것을 보니... 시애틀 공항에 갔으면 전화라도 좀 하징

ㅠㅠ 하여튼 잘 타고 와. 9월 28일 (2일 전)

돼지 : 아직 짐 싸는 중 ㅠㅠ 오늘 이곳저곳 다니느라 메일확인도 제대로 못했음 ㅠㅠ 내일 오후 두시 이십분 출발하는 비행기임 흐응 비행기 뜨기 전에...9월 28일 (1일 전)

돼지 엄마 : 아라써요. 조심해서 잘 와. 내일 오후 2시이면 한국에는 언제 도착하누? 이 메일은 한국 와서 볼 지도 모르겠네? 이곳 저곳 다니느라 많이...1:17 (19시간 전)

 

날짜 계산을 어떻게 하지? 분명 어제 메일을 확인해보니 오늘 오후 2시 30분에 비행기를 탄다고 했는데?

 

2009년 9월 28일, 월 오후 6시 30분 비행기로 시애틀로 갔던 돼지가 드디어

2010년 9월 29일, 수 오후 6시 22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다.

 

떠날 때는 4개월만 있다 온다고 겨울 옷가지만 챙겨 떠난 돼지가 여름을 지내고 드디어 만 일년만에 귀향했다.

 

공항까지 마중 간 제 형과 함께 기숙사로 가서 짐보따리 갖다 놓고 막바로 실험실로 가서 실험한다고...

"왜? 이렇게 늦은 시각에? 실험실 친구들에게 인사하러?"

"네, 그것도 그렇고요. 미국에서 가져 온 세균들이 죽을까 봐서 가자마자 실험해야 되어요. 오늘 밤 실험해서 세균이 제대로 살아나면 내일 엄마 아빠 뵈러 내려 갈 수 있고 잘못되면 실험 더 하느라 하루 늦을 수도..."

 

하참참, 실험때문에 떠난 아들이니 실험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마음은 왜 생각도 못했을까?

 

몇 년째 한 녀석은 주야장창 살모넬라 배양했다 버렸다하고, 또 한 녀석은 비브리오랑 함께 하고 있다. 아이들 얼굴을 보려면 그 징글징글한 살모넬라와 비브리오 세균들에게 부탁하여야 할 판이다.

어떤 실험을 하는 지는 모르지만, 제발 아들이 원하는 대로 비브리오가 잘 배양되길 바라며. 전화기 속에서 들려오는 피곤이 가득 묻어나는 아들 목소리가 안쓰럽기만 하다.

 

일년이라는 세월, 지내놓고 보니 눈 깜짝할 새 흐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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